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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16. 2024

[24-02-02] 주간제이팝

우타다 히카루, 에메, 배드 합, 토모오, 스파이에어 등

24년 2월 두번째 주간제이팝 시작합니다!


[Single]


우타다 히카루(宇多田 ヒカル) ‘何色でもない花’

전작으로부터 약 반년만의 싱글이자, 본인으로서는 2001년 드라마 < HERO > 이후 23년 만에 맡는 게츠쿠(월요일 9시 드라마) 주제가이기도 하다. 다소 가라 앉은 비트의 전개가 작금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며, 정말 간만에 쓴 스트레이트한 러브 송이기도. 확실히 리듬을 중요시하는 최근의 경향이 반영된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메(Aimer) ‘800’

원래부터도 구사하는 음악 스타일 자체가 직선적이지만, 이번 노래는 특히 디스토션의 깔끔하면서도 거친 연주가 기분 좋은 타격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영화 < マッチング >의 주제가로, 비장미 넘치는 무드로 하여금 영상작품의 분위기를 이 곡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을 듯.


토모오(TOMOO) ‘Present’

토모오의 붐은 시작되었다! 2024년 초입부터 작년에 냈던 앨범이 역주행하고 단독 라이브 추가발표, 음악 페스티벌 출전과 같은 좋은 소식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는 그의 신곡. 마치 JPOP과 블랙뮤직을 부단히도 겹쳐내던 2010년대 중~후반의 호시노 겐이 떠오르는, 그루비함이 흘러 넘치는 경쾌하고도 대중적인 팝 넘버다. 선물을 고를 때 이걸 맘에 들어할까 걱정하던 경험을 토대로, 사람과의 인연은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이를 통한 교감이라는 사실을 전해주는 메시지도 맘에 든다. 


와누카(和ぬか) ‘おまじない'

내한을 앞둔 와누카의 신곡으로, 오리엔탈 느낌의 이국적인 정서가 우선 와닿는다. 가사적으로 언어유희를 가득가득 담아냈다고. 혼세션을 적극 활용한 스케일 큰 편곡으로 하여금 포만감 역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곡이기도. 기존 그의 곡과는 또 다른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음과 동시에 레트로한 정서가 친숙하게 다가와, 그간 정을 붙이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듯.


우루(Uru) ‘アンビバレント’

개인적으로 아주 잘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 < 약사의 혼잣말 >의 2쿨 OP. 비교적 슬로우 넘버에 주력했던 기존의 흐름에 자그만한 균열을 주는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현악 세션과 함께 호소력 있게 울려 퍼지는 우루의 보컬이 좋은 합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1쿨 OP였던 료쿠샤카의 곡을 워낙 좋아해서 처음엔 영 끌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듣다 보니 어느덧 촉촉하게 스며드는 그의 감성이란. 


스파이에어(SPYAIR) ‘オレンジ’

밴드로서는 3년만의, 그리고 요스케 가입 후 첫 애니메이션 주제가. 이전에도 은혼이나 하이큐와 같은 대형 타이업을 해왔기에 하이큐 극장판의 주제가를 맡은게 그렇게 이상하진 않은데, 뭔가 이케 탈퇴 이후 한참 모멘텀이 죽어 있던 팀이 타이업 하나로 이렇게 다시금 팍 치고 올라오는 걸 보니 진짜 타이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다만 전작 ‘RE-BIRTH’로 요스케 체제의 스파이에어를 선보인 마당에 다시금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곡풍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를 바라는 마음. 


메이요덴세츠(名誉伝説) ‘feat.あなた’

이 팀 보면 볼수록 재밌네. 사랑에 빠져 이제나 저제나 그 사람이 떠오르는 이야기를 ‘feat.あなた’로 표현한다는 발상이 새롭다. 가사만 특출나면 의미가 없겠지. 그 말 맛에 딱 맞는 멜로디와 워딩, 여기에 특히나 각 악기의 특성을 정확히 팀의 정체성과 겹쳐내는 사운드의 훌륭한 믹싱이 발군. 얼른 앨범 하나 내주면 좋겠다. 좀 더 오랜시간 지긋이 즐기고 싶어지는 아티스트. 


