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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20. 2023

[23-02-02] 주간제이팝

유리, 후루이 리호, 하루노, 어나니모즈 등 



[Single]


유리(優里) ‘恋人じゃなくなった日’

요즘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묭 다음으로 쇼츠에 많이 뜨는게 유리인거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 취향 어디 안간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ㅎㅎ 대중적인 멜로디와 보편적인 메시지, 뛰어난 가창력의 삼박자가 멋지게 합을 이루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신곡으로 그의 노래들의 속편격인 메시지를 들려주는 곡이다. ‘かくれんぼ’ - ‘ドライフラワー’ - ‘おにごっこ’ - ‘恋人じゃなくなった日’ 순으로 들으면 된다고. 역시나 준수하고도 탄탄한 보컬이 호소력있게 다가오는 곡으로, 기존의 그의 노래들을 좋아하던 이들이라면 딱히 싫어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후루이 리호(Furui Riho) ‘ピンクの髪’

임팩트를 줄 듯 말 듯 하는 초반의 비트메이킹이 인상적. 리드미컬한 보컬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는 신곡으로, 스포티파이/아마존 뮤직/애플 뮤직이 뽑은 2023년의 신예로서의 존재감을 뒷받침하기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나는 이미 2022년 올해의 앨범으로 그의 작품을 선정. 멜로우한 기조의 어반 뮤직을 기반으로,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자신의 역량을 좋은 선율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풀어내고 있다. 폼을 보아하니 확실히 올 한 해 기대해봐도 될 듯.


노벨브라이트(novelbright) ‘ラストシーン’

타케나카 유다이의 보컬은 언제 들어도 시원시원. 그리고 뭔가 애니메이션이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 열정, 꿈과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라 자주 타이업되는 것 같기도. 이번도 < 겁쟁이 페달 LIMIT PEDAL >의 2쿨 오프닝으로 대활약할 예정. 팽팽한 흐름 속에서 이어지는 하이 노트가 질주하는 록 사운드와 맞물려 밴드 특유의 스트레이트한 매력을 아낌없이 내뿜고 있다. 다만 너무 원 패턴 느낌도 있어서 슬슬 변화구를 준비해야할 시점이 것 같기도. 


마바누아(mabanua) ‘So Real (feat. Nicholas Ryan Gant & Suede Jury)’

사실 이 정도의 무드면 팝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한데… 블랙뮤직 신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프로듀서 겸 드러머 마바누아의 신곡은, 4번째 협업이 되는 싱어 니콜라스 라이언 간트와 그의 친구인 래퍼 스웨이드 쥬리를 불러들여 현지 최전선의 알앤비 팝 + 제이팝의 이샹항을 탐구하고 있는 야심작. 초기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부분을 실현시켰다는 그의 말은 과연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키보드의 영롱함과 보컬 퍼포먼스의 감미로움, 퍼커션의 역동성이 돌아가며 이를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음악팬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트랙이다. 


하루노(春野) ‘Venus Flytrap feat. 佐藤千亜妃’

베이스가 선사하는 넘실대는 그루브와 공간감 있는 신시사이저의 하모니. 파트를 번갈아 오다 조금씩 겹쳐지는 두 사람의 보컬이 곡의 매력을 조금씩 구체화해가는 과정이 꽤나 흥미롭다. 카테고라이즈되는 연애관과 인간관계로부터 빠져나오려 애쓰는 모습을 가사로 표현했다고. 튀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인상을 남기는 리얼 세션 기반의 트랙 메이킹, 디스코 리듬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하루노의 보컬과 사토치아키의 존재감까지 챙기는 프로듀싱에서 그의 진화를 엿보기에 충분한 노래다.  


[ALBUM]


어나니모즈(Anonymouz) < 11: 11 >

이 아티스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마 2020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예사롭지 않은 가창력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음악성의 조화. ‘익명’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신비로움을 풍기던 아티스트의 메이저 데뷔앨범이 드디어 완성. 무려 18곡의 어마어마한 볼륨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이전에 발매했던 싱글은 딱 두 곡만 수록되어 있을 뿐. 


