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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06. 2023

[23-02-01] 주간제이팝

이나바 코시, 사우시 도그, 리갈 리리, 유키, 칠리 빈스 등



[Single]


이나바 코시(稲葉 浩志) ‘BANTAM’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프로듀서 츠타야 코이치를 맞아들여 선보인 이나바 코시의 근 7년만의 솔로작. 드럼을 배제한, 비즈에서는 보여주기 어려운 음악 색을 보여주고 있기에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곡이 아닐까 싶다. 기타의 디스토션이 곡의 중심에 있지만 보다 댄서블한 측면을 강조하고 있어서 그런지 ‘록’이 아닌 ‘팝’으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이와 함께 솔로 콘서트도 개최하는 등 올 한 해 ‘이나바 코시’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드높이는데 집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케렌미(KERENMI)  ‘boy(feat. Asmi & imase)'

츠타야 코이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가 지휘하는 솔로 프로젝트의 신곡도 같은 시기에 발매. 이번엔 틱톡을 중심으로 대활약중인 신예 아스미와 이마세를 섭외해 자신의 꿈을 테마로 트렌디한 비트를 세상에 수놓는 작품이다. 두 보컬의 합이 꽤 훌륭하다는 것이 이 노래의 미덕. 아스미야 미세스 그린애플과의 협업 곡에서 이미 그 재능을 확인한 이들이라면, 이 곡을 통해 이마세 역시 솔로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콜라보레이션에도 능함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우시 도그(Saucy Dog) ‘怪物たちよ’

영화 < スクロール >의 주제가로 낙점된, 이전의 곡들에 비해 무게감을 강조한 흐름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신곡이다. 자신들의 장기인 섬세한 감정선과 매력적인 선율은 유지하되 조금 더 밴드 사운드의 격렬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평. 뻔하게 가지 않고 후반부에 최대한 드라마틱함을 강조하는 구성이 특히 맘에 든다. 확실히 자신들만의 장점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트랙. 


나이브 슈퍼(Naive Super) ‘Thousand Visions’

나의 취향에 딱 걸려든 노래. 뉴웨이브/시티팝/칠아웃을 중심으로 한 신스팝 메이커 유시 이부키의 솔로 프로젝트가 선보이는 신곡이다. 살펴 보니까 2020년부터 꾸준히 싱글 단위의 작품을 발매한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퀸의 라디오가가와 케이트 부시가 생각나는 1980년대 댄스팝을 오마주한 트랙이라고. 왠지 낯익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자신만의 팝 센스 또한 여실히 느껴지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레트로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 신예 프로듀서의 눈에 띄는 음악적 성취라 할 만 하다.


리갈 리리(リーガルリリー) ‘60W’

리갈 리리는 못 참지. 길거리에 떠도는 젊은 이들의 감정을 센티멘탈하게 그려낸 어퍼 튠으로,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도 폭발적인 록 사운드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시원스레 달려나가는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광폭해지는 전개는 청춘이 가지고 있는 예측불허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신세이카맛테쨩(神聖かまってちゃん) ‘魔女狩り(feat. Gomess)’

코러스 활용과 특유의 악기 톤으로 하여금 그냥 인트로부터가 여지 없는 카맛테쨩 ㅋㅋ. 그런데 사실 이 노랜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고메스에게 주었던 곡을 셀프 커버한 트랙이라고. 대부분의 보컬 트랙은 고메스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고, 후렴과 코러스 및 연주 측면에서의 존재감을 보다 강조하고 있는 느낌. 원곡에 비해 신시사이저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원곡보다 이 쪽에 한 표. 

코디・리(李)(Cody・Lee(李)) ‘1096’

보컬인 다카하시 히비키가 고등학교를 중퇴한 시기에 만들었던 자전적인 곡으로, 앨범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함을 잠시 넣어두고 진솔한 표현법을 택한 밴드의 또 다른 노선이 자연스레 녹아있다. 본인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청춘같은 것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곡’이라고 하지만, 뭐 청춘이 일정한 의미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각자가 선택한 나름의 청춘이 있음을 점층적인 구성으로 담아낸, 무언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ALBUM]


유키(YUKI) < パレードが続くなら >
 어느덧 솔로 20주년을 맞이하는 그의 1년 10개월만의 정규작. 어느덧 11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특유의 음색을 통해 빚어내는 반짝이는 파퓰러함이 여전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간만의 록 스피릿을 느낄 수 있는 ‘My Vision’을 필두로, 보다 트렌디함을 추구했던 전작 < Terminal >과 달리 자신에게 어울리는 ‘유키만의 팝’을 재차 탐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몽환적인 무드 위에 그만의 유려한 워딩이 멋진 풍경을 완성하는 ‘Wild Life’, 이국적인 곡조와 후렴구의 캐치한 선율이 예상 외의 밸런스를 이끌어 내는 ‘Oh! ベンガル・ガール’을 특히 추천. 시간이 가도 빛바라지 않는 베테랑 아티스트만의 힘, 이는 꾸준히 활동한 자들의 것임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우루(Uru) < コントラスト >

