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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21. 2023

[23-01-01] 주간제이팝

마카로니엔피츠, 유리, 백 넘버, 사와노히로유키누지크 등

[Single]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えんぴつ) ‘リンジュー・ラヴ’

들으면 들을수록 마카로니엔피츠의 록 사운드는 기존의 일본 밴드들과 방향성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 영미권의 유산을 활용함과 동시에 로우파이의 질감이 난다고 할까. 더불어 벌스 - 후렴과 같은 스탠다드한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역시 그들의 곤조가 장난 아님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곡 전체적으로 스며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대중성 등 그들을 왜 차세대 록 스타로 거론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여실히 증명하는 트랙. 정말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창성이라는 생각이. 


츠유(ツユ) ‘傷つけど, 愛してる。’

보카로P 푸스(ぷす)를 주축으로 하는 3인조 밴드의 신곡. 애니메이션 < 도쿄 리벤져스 성야결정전 >의 타이업으로, 게임음악 위주의 타이업이었던 이전에 비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릴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은 셈이다. 키보드가 부각되는 스피디하고도 타이트한 짜임새의 사운드는 어찌 보면 보카로P 출신 뮤지션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스타일이긴 하지만, 워낙 그 완성도가 좋아 도드라지지 않는 독자성에도 왠지 납득해버리고 만다. 그만큼 보컬 레이가 가진 호소력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듯. 


유리(優理) ‘ビリミリオン’

이미 라이브 투어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팬들 사이에서는 정식 릴리즈를 바라왔던 바로 그 곡이다. “스스로 생각해 선택한,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자”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응원송으로, 특유의 어쿠스틱한 곡조 및 6/8박자의 진행,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틱해지는 편곡 등 전반적으로 세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 느껴지기도 한다. 담백하게 그려낸 뮤직비디오의 애니메이션에도 주목할 만. 


나토리(なとり) ‘猿芝居’

’Overdose’의 바이럴 히트를 통해 일약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19세의 싱어송라이터 나토리.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이후의 커리어를 통해 그 주목도를 성적으로 환원할 수 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한 어플리케이션에서 조사한 Z세대가 고른 2023년 상반기 히트할 것 같은 아티스트 1위에 꼽히기도 한 그의 신곡은, 거칠거칠한 비트 메이킹과 무게감 있는 베이스를 기반으로 중저음 위주의 음역대로 자신의 대중성을 풀어내고 있다. 아마도 이전에 비해 부담이 커졌을 것 같기도 한데, 지금부터가 그의 진정한 커리어가 시작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2023년 자신이 보여줄 행보에 대한 암시를 건네는 듯한 작품.


와누카(和ぬか) ‘LOVE is’

원래 트렌디한 음악하던 아티스트 아니었던가. 그의 신곡은 이전과는 명확히 차별화 되는, 필리 소울과 시티 팝의 절묘한 결합을 기반으로 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어찌 된 영문이야 하고 크레딧을 봤더니 편곡 : 햐카이오토(100回嘔吐)가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납득. 햐카이오토야 즛토마요의 노래들에서 그 역량을 충분히 확인했으니까. 근데 편곡에 햐카이오토가 참여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님에도 이번에 이런 곡을 선보였다는 것은 아주 이번에 각을 잡고 있었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자신의 음악적 영토를 넓히고 있는, 커리어에 있어도 의미있는 작품. 



[ALBUM]


백 넘버(back number) < ユーモア >

4년이라는 꽤나 오랜 시간을 지나 발매된, 어느덧 돔 투어급 밴드로 성장한 팀의 7번째 정규작. 사실 언뜻 듣기에는 이전의 그들과 큰 차이점은 없는, 기존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본래 팀의 매력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매너리즘이 느껴지기도. 기존 히트곡들이 가지고 있는 선율의 자연스러운 멋보다는 조금은 인위적인 멜로디 진행이 언뜻 언뜻 감지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여튼 요 몇년간 아이코(aiko)의 신곡들을 접할 때의 감상과 비슷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좀 엄격한 잣대를 내세워봤지만, 이러나저러나 듣기에 부담 없는 보편성으로 무장한 작품이라는 것은 여지 없는 사실.


라이산(礼賛) < WHOOPEE >

아무런 정보 없이 앨범을 쫙 훑고는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혹적인 향기를 내뿜는, 랩과 보컬을 넘나들며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보컬과 신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급의 합주. 알고보니 그들의 정체는 오와라이(개그) 콤비 라란도(ラランド)의 클레어(CLR, 사야)를 중심으로 뭉친 팀이라고. 이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카와타니 에논. 그의 솔로 프로젝트인 비테이케이카쿠(美的計画)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결성된 팀의 첫 정규작으로, 카와타니 에논과 클레어의 창작 역량이 시너지를 이루며 꽤나 좋은 하모니를 들려주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훌륭한 작품이다. 


키미시마 오오조라(君島 大空) < 映帯する煙 >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앰비언트나 칠 뮤직과의 조합을 통해 특유의 독창성을 발휘해 온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가 바로 키미시마 오오조라다. 개인적으로는 최애 뮤지션 중 하나인 요시자와 카요코의 세션을 도맡음과 동시에 여러 콘텐츠에 동반 출연하는 일이 많아 자주 보게 되는 얼굴이기도. 기타 한 대에 노래를 녹음한 다음 점차 여러 소스를 붙여나가는 형식과, 라이브 멤버와의 호흡을 중시한 구성을 교차시키며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듣다 보면 몽환적인,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사운드 스케이프로 하여금 그의 세계에 빨려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모호하지만 그 느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세계, 그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면.


사와노히로유키[누지쿠](Sawanohiroyuki[nZk]) < V >

영화/드라마/게임의 사운드트랙 뿐만 아니라 작/편곡을 비롯한 아티스트 활동에도 두각을 보이고 있는 사와노히로유키의 보컬 프로젝트인 사와노히로유키[누지쿠]의 5번째 정규작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요소를 끌어들여 자양분으로 삼는 그의 스타일로 하여금 이번 작품 역시 굉장히 다양한 음악적 갈래를 만끽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그의 일반적인 작품보다 조금 더 정돈된, 트렌디한 댄스 뮤직에 집중하고자 했다는 느낌.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그 외에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곡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라코(Laco)를 비롯, 요루시카의 스이나 리갈 리리의 타카하시호노카, 하타 모토히로나 JO1의 코노 준키와 요나시로 쇼, 무려 그 차게앤아스카의 아스카까지 피쳐링 진으로 끌어들이며 일본 음악신 대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나 스이의 활용은,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일면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인상적. 

데님스(DENIMS) < ugly beauty >

일본은 확실히 자수성가하는 팀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팀 역시 2012년에 결성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이제서야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 이런 상황에서 선보인 세번째 정규작은, 그들의 청량하고도 무해한 록 사운드를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결합해 최대한의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과함 없이 담백하면서도, 정확히 포인트 주는 법을 아는 팀의 송라이팅과 합주가 은은히 하지만 단단하게 사람들 마음 속에 뿌리내릴 법하다. 캐치한 멜로디와 함께 깊은 여운을 주는 ‘LAST DANCE’가 특히 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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