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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12. 2018

제이팝 신보 소개(2월 둘째주)

저는 보통 여름 휴가 때 일본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을 보러 가는데요.

사실 관람도 관람이지만

1월 말부터 조금씩 발표되는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어디로 갈지 계획을 짜는 재미도

당일 공연을 보는 것만큼이나 쏠쏠하죠.


작년에 록 인 재팬을 갔다온 탓에

올해는 후지나 섬소 중 하나를 가볼까 했는데,

각 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을 보니

이건 뭐 후지의 압승이네요.

마침 가본 적도 없고 하니

올해는 큰 심경의 변화가 없는 이상

후지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아 벌써부터 설레는군요 ㅎㅎ


SINGLE

타케하라 피스톨(竹原ピストル)

‘ゴミ箱から、ブルース’

작년 한 해 가장 맹활약을 펼친 남성 솔로라고 한다면 호시노 겐과 이 사람, 바로 타케하라 피스톨이다. 두 명 다 배우와 가수를 겸업하고 있다는 것도 재밌는 점. 솔로 전에도 포크 듀오로 활동했던 만큼, 어쿠스틱 기타와 자신의 목소리가 음악의 거의 전부를 이루고 있다. 거친 음색으로 고민과 회한이 얽힌 삶을 전력으로 읊어나가는 모습으로 하여금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가수"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이번 싱글은 플룻을 전면에 내세워 좀 더 처연하면서도 쓸쓸한 정서를 극대화시켰다. 노래보다는 차라리 웅변에 가까운, 즉흥적이면서도 날것의 열기가 담겨있는 그의 목소리와 노랫말. 지금 시대와는 동떨어져 있어 오히려 매력적인, 그의 유니크한 세계로 빠져드는데 적합한 입문작.

후지와라 사쿠라(藤原さくら) ‘The Moon’

새 시대의 우타히메 중 한 명인 그녀에게도 어쨌든 타이업은 소중한 법. <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 두번째 극장판의 주제가로 사용될 이 노래는, 몽환적인 사운드와 나른하고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보이스가 잘 맞아 떨어지는 좋은 슬로우 넘버다. 다만 포크나 재즈에 탐닉해 '일본의 노라 존스'라는 별칭을 듣기도 했던 초창기의 행보와 조금씩 멀어지는 듯한 모습은 좀 아쉽다. 그래도 앨범으로 들으면 거기선 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양껏하고 있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이 곡을 통해 후지와라 사쿠라라는 싱어송라이터에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2집까지 발매된 그의 어나더월드에 귀울여주기를 바란다,


MONDO GROSSO ‘偽りのシンパシー’

이 곡을 듣고 가장 궁금했던 건 보컬이 누구냐는 거였다. 전자음악과 블랙뮤직, 리얼 세션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이 곳에서 중심을 딱 잡고 놓았다 풀었다하며 곡의 그루브를 가지고 노는 이 아이는 누구? 기성가수의 진부함도 없고 초심자의 어설픔도 없는 이 밸런스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는 누구? 아이돌 그룹 비쉬(BiSH)의 아이나디엔드(アイナジエンド)는 그렇게 30년차를 향해 달려가는 대선배의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는 능숙한 가창으로, 냉정히 말해 새로울 것 없는 몬도 그로소의 이미지를 리뉴얼하는 데 앞장선다. 처음으로 전 트랙에 일본어 가창자를 기용한 앨범 발매에 앞서, 그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티저로서 너무나도 적합한 싱글. 신구의 조화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예시 중 하나로 남게될 곡이다.


Burnout syndrome ‘花一匁’

< 하이큐!! > 타이업으로 인지도를 올린 그들의 신곡이 이번엔 < 은혼 >의 엔딩으로 낙점. 사실 밴드의 사운드나 스타일이 몇몇 밴드들과 좀 심하게 겹치는 면이 있어 타이업 없이 홀로 설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좀 들지만, 괜히 타이업되는 게 아닌만큼 곡 자체는 준수한 편. 러닝타임 동안 낭비되는 파트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필요한 부분들이 타이트하게 이어지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정직하면서도 우직하게 진격하는 보컬과 반주가 소년만화가 추구하는 정석이라 그런지 많이들 찾는가 싶기도.


negicco ‘カリプソ娘に花束を’

니이가타의 특산품인 '파'를 홍보하기 위한 PR그룹으로 결성된게 2003년이니 그새 15년이 훌쩍. 아이돌이긴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그런 티가 나지 않는 준수한 작품들이 많아 은근히 여기저기서 좋아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이번 곡도 펑크(funk)와 보사노바 등을 기반으로 편안한 사운드와 보컬을 들려주며, 자신들의 사랑스러움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고 있다. 소속사가 T-Palette라 그런지 그 특유의 아련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기도.


