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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an 28. 2023

[23-01-02] 주간제이팝

신보가 쏟아지는 한주였습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도 참고 부탁드립니다~


[Single]


스이요비노캄파넬라(水曜日のカンパネラ) ‘赤ずきん’

1기 보컬인 코무아이의 카리스마성을 가뿐히 넘어선 ‘エジソン’의 히트는 이 팀이 가진 음악적인 힘이 얼마나 강력한가, 그리고 우타하의 보컬이 얼마나 이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명쾌하게 제공해 주는 사건이었다. 신곡 역시 미니멀하면서도 유니크한 비트를 중심으로 보컬과 랩을 오가는 우타하의 존재감이 명확히 새겨져 있는 트랙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히려 음악적인 매력은 지금이 더 우위가 아닌가 할 정도로, 퍼포머의 소화력이 발군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보여줄 유닛의 전망이 밝아보인다.


인디고 라 엔드(indigo la end) ‘名前は片思い’

평소와는 다른 무드의 인트로와 키보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레트로한 감성의 벌스가 단숨에 듣는 이를 끌어당긴다. 밴드 사운드의 결은 살짝 누르고 팝적인 느낌을 보다 강조한 듯한 전개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오는 신곡으로, 특히나 곡 전반에 걸쳐 있는 캐치한 선율의 힘이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요 몇년간 들은 밴드의 곡 중 가장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요나오(yonawo) ‘Love feat. Skaai’

마치 꿈결을 거는 듯한 사운드 스케이프와 마치 말을 하는 듯한 워딩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보컬 퍼포먼스. 팀이 지향하는 바를 음악으로 설득력있게 구현하고 있는데, 노을이 지는 해변가라던가 네온사인이 켜져 있는 텅빈 도시의 도로라던가,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는, 소리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마치 내 주변으로 펼쳐지는 듯한 감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 


우라카미 소우키(浦上 想起) ‘遠ざかる犬’

마치 피치카토 파이프 초창기 음악을 토쿠마루 슈고의 어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랄까. 대중음악인듯 아닌듯, 그 경계 어딘가에 걸쳐 있는 이 작품은, 우리가 ‘팝’하면 떠오르는 그런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한 이색적인 스타일의 곡으로 완성되어 있다. 초반의 피아노를 비롯한 여러 악기들의 조합들은 총천연색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데, 이는 마치 영화 OST 같기도 하고, 클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소리를 겹쳐내는 ‘다중녹음 음악가’로서 활동하던 그이기에 발할 수 있는 유니크함, 음악 애호가들도 쉽게 경험해보지 못했을 그 새로운 즐거움이 반갑다.


신시아(Sincere) ‘Sixteen, Fifteen feat. oceanfromtheblue)'

신예 R&B 싱어송라이터인 신시아의 새 싱글은, 국경을 넘는 콜라보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젊은 날의 아련한 러브송. 흐릿하면서도 축축한, 여운이 남는 신시사이저에 실어내는 감성적이면서도 유려한 보컬, 여기에 한국어로도 무리없이 이 곡의 감정선을 가져가는 오션프롬더블루의 완성도 높은 피쳐링이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막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가치가 충분함을 보여주고 있는 노래.



[ALBUM] 


카네코아야노(カネコアヤノ) < タオルケットは穏やかな >

포크 기조의 심플한 운용을 선보였던 전작 < よすが >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개벽할 만한 변화라 할 만하다. 내가 앨범을 잘못 플레이했나 싶을 정도의 디스토션과 노이즈가 몰아치는 첫곡 ‘わたしたちへ’부터 그는 앨범의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밴드 편성을 통한 슈게이징과 사이키델릭, 블루스의 잔향을 묻혀낸 그만의 록 사운드가 그의 심지 굳은 목소리와 함께 날카롭게 파고드는 형국. 


초반을 지나면 미니멀한 ‘季節の果物’ 같은 기존 무드의 곡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전반적인 사운드 측면으로 보자면 ‘맥시멀리스트로서의 카네코아야노’를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중반부에 갑작스레 태세를 전환하는 ‘予感’을 추천. 4월부터 밴드편성의 투어를 시작한다고 하니, 관심있는 이들은 이쪽을 노려보는 것도. 


호시마치스이세이(星街すいせい) < Specter >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타부치 토모야가 작사/곡을 맡은 첫곡 ‘灼熱にて純情(wii-wii-woo)’에서의 빨려들어갈 것 같은 속도감을 시작으로, 타이트하고도 스피디한 곡조가 숨쉴 틈을 주지 않는 V-Tuber 아티스트의 두번째 정규작. 키타니타츠야나 요아소비의 아야세, 폴리스피카델리, 진 등 보카로P 중심으로 짜여진 프로듀서 진은 우선은 일반 대중에 앞서 서브컬쳐 신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의 보컬 역량은 흠이 없지만, 사운드 측면에서 약간은 보카로P 특유의 전형성이 조금은 식상하게 다가오기도. 그런 흐름에서 ‘みちづれ’를 제공한 아야세의 스펙트럼이 새삼 넓구나 싶다. 아직은 메인스트림과 서브컬쳐 중간에서 애매하게 서 있는 인상이 강한 작품. 


