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JPOP ALBUM OF THE YEAR. 어느덧 열두번째 연간 결산이다. 올해는 코로나에서 벗어나 전체적으로 라이브를 위주로 활동하는 팀들이 다시금 탄력을 받은 해였다고 평하고 싶다. 더불어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신인이 늘었다는 것도 체크 포인트. 그 밖의 경향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 할 예정. 아무리 KPOP 광풍이 몰아친다지만, 이토록 다채로운 메시지와 음악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일본 음악신이 나는 참 좋다. (내 기준으로) 2022년의 대표하는 스무 장의 앨범.(순서는 무순)
리갈 리리(リーガルリリー) < Cとして生けるもの >
“C라는 탄소기호가 배열에 의해 흑연이 되거나 다이아몬드가 되듯, 각자의 환경 속에서 각자 빛나는 방법을 찾아가는 생물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작품”. 주제가 어찌 보면 심오해 보이지만, 듣다 보면 정확히 이해는 가지 않아도 어느덧 납득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숨죽인듯 나아가다 일거에 폭발시키는 듯한 응축과 발산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가슴 속 몽글몽글하게 응어리져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실감케 한다. 예상치 못한 무게감으로 부딪히는 각 악기파트도 그렇지만, 일반적인 소재로 전에 없던 유니크함을 만들어 내는 타카하시 호노카의 천재성은 놀라울 따름. 그 재능을 이토록 직관적인 작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올 한 해 가장 행복했던 지점 중 하나.
에이위치(Awich) < Queendom >
스스로를 ‘퀸’이라 지칭함으로써 마침내 그 자리를 손에 거머쥔, 서사로서나 음악으로서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앨범이다. 이전의 작품들이 그간의 역경과 고난에서 자신을 해방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엔 초반부터 자신의 이상향을 대중들에게 과감히 제시. ‘이제는 때가 되었음을’ 오랜 파트너인 메인 프로듀서 챠키 줄루(Chaki Zulu)와 함께 진일보한 음악으로 선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에이위치’ 개인에 머무는 것이 아닌 ‘힙합 신’ 전체를 대표하는 존재임을 알리는 진정성 있는 그 애티튜드로 하여금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탄탄한 프로듀싱과 날이 서 있는 펀치라인으로 이루어진, 그가 통치하는 ‘힙합 제국’의 완성.
아도(Ado) < ウタの歌 ONE PIECE FILM RED >
2021년이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해였다면, 2022년은 서브컬쳐라는 편견을 넘어 무사히 대중과의 도킹을 완료한 해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이 메가히트한 지금 시점에서, 적어도 ‘うっせぇわ’를 부른 '성공한 우타이테’라고만 보는 사람은 없다. 물론 인기 애니메이션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그는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이 자진해 백기를 투항하게끔 했다. 보카로P 위주로 제작된 정규작 < 狂言 >는 상반된, 탑 뮤지션 위주의 프로듀싱에도 전혀 어색함 없이 각 트랙의 무드에 맞춰 자신의 색을 내보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커다란 의의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최근 몇년간 가장 주목받은 루키는, 더이상 그에 대한 논란이나 의심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스스로 증명해 낸 셈.
코디・리(李)(Cody・Lee (李)) < 心拍数とラブレター、そして優しさ >
첫 작품에서 이 정도로 ‘완성되었다’라는 느낌을 받는 건 참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2018년 활동을 시작해 4년만에 발표한 메이저 정규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군더더기 없이 자신들만의 음악이 탄탄하게 펼쳐져 있어 듣는 내내 ‘와 얘네 뭐지’ 했던 기억이. 포인트 있는 기타리프와 레트로한 신시사이저를 기저에 두고 두 혼성 보컬이 곡을 유연하게 이끌어나가는 첫 곡 ‘愛してますっ!’를 듣는 순간 게임오버. 그 뒤부터는 의심 없이 이들이 펼쳐나가는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유유히 거닐기만 하면 되는 일일 지어다. 혹시 영화 < 섬머 필름을 타고 >를 본 이들이라면 이미 ‘異星人と熱帯夜’를 통해 밴드의 노래를 접해 봤을 듯. 이처럼 사랑스러운 업템포도, 왜지 모르게 마음을 아리게 하는 미디엄 템포도, 선율감이 도드라진 슬로우 넘버도 자신들의 정체성 아래 여유 있게 소화해 내는 ‘신인으로서 가능할 법 하지 않은’ 관록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 Actor >
료쿠샤카에게는 답답했던 코로나를 거쳐 이윽고 날개를 활짝 핀 한해로 기억될만 하다. 그 중심에는 한층 진화된 결과물을 차곡차곡 수록한 이 두번째 정규작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전작과 방향성은 유사하나 한층 진화된 각 멤버의 송라이팅과 모든 세대의 공감을 불러오는 세밀한 정서 묘사는 한층 강력한 ‘팝뮤직'으로서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젊은 밴드 중에서는 흔치 않게 록 신 밖에서의 지지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가진 표용력을 엿볼 수 있을 터. 다음 챕터로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완연한 기세에 오른 팀의 의욕작.
