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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Sep 11. 2023

[23-09-01] 주간제이팝

아도, 킹 누, 히츠지분가쿠, 마카로니엔피츠, 호시노 겐, 미레이 등

확실히 올해 일본음악이 붐이구나 싶은게

저에게 관련 일이 예년에 비해 월등하게 많이 들어오네요 ㅎㅎ

얼마 전 정민재 평론가의 초대를 받아

일본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아래 링크로 가시면 들을 수 있으니 

시간 있으시면 들어봐 주시고요. 

매주 다양한 음악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이니

관심 생기신 분들은 구독까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Single]


아도(Ado) ‘唱’

작곡가의 작풍에 따라 그 얼굴을 천차만별로 바꾸는 아도의 신곡은 기가와 테디로이드가 참여한 강한 어프로치의 EDM 트랙. 곡을 제공한 두 아티스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얼마나 현란한 사운드가 뽑혀 나왔을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쿵쿵 뛸 법하다. 역시나 러닝타임 내내 듣는 이를 옭아 매는 타이트한 구성과 큰 볼륨의 비트가 제법 큰 자극을 제공하는 곡으로 완성되어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할로윈 이벤트 < 할로윈 호러 나이트 >와 콜라보레이션한 노래니 9~11월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아마 현장에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을듯.


킹 누(King Gnu) ‘SPECIALZ’

요즘 타이업은 요네즈 켄시와 요아소비, 킹 누가 다해먹는 느낌이네. 어쨌든 4년만의 정규앨범 발매와 함께 5대 돔 투어를 발표한 대세 아티스트의 신곡으로, < 주술회전 시부야사변 >의 오프닝으로 간택. 뒤에서 거리감을 두고 어렴풋이 들려오는 샘플링 보컬이  곡의 주된 무드를 형성하고 있으며, 대중가요를 거의 의식하지 않은듯 낯선 비트 활용과 왜곡된 톤의 기타를 기반으로 두 보컬이 주고 받는 구성이 정말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오리지널리티를 자아내고 있다. 이 곡을 들으니 신보가 더욱 기대될 따름.


히츠지분가쿠(羊文学) ‘more than words’

이들도 뭐 여러 타이업을 맡아왔지만, 이 정도로 대형 타이업이 붙으니 확실히 대세는 대세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킹 누가 오프닝을 맡은 < 주술회전 시부야사변 >의 엔딩 곡에 낙점된 싱글로, 반복되는 드럼 리프에 점을 찍어 연결되는 신시사이저, 선 굵은 기타와 베이스의 하모니가 시오츠카 모에카의 보컬의 비행을 서포트하고 있다. 평소에 비해 확실히 대중적인 측면에 신경 쓴 것 같기도 하고. 


스터츠(STUTS), Noi Naa & YONLAPA ‘Two Kites’

살포시 깔리는 색소폰 소리가 뭉근하게 그리고 자욱하게 깔리는 밴드 사운드와 합을 맞추는  그 모습이 편안하게 들려온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비트메이커 스터츠가 손을 잡은 아티스트는 태국의 인디팝밴드 YONPALA. 보컬인 Noi Naa는 전 파트 영어 가사를 유려하게 읊어 나가며 그야말로 무국적 음악이 만드는 무아지경으로 듣는 이를 데려갈 판이다. 국경을 넘어 성사된 꿈결같은 콜라보레이션. 


Cody・Lee(李) ‘さよuなら’

팀의 장점이라 생각했던 남녀 더블 보컬의 한 축이었던 오자키 리노의 졸업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곡. 개인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워낙에 합주 역량이 탄탄하고 송라이팅이 좋아 빈자리는 비교적 적게 느껴지는 곡이다. 특히 중반부에 등장하는 신스팝 스타일의 간주는 팀의 특징을 대변함과 동시에 곡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모두가 안고 있는 ‘이별’을 따뜻한 것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노래라고. 후반부의 고조되는 구성까지 이들의 유니크함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노래임엔 틀림 없는 듯 하다. 


[ALBUM]


마카로니엔피츠(マカロニえんぴつ) < 大人の涙 > 

‘고독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매뉴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핫토리의 말처럼, 이 앨범은 코로나가 끝난 후 다소 서둘러 빠르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이어가고 그 빈 공간을 메워가는 이들에게 ‘고독이란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것이기에 모두가 그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한 앨범이라고.


일차원적이 아닌, 큰 스케일로 몰아치는 특유의 음악성은 이번에도 유효. 잔잔하게 시작해 강한 파도가 몰려오는 듯한 느낌의 구성은 그들의 전매특허로 자리잡은 듯하다. 퀸에 대한 영향도 여전한지, ‘Under pressure’가 떠오르는 인트로의 ‘たましいの居場所’(물론 인트로 말고는 닮은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 ‘누구도 나쁘지 않다’며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내는 ‘だれもわるくない’ 등 음악과 주제의식 두마리 토끼를 영리하게 잡아내고 있는, 차세대 록 스타의 자신만만한 야심작이다. 


