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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r 05. 2023

[23-03-01] 주간제이팝

에메, 히츠지분가쿠, 야바티, 쿠루리 등



[Single]


에메(Aimer) ‘escalate’

애니메이션 < 니어 오토마타 Ver 1.1a >의 주제곡으로,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웅장하면서도 비장한 록 트랙이 좋은 합을 보이며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곡이다.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부스트 삼아 달려나가는 후반부는 가히 장관. 그 속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는 에메의 보컬 퍼포먼스 또한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젠 없겠지만, 아직도 에메를 아니메 타이업 전용 가수라고 평가절하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 편견의 고리를 끊을 마지막 한 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히츠지분가쿠(羊文学) ‘永遠のブルー’

작년 선보인 앨범 < our hope >가 최근 < 제 15회 시디 숍 대상 >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음악성과 화제성을 일거에 획득하고 있는 밴드의 기세가 생생히 담겨 있는 신곡. 특유의 세피아 톤 사운드가 휘감은 여러 오갈데 없는 감정들은 우리 모두가 가진 거대한 맘 속 소용돌이를 재차 인식시키는 듯 하다. 점점 자신들의 브랜드를 공고히 해 나가는 중임을 여실히 알 수 있는 트랙으로 자리하고 있다.


니쥬(NiziU) ‘Paradise’

극장판 애니메이션 < 도라메몽 : 노비타와 하늘의 유토피아 >의 주제가로, 퍼포먼스가 주력인 KPOP 스타일 아티스트임에도 리얼 세션 위주의 슬로우 넘버를 싱글로 발매하는 것이 다소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트랙이다. (어찌어찌 안무를 얹긴 했는데 영... ) 스탭 롤이 올라갈 때 여운을 주며 마무리하기 좋은, 여운을 남기는 무드를 담고 있으며, 작사/곡에 스트레이 키즈의 스리라차가 참여하기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히카리토다이치(ひかりとだいち) love SOIL&”PIMP"SESSIONS ‘eden’

폴더(Folder) 멤버로도 알려져 있는 배우 미츠시마 히카리가 개인 레이블 < Rhapsodies >를 설립 후 처음으로 찾은 이는 바로 옛 폴더의 멤버이기도 했던 미우라 다이치. 자신이 가사를 쓰고 작곡/편곡에 가담한 소일 핌프 세션의 재지한 감성까지 더해지며 새출발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정의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장르 특유의 즉흥적인 플레이가 가창자들의 퍼포먼스와 잘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아내는 등 새로운 행보에 대한 각오가 느껴지는 노래.


마르시(マルシィ) ‘大丈夫’

< 전일본고등학교 / 전일본중학교 치어리딩 선수권 대회 >를 응원하는 포카리스웨트 웹 무비에 주제가로 사용되고 있는 밴드의 신곡. 슬로우 넘버 위주로 활동해 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질주감 넘치는 상쾌한 곡조를 기반으로, 삶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매일 조금씩 전진하는 자신을 신뢰하자는 응원의 메시지도 담아내고 있다.


피플 원(PEOPLE 1) ‘Ratpark(feat.스가와라 케이(菅原 圭))

트윈 보컬 중 도이(Deu)가 전면에 나서 스가와라 케이와 함께 전에 없던 시너지를 내뿜는 트랙으로, 이전의 작품들에서 일신한 치밀하고도 촘촘한 보컬로이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두 음색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달아가는 디스토션의 질주가 방점을 찍는 구성. 어느 한 스타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회심의 카드 한 장.


사카구치 아미(坂口 有望) ‘下克上’

타이트하면서도 댄서블한 비트, 특정 구절의 반복을 통해 파생되는 리듬감이 중독성을 보장한다. 고등학교 때 쓴 곡이지만 지금까지 라이브에서 한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신곡으로, 3월 4일부터 시작하는 자신 최대 규모의 투어의 전초전격인 노래이기도 하다.