좀비-창(ZOMBIE-CHANG) < STRESS de STRESS >
개러지와 개버(Gabber) 테크노 등을 기반으로 맥락없이 쏟아내는, 춤을 추지 않고는 못배길 일렉트로니카의 향연. 펜데믹이 초래한 좌절과 혼란, 이들이 빚어낸 ‘스트레스’를 음악으로서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언뜻 들으면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뱉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듣다보면 교묘하게 현 시대를 관통하는, 모두가 가슴 속에 억누르고 있는 그 욕망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각 트랙별로 확연히 다른 소스, 상상을 넘어서는 기발한 작법이나 워딩이 스트레스로 잠식된 뇌를 해방시켜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측불허라는 측면에서 단연 1등. 특히 중독성이 장난 아니다.
후루이 리호(Furui Riho) < Green Light >
2022년 한 해 동안 여성 알앤비 싱어 중에서는 피쳐링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코지코지나 키키 비비 릴리 등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국 내게 어필한 것은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이 앨범. 블랙뮤직의 바운더리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다재다능한 만능형 스탯을 보여주고 있는 후루이 리호의 첫 정규작이 마음에 훅 하고 들어와버렸다. 이 앨범의 미덕은 어디에 가져다 놓더라도 완벽히 자신의 역량을 펼쳐보이고 있다는 것. 비트 중심의 반주에 일정 음역대의 반복되는 선율이 주가 되는 ‘Sins’, 디스코 기반의 댄서블함을 강조한 ‘青信号’, 재즈 보컬의 뉘앙스를 살린 몽환적인 무드의 ‘でこぼこ’ 등 장르음악의 깊이와 대중가요의 파퓰러함이 만드는 균형잡힌 하모니는 기꺼이 한 자리를 내주기에 한 치 부족함이 없다. 앨범 제목 마냥 듣는 이의 마음을 ‘그린 라이트’로 만드는 작품이다.
원 오크 록(ONE OK ROCK) < Luxury Disease >
시행착오를 거쳐 세계진출의 포부를 드디어 결실로 맺어낸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팀이 가진 기존의 컬러와 미국 활동을 통해 얻은 노하우, 그리고 영미의 록 유산까지 흡수해 빚어낸 결과물은 우리의 예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웅장하며, 동시에 그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말해 주고 듯하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그토록 원했던 ‘강성의 디스토션’이 아낌 없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잠시 이들에게 마음이 떠나 있었던 이들을 향한 ‘복귀명령'과도 같이 느껴지기도. 그야말로 지난 몇 장의 앨범을 거듭하며 마주했던 여러 편견과 의심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ONE OK ROCK Ver.2.0’의 완성이다.
예예(YeYe) < はみ出て! >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의 레트로 탐구. 2021년 데뷔 10주년을 거쳐 선보인 작품은, 일본의 7~80년대의 여러 사조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한 듯한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다. 수수하고 담백하지만, 살려야 할 부분은 정말 감칠맛 나게 짚고 가는 곡조가 열 개의 트랙을 거치는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진달까. 래퍼 BIM과 함께 구현한 로킹한 시티팝, 진저 루트(Ginger Root)을 초빙해 빚어낸 로우파이한 멜로우팝 등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는 빈티지함을 보컬로 온화하게 감싸며 황홀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듯 싶다. 자신의 색을 보다 강하게 드러낸 ‘リマインド’, ‘蝉は呼吸する’에서의 반전까지, 그를 잘 몰랐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올해의 발견’처럼 다가왔던 작품.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えんぴつ) < ハッピーエンドへの期待は >
소절에 따라 급변하는 템포, 1절과 2절의 흐름을 딱히 구분하지 않은 구성. 첫 곡 ‘ハッピーエンドへの期待は’을 듣고 생각했다. ’록’이라는 장르에 혁신이라는 단어를 붙이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그들을 스타덤에 올린 노래는 ‘なんでもないや’였지만, 밴드는 반대로 ‘그 노래만으로 우리를 판단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다층적인 흐름과 여러 장르를 덧댄 편곡, 그럼에도 ‘록’이라는 바운더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신들만의 굳건한 아이덴티티까지. 개성을 한껏 살리면서도 대중성 또한 놓치지 않은 절묘한 밸런스가 압권이라 할 만. “록은 죽었다”라는 사람들에게 아직 록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이야기하며 건네주고 싶은 작품이다.