내용물은 전반적으로 JPOP 보다는 블랙뮤직 기반의 글로벌 지향의 트렌디한 음악들이 자리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수록곡들을 통해 유니크한 팝 센스를 전방위로 발하고 있다. 리드미컬하면서도 통통 튀는 느낌의 ‘Ladder’와 비장한 현악세션이 가미된 중후함이 빛나는 ‘River’의 대비는 그가 점유한 바운더리가 얼마나 넓은지를 짐작하게 만들터. 긴 러닝타임에도 결코 흐트러짐이 없는 결과물로 그간의 기대를 지지로 환원시키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미레이의 데뷔 정규작이 떠오르기도.


히로바(HIROBA) < HIROBA >

이키모노가카리의 멤버 미즈노 요시키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솔로 프로젝트 히로바의 첫 정규작. 단순히 음악 뿐만 아니라 소설과 이벤트를 동반한 퍼스널 플랫폼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도인데, 아마 그룹 시절의 음악을 생각하고 들으면 많은 부분에서 생소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특유의 대중성을 담보하고는 있지만, 이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실험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 또한 사실. 


기존에 선보였던 싱글과, 5명의 작가들과 함께 5개의 곡과 소설을 만들어 책으로 선보인 < OTOGIBANASHI >의 결과물들을 한데 모은 작품인만큼, 히로바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결과물로 만들어져 있다. 이토 사이리, 사카모토 마야, 에모토 타스쿠, 요시자와 카요코, 사키야마 소우시, 오오츠카 아이, 타카하시 유 등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보컬로 기용하고 있으며, 편곡자로서도 천재 뮤지션으로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하세가와 하쿠시나 아이묭의 든든한 조력자인 토미 요, 세부 히로코 등 너무나도 상이한 음악성의 주역들이 등장해서 그런지 작품 자체는 굉장히 다채로우면서도 당혹스럽기도. 차라리 ‘미즈노 요시키’라는 이름을 지우고 듣는 게 수용하기에는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야플(Yaffle) < After the chaos >

후지이 카제, 이리, 시럽, 시바사키 코우 등 장르에 관계없이 현 음악 신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프로듀서이자 트랙 메이커, 작곡가 야플이 선보이는 실험적인 한 장. 국립음악대학을 졸업했던 이력으로 하여금 자신의 뿌리에 있는 클래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중음악과 엮어보려는 야심찬 시도가 담겨 있는 크로스오버 앨범이다. 개인적인 노스탤지어를 담은 소설과도 같은 작품임과 동시에, 혼란스러운 현 시대에 있어 희망과 사랑을 언급하고 있기도. 


보컬 트랙과 인스트루멘탈이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보컬 트랙이라고 해도 ‘Stay in the light’ 처럼 클래식에 가까운 진행을 보이고 있다던가, 본격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펼쳐보이는 ‘Mercy through the Clouds’ 등 일반적인 팝 뮤직과는 확실히 거리를 두고 있다. ‘야플’이라는 이름으로 펼쳐내는 정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는 이들이라면, 굳이 이 작품을 외면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베 마오(阿部 真央) < Not Unusual >

전작 < まだいけます > 이후 3년만의 신보로, 메이저 데뷔후 겪었던 갈등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예전엔 내 이미지에 매달리듯 노래했지만, 이젠 지금의 내가 낼 수 있는 역량을 전달한다는 스탠스”라는 이야기를 듣고 감상해서 그런지, 다소 드라마틱함을 강요하는 느낌이 있었던 이전 노래들에 비해 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느낌. 더불어 전반적으로 반주의 단촐함을 통해 보컬의 진솔함을 극대화하는 프로듀싱을 감지할 수 있는 앨범이다. 어느 때보다도 차분한 느낌의 슬로우 넘버가 가득, 한껏 진화한 그의 가창을 한껏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다치 카나(足立 佳奈) < Seeker >

데뷔 5주년인 작년 4월부터 매월 선보였던 곡들과 신곡 ‘Seeker’을 묶어 선보이는 싱어송라이터 아다치 카나의 4번째 오리지널 앨범. 전반적으로 팝과 블랙뮤직을 적절하게 섞은 리드미컬한 트랙들을 수록하고 있으며, 보컬 역시 드라마틱함을 강조하기 보다는 그 노래에 담긴 감정을 차분하고도 지긋이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인상이 아쉬우며, 스타일 역시 아직 명확히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한 느낌이. 그래도 캐치한 선율이 무기인 리드트랙 ‘Seeker’, 타니 유키와 함께 한 ‘ゆらりふたり’ 등에서 느껴지는 제이팝과 트렌드의 중간 어딘가에 그의 음악적 자아가 자리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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