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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17. 2022

[22-10-02] 주간제이팝

요네즈 켄시, 바운디, 히게단, 후지이 카제, 러브 사이키델리코 등

[Single]


요네즈 켄시(米津玄師) ‘KICK BACK

개인적으로는 < Diorama >(2012)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리듬 프로그래밍이 전면에 나와있어 반가웠던 트랙이다. 여기에 록밴드 편성과 클래시컬한 현악세션까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그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고나 할까. 아주 타이업에 역대급 투자를 감행한 애니메이션 < 체인소맨 >의 오프닝으로 낙점된 곡이지만, 이만큼 타이업 곡이 애니메이션 전체를 집어삼키는 존재감을 보였던 적이 있었나 싶다. 타이트하고도 치밀한 사운드 구성과 목을 긁어 내는 카랑카랑한 보컬로 하여금 3분여동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그가 현재 가진 역량의 핵심만 집약시켜 만든, 어느 때보다도 힘이 팍 들어가 있는 결과물. 


바운디(Vaundy) ‘CHAINSAW BLOOD’

애니메이션 < 체인소맨 > 1화의 엔딩곡. 참고로 < 체인소맨 >은 각 화마다 다른 곡을 엔딩으로 타이업 하고 있어, 바운디 같은 거물 뮤지션의 노래도 한 번 밖에 전파를 타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한주마다 곡이 바뀌면 이게 타이업으로서 의미가 있나 싶긴 한데.. ㅎㅎㅎ 곡 자체는 단순한 구조에 한번만 들어도 기억이 날만한 선 굵은 멜로디를 탑재하고 있으며, 바운디의 ‘로커’ 정체성이 어느때보다도 강하게 투영되어 있는 곡이기도 하다.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Subtitle’

이번 신곡의 흥미로운 점은 공간감 있는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통한 웅장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 벌스와 후렴의 편곡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감과 동시에 정석적인 코드 사용을 조금씩 회피함으로서 다시 한 번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히게단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A-B-A’-B’ 구성이 아닌, 각 벌스를 복잡하게 섞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청취를 반복하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후지하라 사토시의 편곡 역량을 재차 입증하고 있는 결과물.


후지이 카제(藤井 風) ‘grace’

“모든 사람에게 재능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축으로 한 < KAZE FILMS docomo future project >의 주제곡으로, 감미롭고도 리드미컬한 피아노 연주 위로 그의 감성적인 가창이 감미롭게 겹쳐지고 있는 계절감 충만한 트랙이다. 뮤직비디오는 재일인도대사관의 협조를 얻어 인도 현지에서 종교/문화 등을 담아낸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고.


메가 신노스케(Mega shinnosuke) ‘愛しい日々。’

다양한 방향성의 음악을 통해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의 신곡. ‘변하지 않는 일상 속 행복을 얻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주제로, 심플한 록 편성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거의 6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이지만 자연스러운 전개로 인해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곡의 미덕. 뭐 음악이 오디션 경연곡 마냥 꼭 극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미레이(milet) ‘Final Call’

로킹한 곡조에서 다시금 원 오크 록의 토루와 손을 맞잡았구나 싶은 트랙. 이전에는 장르의 뉘앙스만 살짝이 반영했다면, 이번엔 그야말로 ‘로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그런 강렬한 어프로치를 보여주고 있다. 줄곧 자신이 드라마 시리즈의 주제가를 맡아왔던 < 七人の秘書 >의 극장판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를 넓혀 나가는 미레이를 만나볼 수 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데님스(Denims) ‘ふたり feat.アユニ・D’

의외의 조합인데 그것이 꽤나 성공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남녀 각자의 심리를 묘사한 컨트리 풍의 듀엣 곡으로, 평소 아유니 디의 팬임을 공언하던 데님스의 멤버가 오퍼를 넣으면서 이번 콜라보레이션이 성사가 되었다고. 아유니 디가 이런 음색으로 이런 표현을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면서도 편안한 가창을 들려주고 있다. 물론 게스트를 위해 최적의 판을 깔아준 밴드의 프로듀싱에도 박수가 가야함은 당연한 사실.


시럽(SIRUP) ‘BE THE GROOVE’

자신이 가진 루츠를 댄스뮤직으로 확장시킨, 중독성 있는 훅이 인상적인 시럽의 새 싱글. 데뷔 5주년을 맞아 부도칸 공연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에 어떤 노래보다도 의미 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프로듀서는 ‘Do well’, ‘Your Love’ 등을 도맡았던 모리 젠타로. 그루브한 사운드, 유려한 플로우의 보컬 트랙이 좋은 합을 보이고 있어 장르의 팬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완성되어 있다.