미레이(milet) < visions >
굳이 무리해 1집과 차별화를 두지 않으려 했다는 점, 그것이 이 작품의 선정이유라면 이유일 듯 싶다. 혜성과 같이 나타나 제시한 ‘레이와 시대의 팝’은, 두번째 정규작에 와 더욱 치밀하고 정교해진 모습이다. 첫 듀엣 시도라던가 가사 전체를 일본어로 꾸리는 등의 시도, 무거움을 조금 덜어내고 시원스레 뻗어나가는 스트레이트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보다 자신의 음악세계가 향해가는 지향점이 보다 구체화되어 있기도. 영미권 스타일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하여금 최근 일본음악 신이 나아가는 크로스오버 경향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즛토마요나카데이이노니.(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 < 伸び仕草懲りて暇乞い >
그의 이름이 보이면 아무거나 들어도 실패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요 몇년간 최강의 기세를 보여주는 즛토마요. 디스코나 펑크(Funk), 필리 소울, 신스 팝 등 점점 정보량이 많아짐에도 그것을 깔끔하게 정리해 극대화된 대중성으로 환원하는 그의 역량이 물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활용되는 현악 세션의 삽입은 앨범을 더욱 극적이고 고급스럽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근미래적인 사이버 펑크와 일본의 버블 경제가 융합되어 있는 듯한 독특한 정서 또한 이 작품을 특별한 위치에 가져다 놓는다. 싱글 자체는 2021년에 선보이긴 했지만, 앞으로 그의 최고작으로서 언급될 ‘あいつら全員同窓会’의 존재 역시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
레이(Rei) < Quilt >
그야말로 올해의 콜라보레이션. 곡마다 다른 파트너를 맞아들였지만 난잡하다거나 어수선하지 않게 명확히 각 아티스트들의 장점을 융합시키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기에 뮤지션 본인들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며 느껴지는 즐거움이 듣는 이들에게도 생생히 전달되는 것은 덤. 장르적으로 접근하던, 연주 스타일로 접근하던, 가창의 조화의 측면으로 접근하던, 가능한 한 최대한의 시너지를 발하고 있다는 점은 레이가 자신과 상대방 양쪽을 완벽히 파악한 상태에서 제작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참고로 그의 빛나는 기타연주의 비중이 줄어들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니 걱정은 금물. 어느 때보다 자유로이 음악의 정원을 노니는 그의 피킹을 경험할 수 있을 터이니.
아사키(4s4ki) < Killer in Neverland >
본인이 좋든 싫든, 2022년을 거치며 그는 일본 하이퍼 팝의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날카롭게 쏘아 붙이는 장르의 매력을 살리되, 자신의 뿌리인 인터넷 문화나 게임에서 소재를 발굴해 Z세대의 우울함과 공허함을 설득력 있게 구현한 이 작품이 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유기적인 측면에서 다소 아쉬웠던 전작 < Castle in Madness >(2021)의 단점을 보완, 보다 명확해진 방향성과 메시지를 제시하며 많은 이들을 ‘자신만의 가상현실’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섞되 그 매력을 모두 가져간 덕분에 보카로P/우타이테 팬들에게도, 록 마니아에게도 혹은 EDM이나 힙합 애호가들에게도 그 소구력이 발휘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에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시대의 바람을 탄 아티스트가 대중이 요구하는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어 가한 충격파, 그로 인한 균열이 생각보다 얕지 않다.
칠리 빈스.(Chilli Beans.) < Chilli Beans. >
통통 튀는 용수철 같은 탄성이 오감을 장악했던 ‘マイボーイ’의 충격까지는 비할바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의 첫 정규작은 정통과 파격의 중간에서 자신들의 균형을 잘 잡고 있는 기대작으로 다가온다. 드라이한 연주 사운드와 신속한 소절 단위의 전개, 순간의 정서를 낚아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가사 등 자신들만의 개성을 안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마냥 달려나가는 기타 록이 아닌, ‘It’s me’나 ‘This way’처럼 리듬감을 강조한다거나 베이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일관된 구성에서 벗어나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수록곡들도 물론 좋지만, 이 앨범에 담긴 ‘가능성’과 ‘잠재력’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앨범.