ALBUM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 ‘Digital Native’

캡슐, 퍼퓸, 캬리파뮤파뮤의 프로듀서. 일본 일렉트로니카 신의 젊은 장인. 나카타 야스타카가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앨범을 발매. EDM DJ들이 최근 몇년간 팝 트랙 메이커로서 정체성을 굳히는 경향에 맞춰 그 역시 찰리 XCX나 요네즈 켄시 등과 같은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와 합을 맞춰, 이제껏 묵혀두고 있었던 음악적 아이디어들을 일거에 분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제껏 한 아티스트의 틀에서 제한적인 작업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반대로 자신이 최대한 만들고 싶은 트랙을 만든 후 이에 맞는 피처링 진을 찾아 매칭시키지 않았나 싶다. 프로모션 트랙으로 밀고 있는 'Crazy Crazy'와 'NANIMONO'를 들어보면, 최근 영미 트렌드에 맞춰 자신의 스타일을 재에디팅했음을 알 수 있다. 지극히 일본스러운 일렉트로니카로 세계에 어필했던 그가 이번엔 그 신의 중심으로 역공을 가하는 흥미로운 앨범.   


BRAHMAN ‘梵唄 -bonbai-’

이런 '열혈 감동 펑크 코어' 류의 1인자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10-FEET에 많은 표가 가겠지만, 이들에 대한 지지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은 참고하자. "남자라면 닥치고 BRAHMAN”이라는 댓글이야말로 가장 적확하게 이들을 설명해주는 한마디. 1995년 결성 이래 마니아들을 꾸준히 모아온 밴드의 신작은 그 초심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너무 스트레이트한 탓에 예상 가능한 펀치들도 약간은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BRAHMAN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여전히 충실히 답해주고 있다는 것이 고맙고 감동스러울 뿐.  


Ms.OOJA < Proud >

몇년 주기로 바톤터치하는 듯한 여성 보컬 신에서, 그녀는 그야말로 숨은 강자다. 물론 블랙뮤직 보다는 팝 쪽에 그 커리어가 치우쳐져 있긴 하지만, 나카시마 미카나 시바사키 코우, 아오야마 테루마 등의 활동이 뜸하거나 악곡의 퀄리티가 예전만 못한 지금 그녀는 훌륭한 대체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 추세에 맞춰 일렉트로니카와도 합을 맞춰보는 등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부지런함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일 터.  'White Letter' 같은 정통발라드 부터 로킹한 'エール', 보편적인 댄스튠 'BRAVE' 등 좋은 팝 트랙들이 산재한, 개인적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맘에 들었던 작품. 근데 전부 어딘가에서 한번씩은 들어봤던 것 같은 기시감은 어쩔수가....


KEMURI < Ko-Ou-Doku-Mai >

어째 오늘은 소개하는 양반들이 기본 20년은 활동한 사람들이 많...  케무리도 스카펑크 신을 대표하는 밴드로 꾸준히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혼 세션이 부각된 장르 고유의 활기가 록 페스티벌에 아무 잘 맞는 팀이기도 하다. 보컬 이토 후미오의 목소리가 왠지 맑은 쿠와타 케이스케를 연상케 하는데, 여기에 펑크 사운드가 입혀 전개되는 곡의 분위기가 처음 듣는 이에겐 색다른 조합으로 인식될지도. 여기에 'MIRAI', 'NO MORE WAR'와 같은 곡에선 반전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등 지치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설파하고 있다. '좋은 어른'으로서의 모습이 투영된 10곡의 순도 높은 펑크 트레인.


Lucie, too < LUCKY >

혜성처럼 출현한 또 하나의 걸밴드. 소녀소녀한 감성과 짜임새 있는 곡 구성, 캐치한 선율로 승부하는 이 3인조다. 잘하려 하기 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발산하려는 데에서 나오는 의외의 어프로치가 매력. 주디 앤 마리, 챠토몬치, 시샤모가 여기저기 얽혀 있는 성긴 밴드 사운드와 이야기를 하는 느낌에 가까운 나이브한 보컬이 의외의 합을 발휘하며 시선을 붙드는 마력을 가진 팀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첫 전국 유통반으로, 앞으로 시작될 이야기에 서두에 가까운 느낌이니, 이 곡을 듣고 관심이 간다면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 보도록 하자.


모닝구무스메(モ-ニング娘。) < 二十歳のモ-ニング娘 >

크.... 모무스도 벌써 20년... 이번 신보소개 테마를 아예 20주년 이상 활동한 아티스트로 잡을 걸 그랬다. 지금은 아는 이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멤버를 교체하며 꾸준히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레전드 아이돌 그룹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무려 초기 멤버가 다시 모였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으며, 아래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겠지만 다들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알 수 없는 비주얼로 출연.... 모닝 커피도 록에 가깝게 리어레인지 되었는데, 편곡 역시 의외로 잘되어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나의 추억을 망치지 않았음에 한표를 주고 싶구나... 여튼 앨범 전체적으로 OB와 YB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추억팔이라면 추억팔이 일수도 있지만, 나름 괜찮은 기획력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요즘은 업프론트가 삽질 좀 덜 하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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