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VA LA ROCK 2023 > 5/5(금), 5/6(토) 관람기
* 아티스트 공연 사진은 공식 홈페이지의 사진을 인용하였으며, 각 사진에 대한 작가도 표기해두었습니다. 문제가 있을 시에는 즉각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 アーティスト公演の写真は公式ホームページの写真を引用し、各写真に対する作家も表記しておきました。 問題がある場合は直ちに削除するようにします。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어느덧 한 풀이 꺾인 시점에서이제 슬슬 일본 로컬 페스티벌을 방문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요. 여러 선택지 중에서 고민하던중, 엘레가든의 출연 소식을 듣고 2019년에 이어 다시금 비바 라 록 방문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재팬 잼도 심각하게 고려하긴 했었는데, 그래도 엘레가든을 저버리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경험상 굉장히 쾌적하고 편한 페스티벌이었다는 기억이 있어, 다시금 5월에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비바 라 록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대표적인 골든위크 로컬 페스티벌 중 하나인데요. 음악잡지 < MUSICA >를 창간해 운영중인 음악평론가 시카노 아츠시의 주도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시카노 아츠시 나름 친 미디어적인 평론가라, 여러 미디어나 프로모션, 무대 등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마다하지 않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이번에도 여러 스팟에서 깨알같이 존재감을 어필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이번 비바 라 록에 참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플리케이션의 활용도가 대폭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타임테이블 확인 및 나만의 일정 만들기, 구역별 혼잡도, 식당 목록 확인 정도가 가능했다면, 이번엔 티켓 및 굿즈 사전구매 등을 모두 앱으로 가능하도록 구축해 놓았습니다. 특히나 굿즈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 줄을 서지 않도록, 사전에 추첨을 통해 본인의 차례가 돌아오는 예상시간을 안내하고 있었으며, 별도의 앱을 하나 더 설치하면, 현장 위치 정보 인식을 통해 아티스트별 굿즈 목록 및 품절 현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쓸데없이 발품을 팔 필요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코로나 관련 정책에 있어서는 마스크 착용 및 함성을 완전 자율화. 관람 시 모싱이나 다이브 역시 자율에 맡기고 있었습니다. 대신 과격한 액션이 예상되는 아티스트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토요일의 경우, 스탠딩 에리어 양 쪽 끝에 ‘うっとりエリア’라는 공간을 지정해 조용히 관람하고 싶은 이들을 배려하는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모싱과 다이브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하는 페스티벌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바 라 록은 철저히 ‘책임과 배려를 통한 자율화’를 강조하고 있었달까요.
그 밖에 스탠딩에 인원이 몰리면 그 즉시 관객석에서 스탠딩 석으로 내려오는 통로를 통제해 인원을 적절하게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통제하고 있었으며, 스탠딩 석 일부에는 키즈존과 배리어 프리 존을 겸하는 공간을 배정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유도 중이었습니다. 특히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귀마개 굿즈도 판매하는 등 저연령층에 대해 고심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죠.
지역 산업 및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도 활발했습니다.사이타마에 위치한 유명 맥주 양조장인 코에도와 콜라보를 통해 시그니처 맥주를 양조해 판매하기도 하고, 푸드코트 한편에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감수한 음식들을 판매하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밴드들의 이름을 딴 인스파이어 음료들도 팬들의 발길을붙잡는 등 여러 재미있는 기획들도 곳곳에 깨알같이삽입되어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네요.