[ALBUM]


야노 아키코(矢野 顕子) & 노구치 소이치로(野口 聡一) < 君に会いたいんだ、とても >

장르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참신한 스타일로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야노 아키코,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로. 언뜻 보면 전혀 연결고리가 없을 이들이지만, 야노 아키코가 동경해 마지 않았던 우주에 대한 관심으로 성사된 콜라보레이션 앨범이다. 노구치 소이치로가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우주에 체류하며 써내려간 가사를 단촐한 피아노 연주와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완성한 기적과 같은 14개의 트랙이 지구의 하늘을 수놓고 있는 중. 오롯이 하나의 악기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만들어 내는 광활하면서도 역동적인 시세계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킬 듯 하다.


야바이티셔츠야상(ヤバイTシャツ屋さん) < Tank-top Flower for Friends >

특유의 허를 찌르는, 유쾌하면서도 공감할 법한 가사에서의 개그감각은 여전. 여기에 고교 합창 대회를 위해 만들어진 청춘 송 ‘hurray’와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완성한 ‘ZORORI ROCK!!!’과 같이 다양한 소재로 뻗어남과 동시에 키보드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미니멀 트랙 ‘インターネットだいすきマン’과 펑키함을 강조해 다른 면모를 선보이는 ‘dabscription’ 등 여러모로 풍성하게 다가오는 야바티의 5번째 정규작이다. 전반적으로 시바타아리보보의 보컬 비중이 늘어난 느낌이며, 록 마니아들의 가슴을 들끓게 하는 밴드의 전매특허 넘버들도 건재하니 기존의 팬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


쿠루리(くるり) < 愛の太陽 >

의뢰를 받아 제작했던 타이업 곡들을 비롯, 작년에 선보였던 작품들에 ‘Smile’을 더해 발매한 그들의 통산 두번째 EP다. 최근의 정규작들이 굉장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작품은 전반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의 원류, 가장 원초적인 팝 센스를 담고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넘치지 않음과 동시에 잔잔하고도 은은한 특유의 대중성이 ‘쿠루리스러움’이 무엇인지를 재차 상기시키는 느낌. 클래시컬한 관악 세션의 터치가 묻어 있는 ‘Smile’과 함께 여유로운 주말 낮을 만끽해보도록 하자.


요기 뉴 웨이브스(Yogee New Waves) < A.Y.A e.p >

첫 곡 ‘A.Y.A’의 넘실대는 그루브함이 기분 좋게 살랑인다. 베이스로 럭키 테잎스의 타구치 케이토, 건반에는 서치모스의 타이헤이를 맞아 들이는 등 동세대 뮤지션들과 합을 맞춰 만들어 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고해상도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네 곡들이 미니 앨범이다. 보컬 트랙을 과감하게 제외한 ‘Sora wo Tobu Yume(Session)’의 느긋함은 이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별미이며, 그 밖에 푸르른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지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감상을 가져다주는 트랙들이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 충실히 자리하고 있다.
 

마사요시 이이모리(MASAYOSHI IIMORI) < PARALYZD >

한창 때의 스킬렉스를 떠올리게 하는 덥스텝 스타일의 자극적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많은 이들에게 추앙받고 있는 디제이자 트랙메이커 마사요시 이이모리의 새 미니앨범. 레오루나 아사키 등을 통해 그의 음악을 만나본 이들이라면, 이 작품에 담겨 있는 다이나믹함과 강렬함이 그리 낯설진 않을 것이다. 선공개 했던 아사키 피쳐링의 ‘pure boi’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스트루멘탈 트랙이며,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강하게 담겨 있는 공격적인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주마디바(JUMADIBA) < nobori - 上り>

거친 사운드를 기반으로 발군의 플로우를 선보이는 래퍼 주마디바의 믹스테잎. 심플한 반주 구성이지만 그 여백을 자신의 목소리로 거뜬히 메워내는 모습이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듣는 이의 상상력을 부추기며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피쳐링으로는 애플 광고 기용으로 화제를 모은 트랙 메이커 유닛 피터파커69의 Jeter, 애틀란타와 요코스카를 거점으로 하는 CFN MALIK 등이 참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게 캐치하지 못하는 것들을 예리한 감각으로 낚아채 펼쳐 놓는 그의 역량이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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