호시노 겐(星野 源) < LIGHTHOUSE >

최근 ‘져주는 남편’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커뮤티니 중심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넷플릭스 토크 방송 < LIGHTHOUSE〜悩める2人、6ヶ月の対話〜>의 엔딩 곡으로 써내려갔던 5곡에 더해, 매회 오프닝을 담당했던 ‘Mad Hope’의 숏버전이 담긴 6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이다. 15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이지만, 기타 한대에 의지하는 어쿠스틱 송이나 80년대 리듬앤블루스, 로우파이 질감의 사이키델릭 록, 트랩 비트의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벌써 지난 앨범으로부터 5년, 좀 더 길고 제대로 된 작품이 듣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EP를 통해 어느 정도 그 니즈가 채워지는 것 같기도. 


미레이(milet) < 5am >

그에게 있어 특별한 시간인 새벽 5시를 주제로 한 세번째 정규작. 이 시간이 자신이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하게끔 하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미레이 사마 생각보다 훨씬 아침형 인간이시네요... 전체적인 틀은 전작과 동일, 중간중간 변주를 준 부분은 분명 있지만 약간의 매너리즘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그래서 그런지 맨 위드 어 미션과 함께한 < 귀멸의 칼날 > 주제곡 ‘コイコガレ’가 상대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태껏 해본 적 없는 작곡가와 합을 맞춰 봤기에, 가창에 있어서도 뭔가 또박또박 읊는 것이 ‘이런 보컬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노래.


앞에서 조금 아쉬운 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완성도는 평균 이상. 특유의 팝적인 노선을 타고 있는 ‘Living My Life’, 초반의 리버브 걸린 코러스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를 단번에 상기시키는 ‘Noel in July’, 헤비한 기타 록으로 의외의 호쾌함을 선보이는 ‘b r o k e n’, 미레이가 이런 클럽 튠을? 이라고 생각할 법한 ‘HELL CLUB’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훌륭히 커버하는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f

키린지(KIRINJI) < Steppin’ Out >

2019년 작인 < cherish >에서도 ‘killer tune kills me’에 욘욘의 목소리로 한국어 가사를 실은 전력이 있어서 그런지 새소년이 참여한 ‘ほのめかし’의 수록이 새삼 반갑게 다가온다. 호리고메 타카키 1인 체제로 전환한 후 새로운 레이블인 < syncokin >을 설립해 선보이는 첫번째 작품으로, 동시대의 시티팝 붐에 맞춰 댄서블한 음악을 전개했던 최근 몇 작품과 달리 일본음악의 역사 속에서의 댄스뮤직을 탐구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멜로디에 한층 힘을 줌과 동시에 보사노바와 시티 팝, 재즈가 뒤섞여 있는 ‘Runner’s High’가 선사하는 6분의 러닝타임이 이를 함축해 파노라마처럼 선사 중.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그의 지향점을 확대해 보여주는 망원경 같은 앨범이다. 


요-시(Yo-Sea) < Sea of Love >

오키나와 출신이라서 그런가. 초반에 삽입되어 있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블랙뮤직 기반의 아티스트인 요-시가 여러 피쳐링과 자신의 싱글을 쌓아올려 마침내 완성한 첫번째 정규작으로, 자신의 보컬이 가진 장점을 여러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비트 위로 맘껏 펼쳐내고 있다. 13개 트랙에 38분.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을 공략해 풀어내는 그만의 알앤비 공식은, 대중들에게 있어 큰 이해 없이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런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머리가 복잡한 날, 이 앨범을 틀어놓고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거나 의자에 몸을 누이고 릴렉스한다면, 아마 그보다 더한 휴식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오모이노타케(Omoinotake)< Ammolite >

피아노 중심의 전개와 블랙뮤직, 일본 특유의 정서를 녹여낸 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조금은 다른 그룹과 겹쳐 보여 조금은 걱정스러웠는데. 이들의 메이저 데뷔 앨범으로 자리하는 본작은, 그런 우려를 싹 씻어내며 자신들만의 농도 짙은 팝록을 선사하고 있다. 화려한 코러스 운용과 벅찰 정도로 터져 나오는 보컬, 스케일 큰 편곡이 듣는 이를 압도하는 첫 곡 ‘Blessing’ 부터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모습. 다행인 것은 초반의 의욕이 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창법을 오마주한 듯한 인트로가 인상적인 ‘EVERBLUE’, 리얼 세션 외의 요소를 적극 활용해 또 다른 세계를 펼쳐내는 ‘Ammonite’ 등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이들의 패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즈월드(OZworld) < SUN NO KUNI >

“일본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오키나와 출신 래퍼의 3번째 정규작. 전통과 트렌드를 혼합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는 그 오리지널리티가 스토리성을 기반으로 흥미롭게 대중의 귀를 두드리고 있다. 힙합을 선호한다면 이 작품에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낯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랩이나 훅, 구성 측면에서 밀도있는 전개가 지속되는 덕분에 지루할 새 없이 40여분의 여행을 무리없이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호화로운 피처링 진도 듣는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 독특한 사운드와 명확한 아이덴티티의 접점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체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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