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묭, 바운디, 요시자와 카요코, 삼보마스터 등
아이묭(あいみょん) ‘あのね’
요즘 타이업이 많아서 신곡이 계속 나오는 아이묭. 이번 곡은 극장판 < 창가의 토토 > 주제가로, 그하면 떠오를 보편적인 선율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곡이다. 뭔가 최근 곡들이 조금 비슷비슷한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듣다 보면 그 보편성이 주는 매력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니 ㅎㅎ
류크토소이네고항(リュックと添い寝ごはん) ‘恋をして’
그래도 이런 청춘의 록은 주기적으로 들어줘야. 올해 그들이 선사하는 ‘사랑노래’ 그 두번째 이야기로, 청량하면서도 질주감 넘치는 순수한 사랑을 한번 들으면 단번에 꽂히는 선율에 잘 실어낸 트랙이다. 전형적이지만 그 전형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밉지 않은 노래.
디오스(Dios) ‘スタンダロン’
팀으로는 처음으로 타나카와 사사노마리이 트윈 보컬로 전개해나가는 신곡. 기타 리프와 게임 뮤직 같은 비트와 신시사이저가 그들 특유의 댄서블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으며, 가창 또한 서로 주고받으며 나아가는 리드미컬한 워딩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게 하는 마법을 발휘하고 있다.
엔기(the engy) ‘Here for You’
미니멀한 비트와 여백을 충분히 남긴 밴드 사운드, 언뜻 들으면 영미권 인디팝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멜로디 전개와 영어 가사. 여전히 자신들만의 얼터너티브 세계를 짙은 색으로 칠해나가는 4인조 밴드의 신곡은, 이처럼 이국적이면서도 동시에 대중에게 건네는 따스한 손길을 잊지 않는 작품이다. 반복되는 기타리프로 하여금 겨울에 왠지 더 잘 어울리는 곡조이기도.
바운디(Vaundy) < replica >
무려 35곡, 2시간이 넘는 볼륨.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2020년 데뷔작 이후로 정규앨범이 없었던 그가 그간의 커리어를 총망라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본인에게 있어 졸업작품과 같다고 언급함과 동시에, ‘팝’이라는 원형을 토대로 한 일급품 레플리카를 만들고자 한 의지를 담아냈다고. 레플리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지만, 결국 예술에 있어 오리지널이란 이 레플리카들의 내력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의 혼이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곡들로 충실히 표현되고 있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이지만, 어느 하나 자가복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요시자와 카요코(吉澤 嘉代子) < 若草 >
청춘을 테마로 한 2부작 중 먼저 공개되는 EP. 영화 < アイスクリームの日 >의 주제가로 선공개되었던 ‘氷菓子’과 함께 다섯 곡의 다채로운 수록곡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セブンティーン’과 ‘夢はアパート’는 동세대의 뮤지션들과 함께 ‘요시자와 카요코와 나인티즈’라는 밴드 편성으로 어느 때보다 거칠거칠한 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그 밖에 전작에서 함께 합을 맞춰온 노무라 요이치로와 키미시마 오오조라를 비롯, 처음으로 싱어송라이터 Mom이 편곡에 참여, 그의 시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쉬 허 허 허즈(She Her Her Hers) < Diffusion of Responsibility >
얼터너티브에서 신스팝으로 그 운신의 폭을 넓혀가는 밴드의 신작. 중국에서의 공연을 계기로 타겟을 글로벌로 설정, 일본음악이라는 틀을 깨고 자신들의 잠재력을 더욱 발현하고자 했다. 어레인지와 프로듀스, 믹싱 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소리’를 찾기 위한 탐구를 거듭해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음악 페스티벌 출연 후 들른 바에서 흘러 나오는 가게 안의 소리를 샘플링한 ‘Interlude’, 자음의 울림을 염두에 두고 써내려 갔다는 ‘non zero sum game’ 등 여러 흥미로운 실험들이 가득한 결과물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앨범이 취향에 맞는다면 내년 1월 14일에 열릴 이들의 내한공연에 주목해보도록 하자.
유니콘(ユニコーン) ‘クロスロード’
2009년 활동 재개 이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어른의 록 밴드’ 유니콘의 17번째 정규작이다. 오쿠다 타미오를 비롯, 멤버 모두가 싱어송라이터라는 장점을 활용해 곡마다 널을 뛰는, 그러면서도 특유의 경쾌함과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중년의 로큰롤이 러닝타임을 꽉 채우고 있다. 정말 한 앨범을 듣는게 맞는가 싶을 정도의 자유분방함을 보이면서도, 유니콘이라는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참으로 대단.
참 파크(THE CHARM PARK) < THE CHARM PARK II >
그의 음악역량을 집대성한 큰 스케일의 서정시 ‘Slow Down’을 들으니 훨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준비를 마친 듯한 느낌이 든다. 치밀한 멜로디 센스, 장르를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통해 자신만의 팝을 펼쳐나가는 그의 2년만의 정규작. 시티팝을 기반으로 캐치한 선율을 여과 없이 담아낸 ‘Lovers in Tokyo’, 로우파이 톤의 사운드 질감이 이색적인 ‘Make it Better’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아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내용물로 완성되어 있다.
삼보마스터(サンボマスター) < ラブ&ピース!マスターピース! >
언제나 뜨거운 마음을 직구로 전달하는 삼보마스터도 어느덧 메이저 데뷔 20주년. 이를 기념하기 위한 6년만의 정규작으로, 꾸준히 쌓아왔던 싱글을 전부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베스트 앨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한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공개 된 내용이기 때문에, 새로움은 좀 덜할지 몰라도 충실함 면에서는 역대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기본에 충실한 풍성한 선율의 쓰리피스 펑크 사운드, 그리고 보컬 야마구치 타카시 특유의 ‘드거움’을 맛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앨범.
글림 스팽키(GLIM SPANKY) < The Goldmine >
자신들만의 사이키델릭 록 공식을 단단하게 구축한 밴드의 7번째 침공.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법이지만, 어느때보다 사운드와 멜로디에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 3집 < BIZARRE CARNIVAL >을 이들의 최고작으로 언급해왔는데, 이번 작이 그 명성에 근접하다고 느껴질 정도. 두 멤버의 장점이 고르게 발현되어 있고, 특히 어느 때 보다 디스토션의 폭발력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도루(odol) < DISTANCES >
서정적이면서도 편안한, 그러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텐션을 자연스럽게 선사하는 3인조 밴드의 신작. 어쿠스틱한 무드를 기반으로 피아노와 현악 세션의 하모니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望み’, 뭉근한 신시사이저 소리와 은근 중독적인 비트가 재미있는 합을 보이는 ‘幸せ?’ 등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은, 자신들만의 음악을 추구해 가는 팀의 장점이 설득력있게 표현되고 있는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