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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30. 2023

[23-05-03] 주간제이팝

시이나 링고, 레오루, 이마세, 켓소쿠 밴드, 슈퍼플라이 등

[Single]

시이나 링고(椎名 林檎)  ‘私は猫の目’

기묘하게 일그러뜨린 기타 사운드와 일부러 텅텅 소리가 나게 믹싱한 드럼을 기반으로, 보다 그루브한 블랙뮤직의 기운을 한 모금 머금고 나아가는 이색적인 사운드가 인상적. 중반에 갑작스럽게 신시사이저와 함께 풍성한 코러스 라인을 동반하는 모습은 도쿄지헨의 어딘가에서 목격한거 같기도 한 장면이다. 데뷔 25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8년 만의 신작 싱글로, 하카타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동료인 토키츠 리노, 넘버 걸의 타부치 히사코, 여기에 NY의 힙합/재즈신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빅유키(BIGYUKI)와의 세션으로 완성된 곡. 첫 등장으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났음에도 그의 창작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레오루(Reol) ‘綺羅綺羅’

뭔가 케이팝을 빡세게 졸여놓은 듯한 기가(Giga)의 작품은 아닌것 같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번엔 스이요비노캄파넬라를 진두지휘 하는 켄모치히데후미와의 태그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그래서 강vs강 보다는 보다 완급을 조절하며 반주와 함께 합을 서서히 맞춰나가는 인상을 주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물론 레오루의 노래인만큼 간주에서의 임팩트만큼은 확실히 선사하고 있으나, 이또한 켄모치류(流)라는 느낌이라 괜시리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칠리 빈스.(Chillii Beans.) ‘you n me’

그들다운 경쾌하고 가벼운 스킵 점프 같은 사운드에 재미있는 신시사이저를 얹어 완성해 낸 그들의 색이 듬뿍 덧칠해져 있는 신스 록 트랙으로, 특유의 팝 센스가 명확하게 그려져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후렴에서는 언뜻 듣기에 폴카돗스팅레이의 여느 곡이 떠오르기도. 


이마세(imase) ‘nagisa’

도대체 한국에서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바쁘게 일하고 간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도 콘텐츠가 속속 올라오고 있는 ‘Night Dancer’의 주인공 이마세. 이번 신곡은, 시티팝 리바이벌 신에 맞닿아 있음과 동시에 필리 소울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자신만의 스타일 또한 영리하게 녹여낸, 개인적으로는 ‘Night Dancer’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디스코 팝 트랙이다. 사실 원 히트 원더로 머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 정도의 어프로치라면 앞으로의 활동을 조금 더 기대해봐도 좋을 듯.


켓소쿠밴드(結束バンド) ‘光の中へ’

결속 밴드의 전진은 이제부터다! 2024년 극장총집편 공개 발표와 함께 릴리즈 된, 사카나몬의 후지모리 겡키가 작사/곡을 맡고 있어 록킹온 특유의 느낌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는 신곡이다. 곡에 있어 차별화된다거나 특별한 점은 없지만, 딱 들어도 왠지 결속 밴드스러운 사운드와 멜로디가 당장이라도 다시금 애니메이션을 정주행하고 싶게 만들어지는 소리를 선사하고 있다. 


와씨(wacci) ‘リバイバル(feat. asmi)’

‘연수입(年収)’라는 단어를 가요계에 처음 등장시킨 ’恋だろ’의 히트를 통해 일약 전국구 밴드로 거듭난 와씨의 신곡은, 틱톡을 통해 Z세대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해진 아스미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중심이 되어 잇는 작품이다. 후렴의 주인공을 아스미에게 내어주는 파격적인 구성이지만, 그것이 옳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아스미의 보이스 컬러가 곡과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



[ALBUM]


슈퍼플라이(Superfly) < Heat Wave >

2021년 워너뮤직에서 유니버설로 레이블을 옮긴 후 선보이는 첫 정규작이자 7번째 스튜디오 앨범. 그동안 편곡에 있어 많은 부분을 기대왔던 츠타야 코이치와는 완전히 결별, 미야타 “레프티” 료(宮田 “レフティ” リョウ)를 맞아들임과 동시에 작곡에 있어서도 많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만큼 정도의 길을 걸었던 이전까지의 결과물들과는 꽤 다른,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라이브로 쏟아내지 못한 에너지를 모으고 모아 한번에 전달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만큼, 어느때보다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면모가 가득담겨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제이제이제이(JJJ) < MAKTUB > 

무려 6년만에 세번째 정규작을 선보이는 가와사키 출신 래퍼 제이제이제이. 비트는 계속 나와도 좀처럼 자신이 만족할만한 랩이 나오지 않았다는 그가, 어느 순간 막힌 곳이 뚫리듯 자신의 감정이 분출되는 시기를 맞닥뜨려 그 모든 것을 쏟아낸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을 절묘하게 융합해 자신만의 ‘사이버펑크’를 재현한 ‘Cyberpunk2077’, 지난 번 함께 작업한 어글리 덕과의 인연을 계기로 방문한 AMOG 사무실에서 우연히 있던 소금과 함께 단시간에 녹음을 끝낸 ‘July’ 등 공격적인 래핑과 함께 여러 동료 뮤지션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그간의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해주는 앨범으로 자리하고 있다.