그러면 지금부터 관람한 아티스트들의 감상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전체 5일 일정 중 이틀, 5/5(금)과 5/6(토) 공연을 관람했고요. 첫날은 신예 중심, 그리고 괜시리 눈물나는 라이브, 둘째날은 베테랑 중심, 록 본연의 에너지가 전해졌던 라이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여러분들도 죽 읽어보시면서 보고 싶은 아티스트들을 픽해보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1. Mirror
2. Freefall
3. Mongoose
4. shinsou
5. KODOU
6. rainy
7. 光
확실히 아무리 말랑말랑한 블랙뮤직 기반 팀이라고 해도, 라이브에서 마냥 얌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였습니다. 라이브 도중 내뿜는 열기만큼은스튜디오 작품으로 느끼기 힘든 매력을 보여주었고,특히 초반 3곡 ‘Mirror’, ‘freefall’, ‘Mongoose’에서 폭발적인 에너지와 이에 대한 관객의 호응은 페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하모니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후반부는 전반에 비하면 다소 차분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측면에서의 매력을 보여준 무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조금 더 큰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1. I LOVE ME
2. LOG OUT
3. ring ring, you kill me
4. 超破滅的思考
5. paranoia
6. escape from
7. クロニクル
8. おまえのドリームランド
재킷에서의 그 무서운 분은 어디 가시고 아이돌 하실 법한 비주얼의 아티스트가 등장. 무대에 세팅되어 있던, 샤머니즘을 연상케 하는 각종 물품과 인형들이 약간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조명도푸르고 붉은 색감을 적극 활용함으로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을 주려고 의도한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 아티스트로서는 특이하게도 ‘촬영을 허가’ 했다는 점이었는데요. 아마 5일간의 일정 중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이 가능했던 것은 아사키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지향점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는데요.
전체적으로 볼륨을 크게 주고, 혼란스러운 사운드를마구 쏟아내는, 그야말로 ‘하이퍼 팝 그 자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아사키는 화려한 비주얼과 MC를 통해 자신의 스타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고요. “자신의 안에 있던 가장 괴로웠던 순간을 떠올려 봐주길. 그리고 내가 지금부터 그 기억들을 모두 감싸안아 줄게”라고 이야기하며 불러주었던 ‘paranoia’, 그리고 그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의미로 선보인 ‘escape from’가 아사키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약하자면, 하염없이 그 ‘갭 모에’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순간들.
1. 数え唄
2. 2way nice guy
3. 堕天
4. 耳無し芳一Style
5. dawn
6. かって天才だった俺たちへ
7. 日曜日よりの使者
8. のびしろ
사실 이들의 라이브를 볼 생각은 없었는데, 계속 케이브 스테이지에만 있는 게 좀 답답해서 좌석에 앉아 편하게 좀 무대를 관람해 볼까 해서 선택한 것이 크리피 넛츠였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록의 디스토션을 알-시테이의 압도적인 래핑과 성량, DJ 마츠나가의 신기에 가까운 스킬로 완벽하게 메워내는 콤비플레이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두의 참여를 유도하는 ‘2way nice guy’에 이어, 래퍼로서의 역량을 모두에게 보여준 ‘堕天’은 그야말로 압권. 전체적으로 이들이 록 성향의 페스티벌에 초대받는 몇 안되는 힙합 팀 중 하나인지를 명확히 보여준 러닝타임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브, 보컬/랩 퍼포먼스에 한정한다면,알-시테이의 그것은 정말 어떤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파워풀함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듯 싶네요.
1. シンデレラボーイ
2. 雀ノ欠伸
3. メトロノウム
4. 雷に打たれて
5. 現在を生きるのだ。
6. 怪物たちよ
7. 優しさに溢れた世界で
시작부터 ‘シンデレラボーイ’의 인트로가 들리자 여기저기서 ‘아니 이걸 벌써?’하는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팀의 자신감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본인들을 스타덤에 올린 곡은 물론 ‘シンデレラボーイ’지만, 다른 무기들도 많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슬로우 넘버든 업템포 넘버든 그 특유의 살랑살랑 거리는 감성은 밴드의 정체성을 아낌없이 표출해내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팀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다가왔네요. 뭔가 순간적인 폭발력에 집중하기 보다는, 천천히 그 기세를 올려 절정을 길게 가져가는 듯한 그런 스타일의 라이브였다는 감상입니다.다음엔 조금 더 길게 보고 싶어졌어요. 팀의 특성상 2시간 짜리 공연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1. BISH-BiSH-星が瞬く夜に-
2. GIANT KILLERS
3. ZENSHiN ZENREi
4. オーケストラ
5. Bye-Bye Show
6. サラバかな
7.beatuifulさ
해산까지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활동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팀의 진심이 담겨 있는 무대라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세트리스트도 기존 정석 곡들과 더불어 ‘Bye-Bye Show’나 ‘サラバかな’와 같은, 더욱 마지막을 암시하는 곡들이 이어져서 그런지 저 역시 왠지 마음이 더욱 뭉클해졌던 것 같고요. 본인들은 밴드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섭외되지 않을때 먼저 손내밀어준 비바 라 록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빗슈는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특히 감명 깊었습니다.
