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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19. 2022

[22-09-03] 주간제이팝

바운디, 리사, 아이코, 텐더, 오렌지 렌지, 칠즈팟, 텐더 등

[Single]


바운디(Vaundy) ‘Mabataki’

이르게도 2023년 말부터 시작되는 아레나 투어를 발표한 바운디. 자축이라도 하듯 함께 선보이는 신곡으로, 일정한 코드워크로 반복되는 현악세션을 테마로 조금씩 소리를 쌓아올려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노래다. 극적인 구성이나 선율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카타르시스 보다는 확고하게 중심을 가진 묵직함을 무기로 하고 있어 들으면 들을 수록 스며드는 결과물이기도.


리사(LiSA) ‘NEW ME

제목에서부터 새출발에 대한 강한 의미가 엿보이는 듯 하다. 본인의 다큐멘터리 테마송이기도 한 이 노래는, 이전의 화려함이나 정제됨과는 달리 자전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한 진정성이 부각되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초반의 잔잔함, 이어지는 팝록 사운드의 호쾌함이 그의 다양한 매력을 풍성히 담아내고 있다는 것도 포인트. 더불어 6번째 정규작이 11월 16일에 발매 예정이라고.

ÿuni

나카무라 카호(中村 佳穂) ‘ÿuni’

개성 있는 음악 스타일로 자신의 영역을 단단히 구축한 나카무라 카호의 신곡으로, 올해 < 후지 록 페스티벌 >과 < 라이징 록 페스티벌 2022 in EZO >에서 미리 선보인 노래이기도 하다. 피아노 한대에 의지한 심플한 구성이지만, 변화무쌍한 아티스트의 가창이 공백을 가득 메움과 동시에 신비스러운 세계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는 듯하다. 과감한 구성을 자신의 역량과 자신감으로 정면돌파하는 아티스트의 기개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작품.


아이코(aiko) ‘夏恋のライフ’

아이코의 새 싱글은 무려 19살 때 만들었던 곡이 긴 세월을 지나 마침내 빛을 보게 된 사연이 있는 노래. 이런 사전정보를 접한 상태에서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근 작품들과 달리 확실히 초창기 감성이 담겨 있는 노래. 그의 노래는 사실 말로 설명할 것이 별로 없다. 다만 그의 감수성은 여전하지만, 이 노래에서만큼은 예전 그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그리웠던 것들과 재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리그렛걸(reGretGirl) ‘ルックバック’

특유의 명쾌한 선율이 뼈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이들의 신곡으로, 밝은 분위기와 그렇지 않은 가사의 대비가 팀 특유의 매력을 다시 한번 이끌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초기에는 이들을 백 넘버의 스피디한 버전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가면 갈수록 탁월한 송 라이팅 역량 만큼은 누군가와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닌 오리지널리티로 빛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엘라이자(ELAIZA) ‘META’

앨범 < 失楽園 >으로 다크한 세계관을 그려내며 성공적인 가수 데뷔를 완수한 엘라이자. 그의 신곡은 보다 밝아진 표정으로 긍정적인 유토피아를 상기시키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메타버스 러브’를 테마로 하고 있으며, 영어 가사를 통해 언어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그의 가수 인생, 그 2막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싶다.


류크토소이네고항(リュックと添い寝ごはん) ‘everyday’

2000년대생 밴드들 중에서도 제법 큰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팀의 경쾌하고 여유 있는 홉 스텝의 느낌을 주는 신곡. 모든 파트에 힘을 주기보다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각자 돌아가며 리드를 잡는 밸런스 있는 편곡으로 포인트를 주고자 한 느낌이다. 2분 30여초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강렬한 훅 하나만큼은 머리에 남기고 가는, 나름 중독성 강한 선율을 들려주기도 하는 노래.


[ALBUM]


텐더(TENDRE) < PRISMATICS >

요 몇년간 트렌디한 블랙뮤직 맛집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카와하라 타로의 솔로 프로젝트 텐더. 그의 통산 세번째 정규작은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쌓아올린 모멘텀이 지금까지의 경험과 맞물려 탄생한 멋진 그루브의 향연으로 채워져 있다. 그루브함을 기저에 두고 사이사이에 로킹함을 삽입해 역동적으로 사운드를 전개해 나가는 ‘MISTY’, 템팔레이의 멤버이자 솔로로도 활약 중인 에이미(AAAMYYY)의 신비스러운 음색이 선명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OXY’, 베이스와 피아노에 목소리만을 얹은 채 로우파이한 사운드 톤을 살려내 고즈넉함을 자아내는 ‘MOON’ 등 그의 정체성이 명확히 새겨져 있음과 동시에 대중을 포섭할 매력이 가득한 열개의 트랙이 대중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중.


