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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31. 2022

[22-10-04] 주간제이팝

엘레가든, 바운디, 백 넘버, 스다 마사키, 레오루 등

[Single] 


엘레가든(ELLEGARDEN) ‘Strawberry Margarita’ 

내일부터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엘레가든의 재결합 후 두번째 싱글. 몸풀기에 가까웠던 ‘Mountain Top’를 지나 ‘지금의 엘레가든’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는 트랙이다. 사운드적으로 펑크(Punk)보다는 얼터 록의 색채가 조금 더 강해졌음을 확신할 수 있는 곡으로, 특유의 질주감은 남겨두고 좀 더 묵직하게 달려나가는 그 새로운 행보가 더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멀지 않은 시기에 조만간 꼭 우리나라도 와주기를. 


바운디(Vaundy) ‘瞳惚れ’

바운디 2주만의 신곡… 정말 발매주기가 짧다. 그만큼 작업속도가 빠르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이번 작품은 레트로를 의식한, 찰랑거리는 커팅 스트로크와 정겨운 신시사이저 음색이 그리운 풍경을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트랙으로 완성되어 있다. 물론 막연히 예전의 유산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그만의 색채를 위화감 없이 덧칠하고 있어, 왜 그가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하는 아티스트인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내는 곡마다 빠지는 노래가 없네. 


백 넘버(back number) ‘アイラブユー’

최근 몇년간 참여한 프로듀서가 츠타야 코이치와 카메다 세이지, 시마다 마사노리와 코바야시 타케시면 좀 반칙 아닌가? 근데 뭔가 프로듀서 비중이 커지면서 조금 뻔해지는 느낌이 드는건 나만의 생각인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되면서 듣게 되는 밴드의 신곡. 뭐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백 넘버의 전매특허 무드를 보여주는 절절한 러브송이다.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의 주위에 떠오른 감정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을 참고하면 더욱 그 감정에 동화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NHK 연속 테레비 소설 < 舞いあがれ! >의 주제곡이기도. 코바야시 타케시가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레오루(Reol) ‘SCORPION’

굉장히 세고 자극적인 사운드로 각인되어 있는 마사요시 이이모리(Masayoshi Iimori)와의 작품인 만큼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총공세의 소리 폭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의 오랜 파트너인 기가(Giga)와 비교하면 보다 풀고 조이고의 완급조절이 유연하다는 느낌. KPOP 스타일의 사운드 메이킹과 하우스/개러지 뮤직을 적절하게 섞어낸 비트 메이킹은 확실한 유니크함을 담보하고 있다. 그 속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확실한 존재감을 가져가는 레오루의 보컬은 각잡고 박수를 보낼만. ‘역시 잘하네’라는 말이 연거푸 터져 나오는, 의욕이 가득 담겨 있는 신곡이다.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인 발로란트의 오피셜 테마송이기도. 


후루이 미호(Furui Riho) ‘ウソモホント’

한창 떠오르고 있는 신예 싱어송라이터의 재기발랄하면서도 그루비한 디스코 트랙. 본인이 작사/작곡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느껴지며, 이를 자신의 창법 및 트렌디함과도 훌륭히 믹스매치 시켰다는 것이 감상평. 시종일관 밀고 당기는 그의 보컬과 곡 구성으로 하여금 조금도 지루할 새가 없는 트랙. 


이리(iri) ‘friends’ 

댄서블한 일면을 맘껏 개방함과 동시에 보컬과 랩을 오가며 자신의 역량 또한 몇번이고 재증명하고 있는 이리의 신곡. 그의 업템포가 실패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역시 선 굵은 베이스를 필두로 차곡차곡 소리들을 쌓아 짜임새 있는 비트를 선사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AMG SL을 이미지화 해 써내려간 타이업 곡임과 동시에, 트랙 프로듀서는 2019년 ‘CAKE’ 이후 오랜만에 손을 잡은 그루브맨 스팟(grooveman Spot)’이 담당. 


마이 헤어 이즈 배드(My Hair is Bad) ‘瞳にめざめて’

초반은 범프 오브 치킨이 떠오름과 동시에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후렴을 들고 나온 밴드의 신곡. 캐치한 선율이 한 번 들어도 기억에 남을 잔상을 강하게 머릿 속에 남기고 있는 것이 인상적. 원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있던 이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단번에 꽂히는’ 밴드의 노래는 오랜만인 것 같아 반갑다. 