일본 여성 발라드 신의 명맥을 잇는, 동시에 존재감 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영역을 굳혀가고 있는 우루의 약 3년만의 정규작이다. 전반적으로 ‘뻔하게 가지 않으려는’ 고민이 많이 겹쳐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흐름이며, 이를 통해 ‘싱어’에서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강하게 가져가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더불어 여러 뮤지션과의 협업 또한 작품을 다채롭게 만드는 데 일조. 


정석적이면서도 그 멜로디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게끔 만드는 ‘それを愛と呼ぶなら’, 조금 더 알앤비에 가까운 보컬 운용을 보여줌과 동시에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는 ‘恋’에서 느껴지는 보컬에서의 강점은 단연 발군. 요아소비의 아야세가 작곡에 참여해서 그런지 더더욱 요아소비가 떠오르는 ‘脱・借りてきた猫症候群’ 등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가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리그렛걸(reGretGirl) < tear >

첫 곡 ‘ギブとテイク’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리프가 ‘어 이번에는 노선을 좀 틀었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하지만 듣다보면 결국 살짝 변주를 넣었을 뿐 사랑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가사와 명쾌한 선율을 기반으로 하는 팝 록 이라는 기조를 여전히 꽉 붙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 그들의 장점을 명확히 살려내고 있으며, 어느 트랙이든 듣기 좋은 ‘킬링 파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슬로우 넘버가 늘어난 느낌인데, 확실히 히라베 마사히로의 보컬은 절절한 감정을 극대화하는 이런 스타일의 곡에 좀 더 최적화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죠오바치(女王蜂) < 十二次元 >

이 팀을 꽤 오랫동안 봐 온 것 같은데, 너무 앞서갔던 스타일과 음악성이 이제서야 시대와 발맞추기 시작한 느낌. ‘죠오바치라는 밴드가 어떤 밴드인가’를 가장 쉽고 흥미롭게 풀어냄과 동시에 처음 접하는 이들에 대한 접근성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팀의 최고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첫 곡 ‘油’에서의 보여주는 중독적인 코러스와 독특한 창법 및 이색적인 전개를 시작으로,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독특한 음악세계를 러닝타임 동안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밴드 편성이지만 기타 디스토션이 앞서는 일반적인 록 음악이 아닌, 그들만의 하이브리드 뮤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만큼 새로운 것을 찾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시도해 볼 만. 개인적으로는 10여년간의 시도가 드디어 정제를 끝마친 ‘완성형’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감격스러울 따름. 


게잔 & 밀리언 위시 콜렉티브(GEZAN & Million Wish Collective) ‘あのち’

문제작이라면 문제작일까. 하나의 생명체가 가진 분노와 기도로 가득차 있는 3년만의 신보는, 코러스 팀 밀리언 위시 콜렉티브의 힘을 빌어 만들어 낸 거대한 소용돌이와 같이 느껴진다. 나레이션과 노래를 오가는 스토리텔링, 어느 하나 예상의 범주 안에 들어오지 않는 파격적인 전개. 미술가 카토 이즈미가 그린 유화를 사용한 쟈켓에서 보여지는 미지의 무언가가 음악으로 구현되고 있는 듯한 감상을 가져다 주는, 그 독특함으로 하여금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사이키델릭과 슈게이징, 인더스트리얼에 재즈의 터치까지. 그야말로 혼돈의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신대륙. 


칠리 빈스.(Chilli Beans.) < mixtape >

뭐 원래도 어느 정도 감지되긴 했지만, 이 작품을 듣고 확실히 느꼈다. 아, 이 팀은 정석적인 밴드 사운드의 팀으로 기억되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는 팀이구나 라는 사실을. 코러스의 볼륨을 올리고 기타의 어프로치는 최소화 한 첫 곡 ‘daylight’의 접근법이야말로 이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운디(Vaundy) 특유의 그루비함이 녹아있음과 동시에 보컬의 합도 멋지게 들어맞는 ‘rose’, 기타 두대의 왜곡된 사운드가 흥미롭게 교차되는 ‘duri-dade’ 등 오히려 작년 나왔던 첫번째 정규작 보다도 본인들의 색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구체화 해 나가는 과정에서 툭 하고 떨어뜨린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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