오렌지 렌지(ORANGE RANGE) < Double Circle >

한참 인기를 끌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자기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느라 정작 대중성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밴드의 4년만의 신작. 본인 역시 어느 시점 이후로는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놓은지는 좀 됐는데, 들으시는 분들도 예전의 팀을 생각하기 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그룹의 음악을 듣는다는 자세로 접하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앨범은 2CD로 구성, 첫번째 CD에는 2022년 이후 발표된 신곡 7곡, 두번째 CD에는 2018년부터 2021년에 걸쳐 발매된 타이업 싱글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아이덴티티를 십분 살린 전자음악 계열의 음악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밴드 사운드는 중간중간 양념을 쳐주는 수준으로 등장하고 있어 간만에 팀의 앨범을 접하시는 분들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도. 개인적으로는 2010년대 이후로 꾸준히 시도해 온 음악적 시도가 이번에 어느 정도 그 열매를 맺지 않았나 하는 생각.


칠즈팟(childspot) < Titles >

어느덧 세번째 EP로, 조금은 무겁고 끈적한 무드의 블랙뮤직을 감행해 왔던 자신들과 잠시 작별하고 보다 얼터너티브 록의 색채를 곤두세운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보컬 히유네의 가창과 정서가 좀 더 강조되어 있어서 그런지 키노코테이코쿠의 느낌이 나기도. 담백한 편곡이 감상을 반복하게 만드는 ‘Ivy’, 리버브가 걸린 기타 사운드가 마치 비오는 거리를 연상케 만드는 센티멘탈 넘버 ‘shower’, 밝고 청량한 무드가 긍정적인 상승감을 구현하고 있는 ‘Sailing day’까지. 보다 다양한 색채를 흩뿌리는 밴드의 의욕적인 애티튜드를 맘껏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나오 타비토(七尾 旅人) < Long Voyage >

무려 17트랙, 90분의 러닝타임이라는 거대한 볼륨을 자랑하는 그의 8번째 정규작. 트렌드에 종속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하고 선구적인 음악 스타일을 기반으로, 많은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팬데믹 속에서 깨달은 가치를 재차 강조하며 ‘가장 자신다운’ 작품을 완성시켰다. 전작 < Stray Dogs > 투어로 결성된 칸 사노와 싱고 스즈키, 오가와 쇼 등의 멤버를 비롯, 여러 동료들과의 신뢰로 구축한 유려하면서도 독자적인 사운드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추는 마법을 발휘 중.


특히 사람에 대해 집중하고 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넘어 인권문제, 인종차별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 특히 한국어 제목이기도 한 ‘미화’는 “네가 옥상에서 뛰어 내린 순간 일본인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라는 가사를 통해 재일교포의 가슴 아픈 실상, 그리고 일본인으로서의 자각을 그려내고 있기도. 이처럼 대중음악이란 것은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더욱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 이 작품이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노 버시즈(No Buses) < Sweet Home >

악틱 몽키즈의 곡명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영미 인디록 스타일의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는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 브릿팝 특유의 퇴폐적인 무드가 러닝타임 전반에 깔려 있으며, 보다 팝적인 선율을 탑재함으로써 이전에 비해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한 의도 또한 느껴진다. 초반의 잔잔함을 뒤집는 중반부 이후의 격렬한 반전이 인상적인 ‘Sunbeetle’, 악틱 몽키스의 커리어 초반 작품들이 머리를 스쳐가는 날것의 질감이 머리를 쨍하게 만드는 ‘Rubbish:)’, 전자음악의 요소를 적극 활용해 러닝타임동안 지속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Home’ 등 입체적으로 자신들의 매력을 표현하는 모습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한 장.


펄 센터(Pearl Center) < On The Nightline >

우리나라를 찾은 적도 있는 밴드 파에리아즈(PAELLAS)의 멤버이기도 했던 매튼이 새롭게 팀을 꾸려 데뷔한지도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멜로우함을 강조한 블랙뮤직 밴드 사운드로 조금씩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와중에 선보인 이번 EP는 밴드 사운드와 전자음악의 교집합 안에서 자신들의 장점을 명확히 살려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쉬 허 허 허즈(She Her Her Hers)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새로운 감성을 창출해 낸 ‘P.S.’. 트윈 보컬 체제의 메리트를 십분 살려 좋은 화성을 빚어내고 있는 ‘Perigee’, 나즈막히 울리는 기타의 디스토션과 명징하면서도 차분한 비트가 서서히 감성을 달궈나가는 ‘Night Walking’ 등 지금 팀이 어느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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