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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25. 2024

[24-02-03] 주간제이팝

아도, 와치, 슈퍼 비버, 에이미, 헤디건 등

아도 내한공연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일요일.

2월 세번째 주간제이팝 보내드립니다~


[Single]


아도(Ado) ‘Value’

이번 신곡은 보카로P 폴리스 피카딜리가 제공한 곡으로, 퍼커션이 강조된 라이트한 록 기조의 스타일이 그의 보컬 운용과 맞물려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초반부 힘을 뺀채 들어오는 음색은 이전에는 또 본 적 없던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뮤직비디오는 최근 떠오르는 일러스트 작가 지코(G子)가 맡아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만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마이 헤어 이즈 배드(My Hair is Bad) ‘自由とヒステリ’

릴리즈가 뜸했던 2023년을 넘어 본격적으로 재시동을 거는 그들의 신곡.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하긴 그렇지만, 뭔가 와일드했던 이전의 느낌은 다소 가라앉고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선율에, 메시지보다 노래 전반을 전달하려는 애티튜드가 보다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인상이다. 


와치(wacci) ‘愛は薬’

슬슬 끝을 달려가고 있는 애니메이션 < 약사의 혼잣말 > 2기 엔딩곡. 세력끼리의 암투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가운데 조금은 뒷전으로 밀려난 로맨스를 음악으로 잘 승화시킨 하시구치 요헤이의 역량이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애니메이션과 떼어놓고 봐도 노래 자체만으로 훌륭한 보편적 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필할 수 있을 만한 팝록 트랙. 


에이미(AAAMYYY) ‘救世主’

댄서블한 라운지 뮤직에 살포시 얹히는 몽환적인 음색. 기발표된 작품으로 자신만의 자유로운 음악세계를 펼쳐온 에이미의 신곡으로, 감각적인 비트 메이킹과 유려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라인이 그의 정체성을 한껏 머금고 있다. 3월에 있을 간만의 단독 라이브에 대한 예열작업과 같이 느껴지기도. 


루비 스파크스(Luby Sparks) ‘Stayaway’

영미권의 얼터너티브 록 감성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방식대로 일본 음악신에 풀어 넣고 있는 5인조 밴드의 신곡. 인디록, 슈게이저와 같은 밴드의 루츠로 다시 한 번 회귀하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겹쳐낸 인트로에 이어 전반적으로 투박하고 거친 사운드가 자신들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묵직하게 한발한발 나아가는 인상이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드는 트랙. 


리갈 리리(リーガルリリー) ‘春が嫌い’

새출발, 변화, 시작과 같은 메시지를 내포하는 일반적인 봄 노래와 달리, 그 변화에 저항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욱 어필할 만한 내용으로 장식된 가사가 인상적. 이처럼 타카하시 호노카의 독특한 시각이 빛나는 무게감 있는 이들의 얼터너티브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리갈 리리만의 봄 노래’로 포지셔닝된 노래다. 직설적인 졸업송에 다소 싫증이 난 이들이라면, 이 노래가 더욱 맘에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ALBUM} 


슈퍼 비버(SUPER BEAVER) < 音楽 >

항상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는 슈퍼 비버. 가면 갈수록 쿨한 것만을 찾는 시대이기에 오히려 이들의 애티튜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지. 기세만으로 보면 지금이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들의 9번째 작품엔 여전히 용광로 같은 열기가 가득 담겨 있다. 쓰리피스 기반의 통렬한 록 사운드, 귀에 꽂히는 캐치한 멜로디, 여기에 삶의 여러 모습을 조망함과 동시에 응원을 보내는 시부야 류타의 노래까지. 단독 편곡이었던 전작과 달리 키보디스트이자 프로듀서 카와노 케이가 절반 정도의 트랙에 편곡으로 참여하였으며, < 도쿄 리벤저스 >나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등 타이업 또한 충실해 어느 때보다 대중성을 고려한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페일더스크(Paledusk) < PALEHELL >

격렬한 라우드 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작품. 특히나 심, 피어 앤 로딩 인 라스베가스. 패스코드, 하나비에 등을 좋게 들었던 이들이라면 이 음반의 유혹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후쿠오카 출신 4인조 밴드로, 전자음악을 적극 반영한 믹스쳐 메탈코어 사운드가 개성있게 그리고 대중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작품이다. 소리 하나하나의 해상도가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좋으며, 곡마다 각기 다른 구성과 조합으로 재미를 더한다는 점도 포인트. 크로스페이스나 컬트, 콜드레인의 멤버들과 성사된 협업 역시 각자의 개성이 더해 있어 그 차이를 비교하는 것도 이 작품을 더욱 충실히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터.