너무나 뻔히 마지막 곡일줄 알고 있었던 ‘beautifulさ’에서는 저도 예상치 못하게 눈물을 찔끔 내보이고 말았네요. 왠지 챠토몬치 마지막 공연의 경험이 있어서, 이별이라는 건지 대충은 알 것 같았던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간 많은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여유 있는 무대 매너, 화려하진 않아도 내실이 있으며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전하고자 했던 퍼포먼스. 솔직히 이 짧은 무대로 빗슈를 떠나보내야 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그래도 ‘빗슈는 멋진 그룹이었다’라는 저만의 증거로서 이 라이브가 남을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마지막까지, 그들답게달려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눈물샘은 이 날 이 시점 부터가 시작이었던 듯.
1. 秘密
2. ひたむけ
3. 美しい日
4. 名前を呼ぶよ
5. グラデーション
6. シアワセ
7. 東京流星群
8. 青い春
사실 슈퍼 비버는 너무 돌직구죠. 그런 점이 때론 조금 오글거리거나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빗슈에서 이어진 흐름이어서 그런지, 특유의 메시지에 굉장히 마음이 동요했다고 할까요.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첫 곡 ‘秘密’가 울려퍼지는 그 시점에,이미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더라고요. 저는 이 노래를 굉장히 좋아하는 게… 뭐랄까요. 제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대세가 아닌 분야를 이렇게 오랫동안 좋아하고, 또 전파하고, 뭐 남들에게 말하기는 좀 어려운 탓에 좀 서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어온 것에 대해 ‘잘해왔어,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돼’라고 말해주는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살면서결국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시부야 류타는 오늘도 소름 끼치도록 정중앙으로 설파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이날따라 너무 좋았달까요.
특히 뒤에 가사를 띄워 주었던 ‘シアワセ’의 메시지는 더욱 와닿았습니다. 이 무드가 그대로 스미카의 라이브로 이어져서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에 개개인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기반으로, 그것들을 꾸준히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과 그것을 오랜시간 함께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 거창할 것 없이 그것만으로도 지금, 그리고 미래의 행복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나이에 제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슈퍼 비버는 단숨에 구체화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유독 슈퍼비버의 노래들을 리플레이하게 되고, 특히 공연 다음 날 다시금 ‘秘密’를 듣다가 전차 안에서 눈물이 났던 건 안 비밀입니다. 비바 라 록에 오지 않았으면 정확히 몰랐을 이 감정, 정말 이번 페스에 오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습니다.
1. フィクション
2. ソーダ
3. 絶叫セレナーデ
4. ふっかつのじゅもん
5. Porter
6. イコール
7. Traveling
8. 透明
9. ファンファーレ
10. Shake & Shake
(en)11. Lovers
사실 저는 스미카가 이렇게 빨리 복귀할지는 몰랐습니다. 지난 2월 기타리스트 쿠로다 쥰노스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일이 있었죠. 사실 전날까지도 활발하게 트위터 활동을 하던 그였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임에는 분명했을 겁니다. 저도 너무 놀람과 동시에 슬펐고, 과연 밴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얼마 되지 않아 현장에 복귀해 잡혀 있던 스케쥴을 소화하던 그들, 공연 후기 사진에서는 예전과 다를 것 없이 밝아보이는 그들을 보며 더욱 우려가 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라이브를 보면 아마 모든 것이 명확해질 것이라 느꼈죠.