[ALBUM]


배드 합(BAD HOP) < BAD HOP(BHG EDITION) >

그야말로 명예로운 퇴장. ‘박수칠 때 떠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형국이다. 2014년 결성 이후 10년 동안 일본 힙합 신의 ‘현재’를 만들어 온 크루 배드 합이 2월 19일 있을 기념비적인 도쿄 돔에서의 해산 공연을 앞두고 선보이는 마지막 앨범이다. 비교적 변방이었던 블랙뮤직, 특히 랩과 힙합이 지금과 같이 메인스트림에서 돋보이는 장르로 자리잡기까지의 10년을 총망라하려는 듯, 각자가 가진 조각이 모여 완성되는 개성 넘치는 음악 달란트가 한창 물오른 이들의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상반되는 스타일이 교차하는 그 광경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우며, 다양한 무드를 오가는 와중에 구멍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탄탄한 완성도가 자신들의 마지막을 축복하는 듯 하다. 힙합 신의 새로운 막이 열릴 2024년, 그 문을 열어 젖히기 전 모든 것을 정리 및 마무리하는 한 장.


미우라 다이치(三浦 大知) < OVER >

시대에 따라 결은 달라졌어도 그는 항상 ‘댄스 넘버’를 추구해 왔다. 오리지널 앨범으로서는 무려 7년만에 내는 작품인만큼 그 의지도 남달랐을 터. 기존에 태그를 맺어왔던 프로듀서와 더불어 토모카 이다, 츠구미 등 처음으로 합을 맞춘 이들이 가세하며 그의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일렉트로니카, 힙합, 알앤비 등을 자신의 영역으로 가져와 직조하는 그만의 스테이지는 간만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가 해보지 않았던 미니멀한 사운드의 ‘能動’, 최근 주목받는 알앤비 싱어 후루이 리호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인상적인 ‘Everything I Am’을 특히 추천한다. 


문 드롭(moon drop) < 君に見た季節 >

크게 변한건 없지만, 요리에도 뻔하지만 그리운 맛이 있듯 그래도 그들만의 풋풋한 그 정서가 그리울 때가 있다. 사랑에 대한 보편적이고도 동시대적인 여러 이야기들을 여러 갈래로 퍼뜨린 후 다시금 한다발로 묶어낸 이번 세번째 정규작은, 이내 밴드만의 색채가 비로소 독자적인 것으로 정착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또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라도 느긋하게 지나간 사랑을, 혹은 현재진행중인 사랑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앨범이 제격이지 않을까. 


후지타 카코(フジタ カコ) < HEROINE >

작년 7개월 연속 릴리즈로 메인스트림에 대한 신고식을 제대로 치른 신예 여성 싱어송라이터 후지타 카코의 첫번째 정규작이다. 기본적인 록 편성을 기반으로 우직하고 단단한, 그렇기에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 앨범 안에서 울려퍼진다. 통렬하고 스피디한 넘버부터 서정적인 슬로우 튠까지, 그 안에서 청명하고도 또렷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우리가 지금을 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매개체처럼 느껴지는 듯 하다.


코코(Cocco) < ビアトリス >

어느덧 활동한지 30년이 다 되어감에도 언제나와 다름없는 생명력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코코센세. 꾸준한 작업 페이스를 기반으로, 어느덧 2020년대에만 세번째 작품이자 통산 13번째 정규작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랫동안 함께 음악을 해 온 네기시 타카무네와 함께, 밴드 서포트 멤버로 함께 해왔던 와타나베 슌스케가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1960년대 로큰롤이나 7~80년대 하드록이 떠오를 법한 묵직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그간의 관록을 표현으로 치환해 내는 그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새겨져 있는, 아직까지 이 정도로 충만한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작품이다. 


사우스 펭귄(South Penguin) < South Penguin >

아카츠카의 솔로 프로젝트인 사우스 펭귄의 3번째 정규작. 리버브의 도움을 받아 옅게 퍼져나가는 기타 사운드와 넘실대는 베이스의 합 아래 영롱한 신서사이저의 음색이 왠지 모르게 신비스러움을 자아내는 ‘animal planet’을 필두로, 그만이 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 가득한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30여분의 러닝타임을 충실하게 채우고 있다. 밴드 형식을 띄고는 있지만, 그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럭비공 튀듯 반발력 있게 구사되고 있는 작품. 


신도쿄(新東京) < NEO TOKYO METRO >

참신과 혁신. 앨범을 들으며 이 두 단어가 머리 속을 계속 맴돌았다. 뭔가 조만간 한 번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완전 홈런은 아니라도 3루타 정도 되는 임팩트를 이번 작품을 통해 선보이는 신도쿄. 가장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합주에서의 타이트함과 앙상블. 각 악기들이 가뜩이나 빠른 BPM을 현란하게 쪼개는 와중에도 ‘전체’로서의 의무를 잊지 않고 멋진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특히 리듬 파트를 담당하는 두 악기, 베이스와 드럼의 하모니가 이 앨범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데 한 70%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경험한 적 없는 롤러코스터가 선사하는 신개념의 소용돌이. 꼭 체험해 보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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