[ALBUM]


러브 사이키델리코(LOVE PSYCHEDELICO) < A revolution >

5년만에 선보인 신보 역시 서양음악의 흔적이 여실히 묻어나는 팀 특유의 결과물들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부야계가 생각나기도 하고, 사운드의 세련됨과는 별개로 뭔가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강하게 와닿기도 하고. 강한 디스토션과 레트로한 신시 사이저가 그룹 특유의 스타일을 표방하는 ‘A revolution’, 어쿠스틱의 고즈넉한 느낌을 보다 강하게 투영한 ‘It’s not too late’와 같이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하지만 결코 쉽게 주조할 수 없는 스타일리시한 음악들이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다.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기복이 없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지, 새삼스레 대단하다는 생각이. 


스터츠(STUTS) < Orbit >

최근 트랙메이커로서 두각을 보임과 동시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던 스터츠의 4년만의 정규작. ‘Orbit’이라는 타이틀은, 매일 같은 곳을 돌며 여러 상황을 맞닥뜨려도, 결국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의미라고. 에이위치나 토후비츠, 다이치 야마모토, 빔 등 호화로운 플레이어들이 앨범 곳곳에서 자신의 힘을 보태고 있으며, 아티스트 본인 역시 랩과 보컬 양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퍼포먼스에 개입하고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고집이 있음을 보여주는 재지하고도 클래식한 비트들을 여러 바리에이션으로 펼쳐보이고 있는 작품.


포 리미티스 사자비스(04 Limited Sazabys) < Harvest >

4년만의 정규작임과 동시에 전작 < SOIL >과 싱글 < SEED >를 잇는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특유의 에두르지 않는 시원스러운 팝 펑크가 변함없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어떤 특정한 목표나 마음가짐을 지향했던 전작들과 달리 지금 그대로의 자신들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밴드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해서 그런지 어느때 보다도 강하고 타이트하게 사운드를 몰아치는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반주없이 기타와 노래로만 하다 분위기를 급반전시키는 구성이 엘레가든의 ‘Make a wish’가 떠오르게 하는 ‘Harvest’, 오프스프링의 넘버들이 떠오르는 인트로가 인상적인 ‘Galapagos II’ 등 선배들의 유산을 영리하게 활용한 부분도 놓치지 않기를. 


하프 타임 올드(Half time Old) < 身体と心と音楽について >
언뜻 듣기엔 방금 소개한 포 리미티드 사자비스와 같은 카테고리에 분류해도 무리 없을 법한 팝 펑크 기조의 팀이지만, 좀 더 완급조절의 매력이 있기에 비교해서 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 후렴의 선율이 맘에 들어 계속 반복청취 중인 ‘dB’, 중간중간 못갖춘마디로 변화를 주며 몰입을 유도하는 ‘STORY TELLER’, 펑크(Funk)의 요소를 도입해 보다 그루브 있는 사운드를 보여주는 ‘Night Walker’ 등, ‘새로이 변화한 세상에서의 갈등과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을 주제로 한 열두개의 트랙이 듣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로튼 그래피티(ROTTENGRAFFTY) < HELLO >

어느덧 중진 대열에 접어든 믹스쳐 라우드 록 밴드 로튼 그래피티. 사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金色グラフティー’ 원 툴 밴드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 새로운 작품에 그닥 손이 안갔던 것도 사실인데… 자신들의 장점이 잘 버무려진 첫 곡 ‘ハレルヤ’부터 아직 자신들의 창작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드한 사운드와 캐치한 송 라이팅이 중심을 꽉 잡으며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구현한 작품. 밴드 특유의 서정성을 경험할 수 있는 슬로우 넘버 ‘ハロー, ハロー’, 언뜻 언뜻 엑스 재팬이나 글레이가 보이는 듯한 사운드 질감을 선보이는 ‘Goodbye to Romance’ 등 록 팬들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결과물이다.


안리(Anly) < QUARTER >

전작 < Sweet Cruisin’ >(2020)에 비해 보다 영미권 트렌드를 가까이하고 있으며, 사운드 자체의 어프로치도 강해졌다는 느낌. 여러 곡에서 거친 디스토션이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댄서블함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는 리나 사와야마의 최근 두 정규작이 떠오르기도. 뛰어난 가창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하고 있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 탓에 ‘안리만의 아이덴티티’를 찾기가 조금은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상 이전의 문제점들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감상. 개별 트랙의 퀄리티는 뛰어나 음악적으로는 아쉬울 것이 없는데… 아티스트의 존재감 측면에서 조금은 애매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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