초반까지만 해도 그들은 너무나도 유쾌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자리에서 앉아 보려다 왠지 모르게 아쉬워 스탠딩 석으로 내려온 저 자신에게 약간의 질책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리허설로 선보인 ‘MAGIC’을 듣고는 그 생각이 단번에 날아가더라고요. 여러 세션을 대동해 선보이는 사운드는 완벽하기 그지 없었고, 보컬 카타오카 켄타의 가창력은 시디를 씹어먹을 정도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다가오는 풍성함이 만족감을 더욱 높였고, 스미카가 괜히 헤드라이너를 차지하는게 아님을 몸소 증명했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중간중간 전해주는 카타오카 켄타의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꾸준히 하는 것에 대한 칭찬이 너무 박한 것 같다. 처음에 성취해 냈을 때는 모두가 박수를 쳐주지만 같은 것을 두번 세번 반복해 나가는 동안 그 박수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나는 그게 잘못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꾸준히 이어나가는 이들이야말로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해주는 대목이라던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아도 떠나간 동료를 암시함과 동시에 이어진 ‘透明’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생각나는대로 표현하자, 잘 되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자. 제가 이번 비바 라 록을 다녀오며 결심했달까, 앞으로의 목표로 삼은 삶의 목표라고 하면 바로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세 액트의 진정성이 전해준 가슴 뜨거운 이야기들. 아 내가 일본 록 페스티벌에 왔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순간들이었습니다. 모두가 쿨함만을 외치는 시대에서 그래도 ‘뜨거움’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본 록페가 아닌가 싶어요. 무언가 잊고 있었던 부분, 그것을 완벽히 채워준 비바 라 록의 3일차 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END
2.We The Famale!
3.ボーイズ・セコメン
4.N.E.O
5.PING PONG! (feat. YMCK)
6.ラブじゃん
7.sayonara complex
왜 그런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굳이 그들이 출연하는 일정에 맞춰서 방문한 것은 아닌데, 우연찮게 겹쳐서 자주 보게 되는 팀들 말이죠. 챠이도 이번으로 4번째 관람이 되는 셈이었는데요. 4년간 어떻게 파워업했나, 어떻게 진화했나 내심 궁금했던 차라 잘되었다 싶었습니다. 일본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고, 그에 맞춰 음악성도 꽤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지 확인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날의 세트리스트는 과거와 현재의 극단을 오가는 그런 양상이었습니다. 가장 최근 앨범의 수록곡인 ‘END’와 한달 전에 선보인 싱글 ‘We The Female!’로 스타트를 끊으면서 코로나로 인해 일본 대중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소개되지 못한 일면을 살짝 풀어놓고, 이어 그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곡 ‘ボーイズ・セコメン’과 ’N.E.O’를 뒤로 붙이며 새로운 자기소개서를 준비한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사운드 측면으로는 예전에 제가 봤던 것에 비해 기타 디스토션에 훨씬 힘이 붙어있었고, 파워풀하게 뒤를 받쳐주던 유나의 드러밍은 곡의 스타일이 변화무쌍해지며 더욱 넓은 바리에이션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네오 카와이’를 설명하는 MC나, ‘PING PONG!’으로 전개한 디제잉 스테이지 등 기본적인 뼈대는 유사했지만, 훨씬 할 수 있는게 많아졌다고 할까요. 이제 그들을 보여주기에 35분은 부족하구나 싶었네요.
1.島国DNA
2.死亡フラグを立てないで
3.筋肉マイフレンド
4.カンガルーはどこに行ったのか
5.きのこたけのこ戦争
6.地味な生活
7.日本の米は世界一
결론적으로 최근 관람한 라이브 중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최고였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즐거웠던 무대였습니다. 약간 언어적인 장벽만 극복한다면, 아마 어느 팀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팀이 아닌가 싶은데요. 저도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과연 어떤식으로 자신들의 유머 포인트를 전달할 것인가 궁금했는데, 워낙에 가사들이 기발하고 중간중간 관객참여형 구간도 짜임새 있게 만들어 놓은 덕분에 마가 뜨는 일 없이 빡세게 시작해 빡세게 마무리하는, 비바 라 록 와서 처음으로 땀 좀 흘렸다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곡마다의 영상도 충실히 준비해 처음 오는 사람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할까요.