스다 케이나(須田 景凪) < Ghost Pop > 

보카로P의 자아 바룬(バールン)을 품음과 동시에 솔로 커리어의 돌파구도 동시에 마련하고 있는, 여러 에고를 넘나들며 완성한 2년 3개월만의 신작이다. 앞서 언급했듯, 보카로P 시절과 솔로 명의의 활동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이들과 달리 ‘ノマド’와 ‘パメラ’의 셀프 커버 작품을 싣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며, 이것이 딱히 붕 뜨지 않고 수록곡들과 좋은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리얼 세션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와중에도 자신의 본질이 굳건히 살아있어 음악적인 진화를 엿볼 수 있기도. 


신시사이저의 활용을 통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 バグアウト’, 선공개로 공개함과 동시에 쿠보타 신고의 서정적인 편곡에 힘입어 자신의 보컬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メロウ’, 트렌디한 사운드를 타깃으로 자신의 창작욕을 풀어 넣은 ‘いびつな心’ 등 모순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모습을 투영한, 파퓰러함과 동시에 메시지성 또한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세로(cero) < e o >

비교적 콘셉츄얼한 무드의 < Obscure Ride >와 < POLY LIFE MULTI SOUL >를 통해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일본 인디팝/록계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거듭난 세로가 5년만에 선보이는 5번째 정규작이다. 클래시컬한 느낌을 한껏 품은 현악 편곡에 어지러이 펼쳐지는 비트, 흐릿하게 하지만 명징하게 뿜어져 나오는 코러스 워크의 3박자가 이들의 새로운 여정을 의마하는 첫곡 ‘Epigraph エピグラフ’만 들어봐도, 다소 이국적인 무드의 댄스음악을 표방했던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일렉트로니카와 블랙뮤직의 결합을 기반으로 낮고 둔탁한 음율을 중심에 두고 있으나, 단순히 그렇게만 언급할 수 없는 그룹의 정체성이 역시나 강하게 드러난다. 


이번 작품은 그저 세명이 모여 아이디어를 모은 후, 이를 놀듯이 이어간 작품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종잡을 수 없는 자유도가 러닝타임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전의 작품들이 서포트 멤버를 포함한 8명이 육체적으로 부딪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면, 이번엔 정말 오롯이 세 멤버가 군더더기 없는 트랙들을 밀도 있게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헤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전처럼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그런 와중에 ‘세로는 이런 그룹이다’라는 점을 가장 적확하게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 곱씹어 여러번 들어볼 필요가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는 생각 역시 동시에 든다. 


리갈 리리(リーガルリリー)  < where? >

특유의 묵직한 록 사운드에 타카하시 호노카의 호소력 있는 보컬과 나레이션이 러닝타임을 떠도는 ‘ライナー’를 필두로, 자신들의 색채를 아낌 없이 풀어놓고 있는 5곡 들이 EP. 7월 2일 자신들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라이브인 히비야야외음악당 원맨을 앞두고 전열을 다짐과 동시에, 9월 부터 시작되는 전국 투어의 모티브가 될 작품이기도 하다. 


‘リッケンバッカ’가 연상되는 찰랑찰랑 대는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후렴의 독특한 박자 전개로 단단한 구심점을 만들어 내는 ‘管制塔の退屈’, 그룹 특유의 서정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若者たち’, 살짜기 서프 록의 느낌을 가져와 다른 방향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전개해나가는 ‘ハイキ’ 등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 조류와의 결합을 시도해 본 느낌의 작품. 그나저나 요즘 타카하시 호노카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은 느낌이네. 


제이피 더 웨이비(JP THE WAVY) & 지그(JIGG) < Hit Different > 

챤미나와 배드 합, 살루 등 많은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을 맡아온 JIGG에게 전곡을 맡긴, 퍼포머와 프로듀서 간의 좋은 합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싱잉-랩이 유려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자신의 음색을 함껏 뽐내며 곡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라나의 활약이 돋보이는 ‘What’s Poppin’’, 특유의 저음으로 쫄깃하게 이어나가는 래핑이 인상적인 ‘Drippy’ 등 기존의 정규작과는 또 다른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고 있는 작품. 


쉬즈(SHE’S) < Shepherd >

변화무쌍한 조바꿈과 코드전개, 청량한 선율이 단번에 귀를 붙드는 ‘Super Bloom’에서 이들이 작업 당시 임한 각오가 엿보이는 듯 하다. 간주의 기타연주는 마치 퀸을 보는 듯 하기도. 조금 더 복잡하고 스케일 큰 음악을 통해 한층 거대해지고 정교해진 아이덴티티를 선보이고 있는 이들의 6번째 정규작. 언뜻 히게단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곡이 전개될 수록 그들만의 그루브에 감화되고 마는 ‘Grow Old With Me’, 아이리시 느낌의 악기와 현악과 관악 세션이 힘 있게 터져 나오는 ‘Blue Terminal’ 등 여러모로 먼 곳 까지 자신들의 소리를 울러 퍼뜨리고자 하는 팀의 의욕이 한 가득 묻어나는 결과물로 완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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