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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17. 2024

새로운 팝 아이콘의 SNS 시대 적자생존 법칙

6월 아시안 팝 페스티벌로 한국을 찾는, 수요일의 캄파넬라에 대하여

* 인디포스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티스트와 곡 명칭은 해당 매체 편집부의 의도에 따라 기재하였습니다.



SNS가 대중음악신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시대다. 틱톡이나 릴스 등을 기반으로 한 ‘바이럴 히트’의 활성화로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고,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 것에서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갔다. 그 과정에서 예전이면 응당 사랑을 받았을 법한 노래가 힘없이 사그라지고, 숏폼 포맷에 최적화된 새로운 감각의 노래들이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Z세대들에게 선택받으며 희비가 엇갈리는 중이다. 이처럼 요 몇 년간은 ‘좋은 음악에 대한 기준이 통째로 바뀌어 가는’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옆 나라 일본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그 경향에 기름을 부은 노래 중 하나가 지금 소개할 수요일의 캄파넬라(水曜日のカンパネラ)의 2022년 작 ‘에디슨’(エジソン)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SNS 시대 히트곡의 조건


‘오도루에디슨지손신’(踊るエジソン自尊心)*이라는 일본어 특유의 영어 발음을 활용한 재치 있는 라임과 탭댄스가 연상되는 경쾌한 스텝의 안무. 레게와 하우스를 버무린 쉬운 리듬에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캐치한 선율까지. 철저하게 ‘알기 쉬움’으로 무장한 이 노래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발매 후 2개월이 되던 시기에 틱톡 위클리 팝 20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노래가 사용된 SNS 동영상 조회수가 총 27억 회에 달했으며, 틱톡 연간 뮤직차트 노래 재생 횟수 2위에 오르고 “춤출 겨를이 있으면 발명하고 싶어”(踊る暇があったら発明いてえ)라는 소절이 틱톡 유행어 대상 부문을 거머쥐기도 했다. 분명 한 해를 대표하는 노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과였다.


* 일본은 에디슨을 에지손(エジソン)으로 표기/발음한다.


어찌 보면 ‘숏폼에 맞는 음악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 또한 상당 부분 던져 준 활약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제작 스태프들은 이를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SNS 시대 대중문화의 흐름을 짚은 가사이건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언급되고 있는 반면 틱톡은 쏙 빠져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오히려 싱글에 함께 실려 있었던 ‘마네키네코’(招き猫)를 더 좋아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새로운 팝 아이콘은 등장은, 양질의 콘텐츠와는 별개로 기획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대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6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을 찾는 수요일의 캄파넬라는 현시점 일본에서 가장 트렌디한 창작집단 중 하나다. 보컬인 ‘우타하’(詩羽), 음악 전반을 맡고 있는 ‘켄모치히데후미’(ケンモチヒデフミ),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디렉터 에프’(Dir.F)의 3인조로, 2012년에 데뷔했으니 어느덧 그 커리어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알기 어려운 것이 좋다.’라는 기조로 임했던 켄모치히데후미와 자신의 독특한 삶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투영했던 코무아이의 1기(2012~2021) 시절에도 부도칸 단독공연을 개최하는 등 적지 않은 팬 베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대중의 곁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은 2기 보컬인 우타하를 영입한 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1기 보컬인 코무아이 시절의 라이브, 의식적으로 대중과 거리를 두며 팀의 컬러를 구축해가던 시절이었다.


이들 음악의 핵심은 ‘직관성’과 ‘위화감’,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카타야스타카, 토후비츠와 함께 J-EDM을 대표하는 셋 중 한 명이라 여기는 켄모치히데후미의 스타일은 일관성을 배제한 채 일렉트로니카의 하위 장르를 활용해 어떻게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누자베스로부터 발굴되어 재즈/랩 영역에서 활동한 이력 덕분에 힙합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하우스나 덥스텝, 드럼 앤 베이스 등 장르적으로도 넓은 영역을 커버한다. 그 풍부한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법한 소리를 탐구해 적절한 선율과 가창을 입혀낸다. 그 음악이 쉽든 어렵든, 일단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참으로 SNS 시대에 적합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가사 역시 주목할 만하다. 가만 살펴보면 실존이건 가상이건 ‘인물’을 제목으로 내건 노래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SUPERMAN>(2017)과 <네온>(ネオン)(2022)은 모든 트랙이 그러한데, 그렇다고 진지한 태도로 이들을 다루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 가지의 포인트를 잡아, 완전히 다른 방향의 스토리를 써가는 방식인데, 어떻게 보면 노랫말에서 메시지와 감정을 배제함으로써 ‘소리를 즐겼으면’ 하는 프로듀서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리히메’(織姫)의 경우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코로나가 끝난 후 겨우내 만났는데 외모나 취향이 바뀌어 낯설게 느껴지는 연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이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구현하는 무의미함. 이것이 바로 이들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의 정체다.


'오리히메(織姫)’ 뮤직비디오


앞서 언급했듯 우타하 영입 후의 결과물은 확연하게 파퓰러해졌다. 서브컬쳐에서 메인스트림으로 훅 들어온 느낌이랄까? 켄모치히데후미는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변화에 KPOP의 영향이 적지 않음을 언급한 바 있다. ‘대중들은 알기 쉬운 것을 원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동시에 SNS 세대들은 더욱 ‘알기 어려운 것’으로 부터 도피하고 있으며, 코로나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전력을 다해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찾고 있는 시기임을 언급하며 이에 부응하고자 한 것이 지금 수요일의 캄파넬라가 가진 지향점임을 밝혔다. 한 마디로 ‘자신도 납득함과 동시에 대중에게도 이것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음악’인 셈이다.


아직 일원이 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코무아이라는 거대한 존재감을 지우고 빠르게 자리 잡은 우타하의 개성과 역량 또한 그룹에 있어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스트리트 모델 출신인 만큼 비주얼부터가 강렬하다. 입 주변의 피어싱과 화장으로 강조한 눈매, 정확하게 일자로 자른 앞머리와 양 갈래로 묶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바짝 밀어버린 헤어스타일. 언뜻 보기에 패션분야에서 발 빠르게 서브컬쳐 붐을 일으킨 캬리파뮤파뮤의 카와이계와 살짝 일맥상통하는 측면은 있지만, 조금 더 날카롭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노래 역시 ‘가수를 생각한 적 없다’는 그의 말과 다르게 호흡과 기교를 다루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섬세한 컨트롤과 소절에 맞는 발화로 곡을 리딩하는 가창이 트레이닝의 결과가 아닌 직감적이고도 본능적인 정제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코무아이의 라이브가 전위예술에 가까웠다면, 우타하의 라이브는 철저하게 엔터테인먼트성을 추구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음악이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세계를 구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듣는 이에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활력 정도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 말한다.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최소한의 방향만 맞춘 채 전진 중인 이 특이한 형태의 3인조는, 3월에 있었던 부도칸 단독공연 이후 목표에 대해서만큼은 주저 없이 ‘해외’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 시대에 부합하는 캐주얼하고도 심플한 음악, 여기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프론트퍼슨 우타하의 존재감, 처음 보는 이들이라도 금세 빠져들 수 있는 흡입력 있는 퍼포먼스까지. 그들이 선사하는 콘텐츠의 설득력은 이미 그 꿈을 현실로 바꿀 채비를 마쳤다. ‘음악만으로 선사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그룹의 야심 찬 도전장, 이제 우리는 그 기개를 마주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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