‘섬나라에 사는 일본인은 생선이 좋다!’라는 것이 주 가사인 ‘島国DNA’에서의 떼창과 타이밍 좋게 날아다니던 참치 모양의 인형들, 추리소설/만화에서의 클리셰를 재치있게 풀어낸 ‘死亡フラグを立てないで’에서 이미 분위기는 절정. 특히 근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관객과 함께 스쿼트를 시전하는 ‘筋肉マイフレンド’에서는 그 무대매너에 기절할 뻔 했습니다. 저 포함 그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스쿼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살짝 현타가 오기도 ㅎㅎ. 그리고 역시 마지막은 빠지면 아쉬운 ‘日本の米は世界一’. 그들의 매력을 살펴보기에 충분한 튜토리얼 같은 무대였습니다. 이 시점 이후로 큐소네코카미, 야바이티셔츠야상과 함께 내 마음 속 엔터테인먼트 록밴드 3대장으로 임명!
1.Tank-top of the world
2.かわE
3.無線LANばり便利
4.NO MONEY DANCE
5.Blooming the Tank-top
6.ちらばれ!サマーピーポー
7.ハッピーウェディング前ソング
8.ヤバみ
9.あつまれ!パーティーピーポー
이 날은 확실히 달리는 날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 시점부터였습니다. 물론 우치쿠비의 무대도 기본은 라우드 록이 기반이었기에 꽤나 활동량이 많았던 시간이었는데요. 리허설 때부터 심상치않더니, 전체적으로 쉬지 않고 달리는 세트리스트로마치 자신이 헤드라이너인 마냥 열광적인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초반 ‘かわE’와 ‘無線LANばり便利’에서 거의 저는 무아지경의 상태로 돌입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MC에서 비바 라 록의 주최자인 평론가 시카노아츠시의 이름으로 우마노, 야마노 등의 이름으로 말장난하는 대목에선 그 짧은 시간까지도 개그 욕심을 내는 밴드의 애티튜드가 다이렉트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시카 = 사슴, 우마 = 말, 야마 = 야마 등 동물을 활용한 말장난) 최고 인기곡 중 하나인 ‘ハッピーウェディング前ソング’에 이어 마지막곡 ‘ヤバみ’가 이어지자 내심 ‘あつまれ!パーティーピーポー ’이 나오길 기대했던 저는 살짝 아쉬울 수 밖에 없었는데요. 시간이 살짝 남았는지 결국에는 ‘あつまれ!パーティーピーポー ’로 피날레를 장식, 저의 아쉬움을 모두 날려주었습니다. 이날 원래 무대 말미에 시카노 아츠시가 밴드에게 결성 10주년을 축하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배정 시간을 거의 딱 맞게 써버린 탓에 그것이 유야무야, 흐지부지 되었다는 점도 이 무대의 감상 포인트라면 포인트였죠.