펜트하우스(Penthouse) ‘閃光花’

밴드 사상 처음으로 혼 세션을 도입한, 보컬의 하모니가 통렬함을 자아내는 후련한 팝 튠. 곡 중간중간 양념 역할을 해주는 재즈 피아노 플레이가 흥겨움을 더하며, 정평이 난 가창력을 증명하듯 후반부로 갈수록 절정으로 치닫는 멤버의 화음과 열창이 가히 경이로운 수준. ‘즐거웠던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라는 이면성을 테마로 한 ‘긍정적인 실연송’이라는, 자칫 전달이 어려울 수 있는 감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이들의 표현력에 다시금 감탄.


[ALBUM]


스다 마사키(菅田 将暉) <クワイエットジャーニ >

처음으로 앨범 전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한 네 곡들이 EP로, 라이브하우스 멤버들과 의기 투합해 만들어 낸 각기 다른 스타일의 트랙들이 길지 않은 시간을 알차게 채우고 있는 작품이다. 3년만의 투어와 내년 2월에 있을 부도칸 공연을 기념하는 소품집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리드미컬한 드럼과 단촐한 신시사이저로 블랙뮤직의 기운을 한껏 실어낸 ‘愛と右脳’, 팀으로서의 화합이 온기를 자아내는 ‘ゆだねたギター’ 등 듣다 보면 밴드 프론트맨으로서의 존재감이 한껏 강조된, 그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호쿠로쿠비(黒子首) < ペンシルロケット >

쓰리 피스 밴드로는 드물게 일렉트렉 기타를 포함하지 않는 밴드 편성으로 화제를 모은 호쿠로쿠비의 첫번째 정규작. 어쿠스틱 기반의 록 사운드에 여러 방향성을 담아낸 팀의 의욕이 좋은 완성도로 환원된 작품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밴드 뮤직 보다는 팝과 록의 이상적인 융합물 정도로 느껴질 수도 있을 터. 러닝타임이 흘러갈 수록 화려하진 않아도 단단한 내실로 하여금 조금씩 스며드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트럼펫을 동방한 합주가 호리 아게하의 순도 높은 음색을 만나 긍정의 힘을 자아내는 ‘あいあい’, 전자음악에 가까운 흐름을 통해 그들만의 댄서블 트랙을 선사하는 ‘WANTED’을 특히 추천. 


피어, 앤 로딩 인 라스 베가스(Fear, and Loathing in Las Vegas) < Cocoon for the Golden Future >

앨범을 듣다 중간에 한국어 가사가 나오길래 한국 아티스트가 피쳐링했나 했더니, 사운드에 KPOP 적인 요소를 도입하면서 가사도 일부 한국어를 삽입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인상적. 방금 이야기한 ‘Ain’t That So Awesome’를 포함해 자신들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과감한 전개를 시도하고 있는 7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최근 이들의 싱글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자부할 수 있는 공격성과 서정성의 절묘한 믹스쳐 트랙 ‘Evolve Forward in Hazard’, 스피디한 라우드 록의 정점을 보여주는 질주감 가득한 ‘Tear Down’ 등 여전한 폼으로 라이브의 관객들의 심장을 달굴 트랙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기 중. 


이상하게 계속 듣게 되네...

오오모리 세이코(大森 靖子) < 超天獄 >

‘前説ADvance’를 들으면서 다시금 느낀 거지만, 오오모리 세이코의 가사와 멜로디엔 마음을 뭉클하게 함과 동시에 끓어오르게 하는, 현실을 뒤집어 생각함으로서 느껴지는 통쾌하면서도 절절한 무언가가 있다. 단순히 그의 라이브 퍼포먼스나 가창력을 일차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느껴보지 못할 그런 감정 말이다. 


시간이 없어 가사를 보며 진득하게 듣지 못했지만, 이번 작품 역시 조금은 비뚤어진 시선을 통해 해석한 세상의 본질이 가득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사를 제외한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대중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어느때보다도 허들이 낮다고 생각되니, 그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고 싶은 이들은 본인과 같이 번역기의 힘을 빌어 가사와 함께 책이나 시를 읽듯 감상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식스 라운지(SIX LOUNGE) < ジュネス >

올해 결성 1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소니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미니앨범. 연주나 가창, 곡 전개 등 모든 부분에 있어 쉴 틈 없이 몰아 붙이는, 어떤 의미로 한눈 팔새가 없이 듣는 이를 계속 자극하는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소구력 있는 선율 기반의 슬로우 넘버 ‘相合傘’, 단단하게 짜여진 스트레이트한 합주가 큰 만족감을 전해주는 ‘New Age Blues’, 본래 그들의 살가움이 가득 담겨 있는 프로모션 트랙 ‘メリールー’까지. 좀 더 대중을 의식하면서도 자신들의 색은 바램 없이 잘 보존하고 있는, 자신들의 생존을 기념하는 의미있는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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