렉스(LEX) < King of Everything >

현 시점 일본 힙합 신에서 가장 파워있는 이름이자 10대의 관심을 한몸에 독차지 하고 있는 렉스. 한 해에 한 장 앨범 발매 주기로 달려온 지도 벌써 5년째로, 넘쳐나는 창작에 대한 욕구가 그의 고공비행에 더욱 큰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템포와 무드의 잦은 변화를 통해 강한 어프로치를 빚어내는 ‘King of Everything’을 시작으로, 다양함을 전제한 사운드와 멜로디어스한 랩-싱잉 기반의 퍼포먼스가 설득력 있게 전개되고 있는 작품이다. 영국의 BEXEY, 미국의 Matt OX나 Kid Trunks 등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연에도 주목할 만. 이 앨범을 들어보면, 그의 행보가 더욱 그 스케일을 키워가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마사키 아유미(浜崎 あゆみ) < Remember you >

4월에 데뷔 25주년을 맞이하는 하마사키 아유미. 한때 여솔로 3대장이라고 불리던 아무로 나미에나 우타다 히카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옅어진 인상이지만, 그래도 그만큼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공연을 이어간 이도 없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앨범은 전작으로부터 무려 6년만의 작품. 18번째 스튜디오 앨범이 되는 본작은, 카리스마 있는 강한 어프로치의 사운드와, 동시대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특유의 섬세한 가사가 중심이 되는 발라드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 인상. 


여러모로 트렌디한 사운드를 시도하고자 했으니 다소 철지난 EDM과 제이팝 특유의 정서가 섞여 조금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을 주는 것은 조금 아쉽다. 한때 에이벡스의 영광어린 시대를 이끈 카즈히로 하라나 카즈히토 키쿠치의 작품을 오랜만에 들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마츠토야 유미의 ’春よ、来い’ 커버가 의외로 듣기 괜찮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 것으로. 


문 드롭(moon drop) < 僕の唄で君に永遠を >

“러브송만을 줄곧 노래하는 밴드”로 자신들을 정의 내리는 문 드롭의 메이저 두번째 정규작.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텀에 내놓는 작품인 만큼 전작과 유사한 방향성을 더욱 구체화해가는 모습이다. 명확한 콘셉트하에 써내려가는 좋은 선율과 완성도 높은 합주는 분명 돋보이지만, 보편성이 팀의 개성을 앞질러가는 듯한 느낌. 아마 나에게만 감지되는 지점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밴드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 


알리(ALI) < MUSIC WORLD >

9인조로 시작해 어느덧 3인조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첫번째 정규작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몇번 소개하긴 했었지만 이 팀은 혼혈 및 해외 국적을 가진 멤버로 이루어진 다국적 음악집단. 음악 역시 펑크나 디스코, 힙합, 얼터너티브 록의 크로스오버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에 보사노바나 라틴 등 로컬 뮤직의 요소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 


본작은 여러 게스트 세션을 비롯해 AKLO, 크리피 넛츠의 알-시테이(R-指定), MFS 등 다양한 피쳐링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성공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에서 비롯된 풍부한 음악성과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이국적인 무드, 자유로움을 기반으로 빚어내는 하모니 등 여러 들을거리가 충분한 작품으로 자리한다. 이 팀의 장점을 곧바로 확인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야마시타 타츠로의 ‘SPARKLE’ 커버곡을 먼저 들어볼 것. 자연스럽게 다른 트랙으로 손이 가게 되리라 확신한다.


사토 치아키(佐藤 千亜妃) < TIME LEAP >

우타다 히카루의 ’Automatic’ 인트로를 샘플링한 첫 곡 ‘タイムマシーン’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역시 본인이 건드려보지 않은 장르에의 탐구가 미니 앨범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솔로 활동 이후로 일정한 영역에 구애받지 않은 자유로운 음악생활을 이어왔기에 이번 작품이 그렇게 예상외로 다가오진 않는데, 여기엔 준수한 결과물 역시 상당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중독적인 후렴구와 함께 에코(a子)와의 자연스러운 콜라보레이션이 인상적인 ’melt into’, 레트로한 신스 팝의 매력을 한껏 살리고 있는 ‘CAN’T DANCE’ 등 짧은 러닝타임에 많은 시도와 아이디어를 응축한, 아티스트의 저돌적인 애티튜드가 돋보이는 EP다. 


카네요리마사루(カネヨリマサル) < わたしのノクターン >

확실히 이젠 ‘프로’라는 느낌. < MY FAVORITES >(2020)부터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3인조 걸밴드의 메이저 첫 정규작은, 센스는 좋았으나 조금은 헐거워보였던 지난날의 모습을 일신해 완연한 밴드로서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자리한다. 첫 곡 ‘息をしているよ’에서 이미 합주와 보컬, 편곡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특히 보컬 치토세 미나의 섬세하면서도 심지 굳은 외유내강의 음색이 ‘카네요리마사루’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간만에 만나보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들이 색깔을 확실히 담아내고 있는 신예 걸밴드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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