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소비, 한국 내 인기의 요인은?
* 일본 분슌 온라인에 기고한 글입니다. 문단이나 편집 방식 등에 있어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본 국문본과 차이가 없으니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 한해 한국 대중음악 신 결산에 있어 빠뜨려서는 안 되는 키워드가 바로 JPOP일 것이다. 작년 말부터 조금씩 꿈틀대던 이 단어는, 2023년이 되자 숏폼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 여러 콘텐츠와 결합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Z세대의 감성을 저격한 이마세의 ‘NIGHT DANCER’가 JPOP으로는 최초로 멜론 Top 100 차트에 올랐으며, < THE FIRST SLAM DUNK >에 삽입된 ‘第ゼロ感’으로 스타덤에 오른 텐-피트는 세 번이나 내한하며 이벤트와 공연 등으로 그 환호에 보답했다. 유리와 후지이 카제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재생되고, 최근 아이묭의 인스타그램엔 일본어만큼이나 한글로 쓴 댓글이 눈에 띄곤 한다. 일본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지자,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이들도 마켓의 가능성을 점쳐 보고자 다수 한국을 방문해 라이브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 음악 붐에 있어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이가 바로 요아소비다. 애니메이션 < 최애의 아이 > 주제곡인 ‘アイドル’의 인기가 마니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전파, 순식간에 JPOP 열풍의 핵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유튜브 Korea Top 100 Weekly에서 1위에 오르고, 2023년 한국 유튜브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에선 뉴진스와 정국, 세븐틴을 제치고 6위에 랭크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 역시 도드라졌다. 최근엔 팬덤 위주의 멜론차트 보다 폭넓은 이들이 사용하는 유튜브 뮤직이 실질적인 경향을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상황이니, 대략 그 기세가 짐작되리라 생각한다. 요아소비 측도 이러한 니즈에 부응하듯 한국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내한 공연을 확정하는 등, 높은 관심에 보답하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자국의 요소가 짙게 반영되어 있는 요아소비의 해외 인기가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한국 내 일본 음악의 인기는 어느 정도 이곳에서 통용되는 정서가 동반되어야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앞서 언급한 유리나 아이묭, 후지이 카제, 이마세 등은, 분명 한국인이 듣기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보편적이거나 트렌디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한국에 JPOP이 유입되는 가장 큰 루트인 ‘애니메이션 타이업’과는 별개의 흐름이었고, 마니아 위주의 소비를 벗어나며 비로소 다양한 계층으로의 확장을 꾀할 수 있었다. 즉, 애니메이션 타이업은 한국 내 일정한 수요를 발생시키는 한편 일본 음악에 대한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양날의 검으로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アイドル’ 역시 처음에는 < 최애의 아이 > 주제가로서의 존재감이 훨씬 우위에 있었다. 애니메이션 마니아 중심으로 언급되며 아는 사람들끼리 소소하게 화제를 모으던 시점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접근성 제고에 따른 전체 파이의 증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보급은 자국의 콘텐츠를 국경과 저작권의 족쇄에서 해방했고, 전 세계 동시공개가 가능해지며 실시간 소비층이 대폭 증가하였다. 이는 < 귀멸의 칼날 >이나 < 진격의 거인 >을 필두로, < 체인소 맨 >이나 < 주술회전 > 타이업 곡들의 유튜브 조회 수가 그 아티스트의 다른 곡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다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마니아들이 늘어날지언정, 그렇다고 일본음악이나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이 화제성이 옮겨 붙으리라 예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 이 노래가 어떻게 일반 대중에게까지 전파되었을까. 역시나 숏폼을 통한 챌린지의 확산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여기엔 추가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KPOP 그룹들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KPOP 그룹 내 일본인 멤버들이 현지의 화제성을 캐치하며 챌린지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렇게 보이그룹/걸그룹의 영향력을 타고 삽시간에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져나가게 된 셈이다. ‘アイドル’이 음악을 넘어 바이트 콘텐츠, 스낵 컬처로 정착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허니웍스의 ‘可愛くてごめん’ 역시 놀잇거리로 여겨지자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던 선례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렇게 ‘우선’ 인지도를 획득한 노래가 한국인들이 듣기에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는 점에 있다. ‘アイドル’은 사운드와 구성 측면에서 KPOP의 요소가 상당 부분 반영된 트랙이다.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인트로나, 그리고 엔믹스의 ‘O.O’를 떠올리게 만드는 믹스 팝으로서의 구조 등이 그 증거인데, 여기에 일본 애니 송 특유의 무드와 아야세의 특기라고도 할 수 있는 잦은 전조를 더하며 바다 건너 리스너들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매력의 곡을 완성했다.
더불어 상반되는 감정을 능숙하게 그려내는 이쿠라의 보컬 역시 음악과 대중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로 그 임무를 충실히 완수하고 있다. 일반적인 타이업 곡이라면 마니아들 내에서 소비되는 데에 그쳤겠지만, 이처럼 두 사람이 구축해 낸 높은 완성도는 그 한계를 간단히 뛰어넘는다. 높은 화제성은 ‘夜に駆ける’나 ‘怪物’, ‘群青’와 같은 과거 히트곡들이 다시금 주목받게 만들었으며, 때마침 발표된 이틀간의 내한 공연은 모두 1분 만에 매진되었다. 노래에 대한 관심이 그룹 자체로 옮겨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요아소비의 사례는 양국의 유행이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는 지금, 한국인에게 어필할 만한 음악적 매력을 가진 JPOP이라면 언제든 한국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애니메이션 타이업이건, 밴드건, 발라드건, 힙합이건, 보컬로이드이건, 어떤 장르의 일본 음악인지는 상관없다. 더군다나 올해 JPOP 붐을 계기로 일본음악에 대한 심리적 장벽 또한 유례없이 낮아진 상태다. 어쩌면 2024년은 일본의 음악 관계자들에게 있어 한국을 공략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요아소비와 같은 아티스트가 지금의 인기를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JPOP이 한국 음악 시장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음은 분명하나, 아무래도 아직은 음악 자체가 아닌 일종의 스낵 컬처로 소비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NIGHT DANCER’ 이후 낸 곡들이 그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이마세의 경우가 그 반증일 터. 대중 대부분은 ‘일본 음악’ 임을 인식하고 소비한다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조우했다는 느낌에 가까울 것이다. 때문에 일본 음악에 대한 전체적인 파이는 유지되거나 증가할지언정, 이를 계기로 JPOP 일부러 찾아듣게 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일본 음악 붐이지만 일본 음악 붐이 아니기도 하다’라는 것이 개인적인 중론이다.
한가지 긍정적인 것은, 다양한 음악을 즐기고픈 한국의 대중들이 JPOP을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데에 있다. 2023년 이곳의 리스너들은 평소 가까이 두지 않던 소리와 급속히 친해졌고, 이를 통해 좋은 추억들을 남겼다.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헤드라이너로 1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엘르가든과 ‘Make a Wish’를 합창했던 순간, 후지이 카제가 뉴진스의 ‘Ditto’를 커버하며 놀라움을 안겼던 순간, <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에서 텐-피트의 ‘第ゼロ感’을 통해 모든 이들과 하나가 되었던 순간, 원 오크 록 내한 공연 당시 좀처럼 부르지 않던 ‘C.h.a.o.s.m.y.t.h.’가 주었던 감동까지. 개인적으로도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과 일본 음악 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한국인들에게 있어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새로운 영역과의 친밀감. 요아소비라는 존재는 그 절정을 견인하며 한국 내 JPOP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젖히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