1.Glorious
2.DOWN BEAT STOMP
3.太陽にお願い
4.SKA ME CRAZY
5.Canʼt Take My Eyes Off You ~君の瞳に恋してる~
6.カルペ・ディエム~今日がその日さ
7.紋白蝶a.m.SKA
8.Paradise Has No Border
오전도 꽤 빡셌는데 오후 역시 사실 만만치 않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일단 좌석으로 후퇴. 제니하이를 꾸벅꾸벅 졸면서 보는둥 마는둥 하면서 언제쯤 다시 스탠딩으로 내려가야 할지 타이밍을 재던 중, 일단 아래로 연결되어 있는 통로에서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트라를 관람. 사실 최근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기에 이쿠라라던가, 나가야 하루코라던가 하는 게스트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결론적으로이야기해 그들 외의 부가적인 요소는 전혀 필요하 않았던 그런 무대였습니다. 흥겨운 스카리듬 기반의익숙한 넘버들, 다인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카리스마와 음압 등 그들이 왜 페스티벌에서 사랑받는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던 그런 무대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 ‘Paradise Has No Border’에서, 함께 모여서 무대로 총을 겨누듯 연주하는 그 모습이 소름 돋도록 멋져 보였습니다. 나도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과 즐기며 나이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할까요.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든지 함께 부담없이 몸을 흔들 수 있는 대중적인 소구력이 넘쳐 흘렀던, 무엇보다 ‘화합’이라는 한 단어가 떠올랐던 시간이었습니다.
1.VENA
2.F.T.T.T
3.PARADISE(Kill The Silence)
4.THE REVELATION
5.REVOLUTION
6.RABBIT HOLE
7.BEFORE I GO
8.NO ESCAPE
9.FINAL DESTINATION
여러모로 가장 박력있고 파괴력 있는 무대였습니다.다른 무대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음악의 볼륨이 크다는 느낌이었고, 굉장히 현란하고 역동적인 연출의 영상도 동반되어 큰 스케일의 퍼포먼스를 펼쳐보였는데요. 그들이 가진 간절함과 폭발력, 그리고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더해져 모두가 기억에 남을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콜드레인의 음악을 열심히 들은 편은 아니었는데, ‘오늘의 발견’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면모는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라이브에 내년 비바 라 록 출연이 걸려 있다”는 마사토의 MC는, 그들이 매순간 얼마나 전력을 다해 음악 신을 헤쳐나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각오나 열정이 잘 스며들어 있는 연주와 가창은, 응축된 그들의 스태미나가 여실히 담겨 있었죠. 네임밸류를 살짝 떨어뜨려 놓고 본다면,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맡아도 전혀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더욱 쾌속 진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이 무대가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1. 握れっっっっっっっっ!!
2. シミ
3. 「F」
4. アカギ
5. ぶっ生き返す!!
6. 生理痛は神無月を凍らす気温
7. メス豚のケツにビンタ (キックも)
8. 恋のスペルマ
워낙 맥시멈 더 호르몬의 팬들은 강성이기로 유명하고 저도 익히 겪어왔던 지라 조금은 긴장한 상태에서 라이브의 시작을 맞이하곤 합니다. 이날도 역시나 시작하기 전의 그 전운이 심상치 않았는데, 특유의 재치있는 MC와 적절한 히트곡들의 향연을 통해 재미있는 시간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제 감상이네요.다만 제가 선호하는 곡들이 살짝 빠진 감이 있어 그 점은 아쉬웠습니다.
중간에 비바 라 가든 스테이지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는 피에르 나카노에게 전화를 거는 대목이 있었는데, 2018년 넘버 샷에서 펑키 몽키 베이비의 펑키 카토에게 즉석으로 전화연결을 했던 그 때가 오버랩되더라고요. 아쉽게도 피에르 나카노가 전화를 받지않아 현장연결은 무산. 다이스케항이 관객이 ‘바보!’라고 외쳐주면 그걸 녹음해서 라인 메시지로 보내겠다고 해 모두 “바보!”를 외치는 진풍경도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화면에 띄워 놓던 팀 로고와 아티스트 프로필 사진… 참 우리나라 정서에는 먹히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이 날 역시 ‘恋のスペルマ’로 대동단결하며 마무리. 맥시멈 더 호르몬의 라이브는 이제 ‘恋のスペルマ’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느낌이네요.