에고 아파트먼트(Ego Apartment) < EGO APARTMENT >
일본어와 영어를 혼합한 가사와 각기 다른 색을 내뿜는 두 보컬, 장르에 구애 받지 않되 아날로그감이 느껴지는 사운드까지. 등장하자마자 이국적이면서도 비범한 팝 센스를 보여주며 단숨에 기대주로 떠오른 이들의 데뷔작 역시 2022년을 정리할 때 빠뜨려서는 안되는 한 장이다. 밴드 형태인 만큼 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개러지나 디스코나 칠아웃, 빅비트, 사이키델릭, 블루스, 펑크 등 넓은 바리에이션의 음악을 개별 곡으로, 또 나아가 하나의 작품으로 매끈하게 연결 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해야할 포인트라 언급하고 싶다. 특히 ’N o o N’부터 ‘NEXT 2 U’ 까지의 흐름은 올해의 순간 중 하나.
마하라 쟌(マハラージャン) < 正気じゃいられない >
다소 아쉬웠던 2021년의 활동을 완벽하게 만회하는 세번째 정규작. 전업 뮤지션으로 완전히 전직한 만큼, 음악적으로 눈에 띄는 파워 업을 보여주고 있다. 빅밴드 스타일의 댄서블한 펑크/소울 뮤직을 기반으로, 그만의 유쾌한 시세계가 언밸런스한 매력을 이끌어내며, 특히 서치모스와 사나바건, 오카모토스의 멤버들이 가세한 수준 높은 합주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가 인상적이다. 팝과 블랙뮤직, 밴드 사운드의 삼위일체를 보여주는 듯한 중심 잡힌 스타일도 훌륭하지만, 헤어진 여자친구의 남겨진 칫솔로 변기를 닦는다던지, 변덕스러운 그녀의 의중을 알 수 없어 “원하는 걸 먼저 말해달라고” 외친다던지 하는 가사는 확실히 아무나 쓸 수 없잖아?
하루네무리(春ねむり) < 春火燎原 >
’사람은 모두 예수와 유다의 하이브리드(ひとはみなイエスとユダのハイブリッド)’라는 구절이 보여주듯, 이 자유로움이 흘러 넘치는 포에트리 래퍼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생각지 못한 지점에 칼을 던진다. 생명의 소중함을 격정적인 퍼포먼스로 일거에 분출하듯 일깨우는 그의 태도로, 하드 록과 KPOP이 버무려진 듯한 자극적인 사운드를 중심으로 그 메시지의 성을 단단히 쌓아간다.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생명,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금의 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쏟아내는 그 처절한 외침. 총 스물 한 곡, 그리고 62분 동안 이어지는 그 소리의 광풍에 압도당하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
스터츠(STUTS) < Orbit >
제한된 영역에 머물지 않는, 운신의 폭이 넓은 트랙 메이커이자 프로듀서 스터츠의 세번째 정규작. 트렌드에 편승함 없이 우직하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밀고 나가는, 마치 일정한 궤도를 그리는 변하지 않는 행성과 같은 자신을 설득력있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보컬이 있는 트랙은 플레이어의 퍼포먼스를 이끄는 길을 내는 데에 주력하며, 인스트루멘탈은 밴드 세션을 적극 활용해 보다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 특히나 태그하는 파트너에 따라 현악에 중점을 둔다거나 레게리듬을 도입한다거나 피아노 연주를 강조한다거나 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야말로 곡이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목도하는 기분이다. 2021년 상업적 성공을 거둔 < Presence >의 기세를 더욱 증폭시키는, 그만의 진가를 이 작품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을 터.
덴파구미.잉크(でんぱ組.inc) < DEMPARK!!! >
워낙 이런 정보량 많은 빡센 아이돌 사운드를 좋아하다 보니 어김없이 이 작품을 지나치지 못하고… 이전에 리뷰에도 썼듯 현란하게 몰아치는 시리츠에비스츄가쿠의 < 金八 >와 모모이로클로버의 < バトル アンド ロマンス >가 떠오르는 것에 더해, ‘테마파크’라는 방향성을 덧붙인 덕에 듣는 순간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와 있는 듯한 간접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プリンセスでんぱパワー!シャインオン!’에서의 가슴뭉클함은 말라 붙었던 동심마저 살아나게 할 판. 다소 정신 없어도 그런 버라이어티함과 과할 정도의 활기가 가끔은 맘에 들때도 있는 법이다. ‘라이브함’이라는 장점이 어느 때보다도 적재적소에 발휘되고 있다는 점이 앨범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 요인이라면 요인일 듯. 적응이 힘들어도 조금만 더 버텨보도록 하자. 혹시 아는가, 인생 앨범을 만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