헤디건(Hedigan’s) < 2000JPY >

서치모스의 보컬 욘시가 속해 있는 밴드로 주목받고 있는 헤디건의 첫 EP. 첫 작품인만큼 음악성을 명확히 규정짓기는 어렵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겠다’라는 스탠스가 확실하다는 점이다. 리버브 걸린 기타를 중심으로 특별한 지향점 없이 느릿하게 나아가는 ‘論理はロンリー’, 고즈넉한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1960년대 포크 그룹의 바이브마저 느껴지는 ‘説教くさいおっさんのルンバ’, 조금 더 올라와서 핫피엔도의 무드를 살짜기 자신들만의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소스로 사용한 듯한 ‘サルスベリ’ 등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음악을 선보이는 이들. 이제 시작이니 정체파악을 위해선 올해 이어질 활동을 조금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프렌즈(フレンズ) < ユートピアン >

보컬의 한 축을 맡고 있었던 히로세히로세 탈퇴 이후 오카모토에미 체제로 처음 선보이는 풀렝스 작품이다. 이전의 밝고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분위기에서 다소 일신, 오카모토에미의 음색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진, 개인적으로는 솔로작품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결과물. 조금 더 도회적인, 그루브하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가라앉은 무드가 전반에 깔려 있어 이전의 정서를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릴지도. 그럼에도 여전히 탄탄한 완성도와 좋은 합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다음 챕터로 나아가는 긍정적인 발걸음이라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네크라이토키(ネクライトーキー) < TORCH > 

보컬 못사를 중심으로 밝고 컬러풀한 팝록을 선보이는 5인조 밴드의 네번째 정규작이다. 여전히 그들만의 비비드한 색채는 여전하며, 신시사이저를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캐치한 선율을 전면에 내세워 접근성 좋은 록뮤직을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년 9개월이라는 인터벌만큼 충분한 고민을 거쳐 제작된 작품이라고. 자신들에게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 애니메이션 < 스콧 필그림, 날아오르다 > 주제가 ‘bloom’을 필두로, 좀 더 슈게이저에 가까운 접근법을 보여준 ‘だから、’이나 많은 정보량을 투입해 입체적으로 곡을 전개하고 있는 ‘ふざけてないぜ’ 등 한 단계 진화한 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수록곡들로 완성되어 있다. 


진 도그(Jin Dogg) < Blood & Bones >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재일교포 3세 래퍼 진 도그의 신보. 재킷에 새겨져 있는 ‘친구’라는 한글이 왠지 모르게 인상적이다. 특유의 비장미와 공격성이 두드러지는 촘촘하고 타이트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훅이나 구성 측면에서도 늘어지지 않도록 고민한 흔적이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피아노 루프를 기반으로 벌스와 후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Like This(feat. YVNGBOI P)’, 보코더를 적극 활용한 싱잉-랩으로 특유의 서정미를 살려낸 ‘All I Need(feat. YOUNG ZETTON)’ 등 자신의 음악세계를 강한 어프로치로 전개하고 있다. 


달쟈브 스텝 클럽(DALLJUB STEP CLUB) < 3% >

2012년에 결성, 2018년 앨범 발매 이후 무려 6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로, 밴드 뮤직과 일렉트로니카 그 중간 영역 어딘가에 있는 실험적인 시도를 익스트림하게 구현하고 있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과하게 단조로운 가사, 기존 뼈대를 두고 계속 반복되는 비트, 음절 단위로 분절해 마구 늘어놓는 보컬 트랙을 합쳐 펼쳐내는 본적 없는 세계가 굉장히 자극적으로 귀에 꽂힌다. 2000년대 초반 빅 비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스트랄한 구성의 ‘Kabaddi’를 들어본다면, 대략 이들의 실루엣이 희미하게라도 눈에 들어올 듯 하다. 후반부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밴드 포맷으로서의 존재감을 살짝 드러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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