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칠드런, 슈퍼플라이, 료쿠샤카, 마퍼스 등
슈퍼플라이(Superfly) ‘Ashes’
오치 시호의 목 상태 악화로 인해 모든 활동을 연기한 것이 지난 6월. 이 곡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현악 세션이 가세한 팝 록 조의 곡이나, 각 악기의 사운드를 지긋이 눌러놓아서 그런지 과하지 않고 훨씬 듣기 좋다는 느낌이 든다. 벌스 전반에 깔려 있는 기타 리프가 꽤나 중독적이며, 구성이 복잡해지는 후렴구에서도 팜뮤트 피킹 사운드가 지속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꽤나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히구치아이(ヒグチアイ) ‘いってらっしゃい’
< 진격의 거인 The Final Season 완결편 >의 엔딩 타이업 곡. 피아노 중심으로 깊은 정서를 쏟아내듯 부르는 그의 작품세계는 유지하되, 일렉트로니카 소스를 덧붙여 약간 트립합과 같은 무드를 조성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현악 세션의 도움을 받아 장대해지는 점층적 구성은 마지막을 치달아가는 애니메이션의 흐름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기도.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花になって – Be a flower’
개인적으로 최근 잘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 약사의 혼잣말 > 오프닝 테마로, 최근 싱글 채택율에서 좋은 승률을 보이고 있는 아나미 싱고의 송 라이팅이 얼마나 물 올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싱글이다. 구성이 단순하지 않아 반복 청취가 지겹지 않으며, 후렴구의 리듬감은 클라이막스에 맞는 무드를 연출하고 있어 곡으로서의 완성도가 꽤나 높다는 인상. 이 곡은 확실히 완곡으로 들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타이업 버전이 조금이라도 좋았던 이들이라면, 반드시 완곡으로 들어보자.
웡크(WONK) ‘Fleeting Fantasy(feat. キーファー)'
칠한 무드에 단순하지만 단단한 리듬, 몽환적인 보컬과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 이 모든게 한데 어우러져 분위기 있는 재즈 기조의 팝송이 완성되었다. 팀의 무국적 경향이 잘 드러남과 동시에 음악적 역량 또한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트랙으로, 트렌디함에 지친 이들의 휴식처로 권하기에 적합하다는 느낌.
마이 퍼스트 스토리(MY FIRST STORY) ‘蜃気楼’
원 오크 록과의 합동 공연을 앞두고 있는 마퍼스의 12개월 연속 싱글 릴리스 그 10번째 작품. 스트레이트한 질주감엔 최근 상승 무드를 맞은 팀의 각오가 반영되어 있기도 한 듯. 인트로부터 치고 나오는 기타와 베이스의 협연은 어느 곳에서 힘을 주고 풀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오이즈미 요(大泉 洋) ‘あの空に立つ塔のように’
올해는 사회자가 아닌 가수로서 < 홍백가합전 >에 출연하는 것이 결정된 오오이즈미 요.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 신곡을 발표했기 때문이겠지. 안젠치타이의 타마키 코지가 프로듀스한 이 곡은, 그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오오이즈미 요가 부르고 있지만 타마키 코지의 목소리가 겹쳐지기도 하는 익숙함이 앞서는 노래로 자리한다. 두 사람이 은근히 음색도 비슷한데다가, 코러스로도 참여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듯. 노래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을, 보편적인 발라드 넘버로 완성되어 있다. 이 곡이라면 맨 마지막 무대를 맡아도 잘 어울릴 듯한 느낌이긴 한데.. 과연 어느 순서에 등장할런지.
미스터 칠드런(MR.CHILDREN) < miss you >
피지컬 발매는 10월 4일이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11월 8일이 되어서야 개시. 어느 때보다 ‘록 앨범’에 가까워 있는 인상이며, 지난 작품 < SOUNDTRACKS >의 사운드 경향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곡 신곡에 타이업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정말 ‘자신들만의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일부 곡을 제외하면 가급적 대형 오케스트레이션 세션과 같은 밴드 악기 외의 소리들은 배제하고 있으며, U2나 REM 등 그들이 추종해 왔던 팀들의 색도 꽤나 진하게 묻어 있는 트랙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앞길을 비춰주고 있는 인상. 2010년대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는 2020년대의 미스치루.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그 행보에 경의를.
메가 신노스케(Mega Shinnosuke) < ロックはか゛わ゛い゛い゛>
올해만 벌써 2번째 정규작이 되는 메가 신노스케의 세번째 스튜디오 작품. 비교적 스트레이트한 록을 추구했던 전작에 비해 좀 더 다면적으로, 다각도로 록을 살펴보고자 한 의도가 러닝타임 곳곳에 묻어있다. 힘빠진 무드를 일렁거리는 디스토션으로 실감나게 구사한 ‘酒を飲んでも神には成れない’, 시티 팝이라는 답안지를 자신의 방식대로 변형해 내놓은 ‘桃源郷のタクシー’, 하츠네 미쿠와의 이색적인 협업이 돋보이는 ‘アイシテル人生’ 등 흥미로운 시도를 필두로 다시 한 번 자신만의 록 필드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센 모리모토(Sen Morimoto) < Diganosis >
교토에서 태어나 미국 메사추세츠에서 성장해 시카고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의 세번째 작품. < Pitchfork Music Festival 2023 >에 출연하기도 한 만큼 여러모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레이블인 < Sooper Records >를 거쳐 나오는 첫 앨범이기도 하다. 재즈와 펑크 힙합, 인디 록까지 다양한 자양분을 기반으로 예상치 못한 소리들을 선보이고 있어, 우리가 흔히 알던 대중가요의 작법과는 꽤 거리가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을 듯. 그만큼 센 모리모토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세계를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트랙들로 가득하며, 특히 내면을 향해 있던 그의 메시지가 바깥 세상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 볼 만 하다.
미신(MisiiN) < LoVe cOmpLEx >
보컬과 송라이팅을 도맡는 Misii, 포에트리 랩과 트랙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는 nagoho로 구성된 유닛 미신의 두번째 정규작. 나른함과 타이트함이 오가는 댄서블한 트랙을 기반으로 꽤나 매력적인 탑 라인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KPOP과 일렉트로니카, 신스팝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제법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이 앨범을 소개하게 된 이유. 심플한 소스로 도회적인 분위기를 멋지게 구사하고 있는 ‘wanna be me’를 특히 추천한다.
헤이-스미스(HEY-SMITH) < Rest In Punk >
신나는 록 음악에 맘껏 헤드뱅잉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요체크. 일본의 스카펑크를 대표하는 헤이-스미스의 어느덧 7번째 정규작. 음악적으로 특별할 것은 없지만, 기본에 충실함과 동시에 캐치한 선율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록 팬들의 좋은 벗이 되어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투 보컬 체제이기에 구사 가능한 넓은 바리에이션의 보컬 운용도 다른 스카펑크 팀에게서 보기 힘든 특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달릴 때는 정통 펑크 사운드로, 큰 스케일이 필요하면 브라스 세션을 대동한 그루브가 듣는 이들을 단숨에 열광케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