1. ドビッシャー男
2. デーデ
3. 星の砂
4. 悲しみの果て
5. 珍奇男
6. so many people
7. RAINBOW
8. 俺たちの明日
엘레펀트카시마시도 제 입장에서는 챠이처럼 보려고 본건 아닌데 자꾸 보게 되는 그런 아티스트네요. 엘레가든을 기다리며 무대를 봤는데, 사실 아는 노래도 많지 않고 나중에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트리스트 자체도 굉장히 마니악했다고 하더라고요.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미야모토 히로지의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팀 간에 끈끈한 우정과 관계성이 느껴지는 그런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엘레가든을 기다리는 반대쪽 스테이지 관객석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는 ㅎㅎ.
‘俺たちの明日’를 부를 때 미야모토 히로지가 기타를 담당하는 이시모리 토시유키의 선글라스를 뺏어 쓰고는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오랜 세월 축척해 온 그런 밴드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보였다고 할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今宵の月のように’가 누락되었다는 건 의외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1. Breathing
2. Space Sonic
3. Supernova
4. 風の日
5. Mauntain Top
6. Salamander
7. The Autumn Song
8. Missing
9. ジターバグ
10. 虹
11. Make A Wish
12. Strawberry Margarita
(en)13. チーズケーキ・ファクトリー
드디어 대망의 엘레가든. 호소미 타케시는 모노아이즈로도 몇번 봤고, 인터뷰도 했었기에 그 모습 그대로였는데, 저는 호소미 타케시 옆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우부카타 신이치의 모습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 두 사람이 함께 서서 공연하는 것을드디어 보는구나 라는 느낌이었달까요. 내한을 한 적도 있지만 저는 사실 그때는 잘 모를 때였어서 지금이라도 이렇게 뒤늦게 보게되어 새삼 감격스러웠습니다. 살짝 비현실적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추가적으로 놀랐던 것은, 공백기가 10년이나 있었던 팀에 이렇게 많은 10대 팬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죠. 어디서 보고 유입이 된 것인지, 그 부분은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Supernova’부터 엄청난 다이브 세례가 시작되기 시작했고, 어느 스테이지보다도 뜨거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風の日’에서는 마이크에서 살짝 떨어져 노래를 하며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했고요. 세트리스트 측면으로 보자면 꽤 큰 비중을 새 앨범 수록곡에서 가져오는 등 ‘현재진행형’ 밴드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일 기대했던 것은 역시나 ‘Make a wish’ 떼창이었는데요. 해당 곡을 하기전 호소미 타케시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은거야?”라고 관객을 자극하며 더욱 기름을 부었고, 덕분에 정말 잊을 수 없는 아름답고도 거대한 합창이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가득 메울 수 있었습니다. 저도 비바 라 록을 두번 정도 경험하면서 느낀 거지만, 관객들이 좀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나 함성 소리나 떼창 소리가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작다고 느꼈는데,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떼창에 이어 지는 월 오브 데스의 향연. “아, 오늘은 정말 록의 열기로 끝장을 보는구나”라는 감상이었죠.
후반부에 호소미 타케시가 “나는 여름이 좋다. 다른 계절은 조금 더 차분하고 이성적이 되지만, 여름만큼은 정신을 내려놓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여름 만큼은 우리도 인생 마지막 여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려 하니 모두들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가능하면 펜타포트 등 한국에도 한번 와주었으면 하는데, 어쨌든 활발한 활동을 암시하는대목으로 다가오니 조금 더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콜은 제가 좋아하는 ‘チーズケーキ・ファクトリー’로 마무리. 가사처럼, 이 순간들이 추억으로 남아 저의 인생을 지탱해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저의 2023년 비바 바 록은 막을 내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첫 날은 제가 잊고 있었던 가슴 뜨거운 그런 감정들에 대한 일깨움이 있었고, 둘째 날은 록이라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기, 더불어 라이브의 분위기를 다시금 저의 정신에 불어넣고 재확인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작년 펜타포트와는 또 다른, 감성적인 측면에서의 감상이랄까, 인생에 대한 소회랄까, 그런 것들이 제 내면을 관통했다는 점이 저에게 적지 않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일본 로컬 페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던 이틀간의 여정. 그 추억을 마음에 담고 저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쬘 여름을 기다립니다. 모두들, 한여름의 전장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