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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26. 2018

제이팝 신보 소개(2월 넷째주)

SINGLE/ EP

래드윔프스(RADWIMPS)

‘Mountain Top/ Shape Of Miracle’

중일합작영화 < 오묘전 >의 주제가로 사용될 'Mountain Top'과 등장인물인 양귀비를 모티브로 한 Shape of Miracle'이 수록된 더블 A면 싱글. 애니메이션 < 너의 이름은. > OST가 대중들이 알고 있는 랏도의 이미지 위에서 구축된 결과물이라면, 이번 작품은 철저히 '영화 스코어'로서의 목적에 맞게 제작된 악곡들이다. 록적인 요소는 배제한 채 건반과 오케스트라로 스케일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보자면 밴드보다 솔로 프로젝트인 'illion'의 체취가 더 묻어나온다. 이제까지의 밴드와는 성격이 판이한 노래를, 그것도 무려 싱글로 발매했다는 사실에서 음악적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아마도 이 싱글을 듣는 순간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다 요지로라는 이름을, 밴드 말고도 이곳저곳에서 오랫동안 볼 수 있으리라는 사실 말이다.


쿠루리(くるり) ‘その線は水平線(저 선은 수평선)’

햇수로 3년만에 선보이는 반가운 싱글. 20주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그들의 신곡엔 여전히 따스함이 어려 있다. 전체적으로 퍼즈와 리버브가 강하게 걸려 있어 꿈결을 거니는 듯한 부유감 있는 사운드로 갈무리 되어 있으며, 그래서 그런지 날씨가 따뜻해지면 공원에 누워 이 노래를 들으며 낮잠이나 한번 때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함께 실려 있는 ver.2는 크런치가 강조된 기타사운드와 타이트한 드러밍으로 록으로서의 임무에 좀 더 충실하고 있다. 쫓기거나 서두름 없이 항상 반박자 느린 듯한 여유를 선사하는 그들의 음악철학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관록의 증표.  

에메(Aimer) ‘Ref:rain / 眩しいばかり(눈부실 뿐)’

2016년 발매했던 네번째 앨범 < daydream >은 활동에 있어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을 것이다. 원오크록의 타카,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 안도로프의 우치사와 타카히토, 스키마스위치, 아베 마오, 린토시토시구레의 TK와 같은 호화 크레딧을 보고 '에메가 누군데?'라는 궁금증을 가질 이가 한둘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러한 조력자들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홀로 설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이 싱글이다. 물론 이번 작에도 싱어송라이터 코코(Cocco)에게 곡을 받긴 했지만, 적어도 그것이 높은 완성도의 주요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가사가 가진 감정을 큰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우직한 음색과 표현법으로 하여금 동세대 누구에게도 찾기 어려운 재능의 소유자임을 수록곡들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A/B면 가리지 않고 좋은 곡들이 포진해 있는 것 또한 플러스 요인.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일러주는 듯한 보고서 같은 싱글.



엑자일 더 세컨드(EXILE THE SECOND)

‘アカシア(아카시아)’

갈라파고스 같은 일본에서 그나마 영미 팝신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라면 엑자일 사단이 아닌가 싶다. 뭄바톤을 기조로 한 리드미컬한 반주와 좋게 말하면 전매특허, 나쁘게 말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리듬존 특유의 알앤비 보컬이 나쁘지 않은 합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Route 66'과 같은 경쾌발랄한 분위기가 개인적으로는 더 좋아서 그런지 다소 평범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 이런 '끈적한 중년' 캐릭터는 엑자일 내부적으로 너무 많이 소모되다 보니.... 그래도 레이블 전체적으로 곡이 퀄리티가 상향평준화되고 있어, 일본의 댄스음악을 찾는 이들에게 "리듬존 소속 그룹들의 음악을 들어보세요" 라고 추천해 주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룹들간에 차별화가 잘 안되는 건 좀 흠이긴 하지만.


스다 마사키(菅田 将暉)

‘さよならエレジー(안녕 엘레지)’

20대 남자 배우 중 요즘 가장 핫하다고는 하는데 정작 나는 몰랐...  사실 기사가 하도 많이 나서 찾아보게 된 케이스이긴 한데, 아무래도 탑배우의 록 뮤지션 데뷔는 메인스트림 지배를 꿈꾸는 일본 록 신과 매체들에게 있어 쌍수를 들어 반길만한 소식이기 때문에... 사실 홍보자료로 쓰고 있는 사진이 후지패브릭의 고 시무라 마사히코를 닮아 있어서 '후지패브릭의 추모이벤트가 열리나..'라고 넘겨 짚어도 한참 넘겨 짚고 있었다. 서두가 긴 것은 사실 음악적으로는 크게 할 말이 없는 탓이기도.;;  업템포의 록 사운드는 준수하나, 전반적으로 그냥 '부르고 있다'라는 느낌. 보통은 가수가 하기 싫은데 소속사에서 노래도 한번 해봐라 그래서 음반을 취입하는 가수 겸업 배우들에게서 이런 게 많이 느껴지긴 하는데... 그래도 본인은 어느 정도 열정은 있다고 하니, 판단은 곧 나올 앨범을 통해 해보도록 하겠다.  


레이(Rei) < FLY >

올해 반드시 주목해야할 New Comer. 연주력은 충만하고 편곡은 독창적이며 가창은 개성으로 무장. 음악의 기반은 블루스로 1960~70년대가 연상되는 스케일의 기타 솔로잉을 주로 활용하나, 이와 함께 디제잉이나 전자사운드 또한 적극적으로 도입, 여타 카테고리와는 다른 'Rei'라는 장르를 커리어 초반에 단번에 확립하는 충격적인 작품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렇게 놀란 것이 언제였는가 싶을 정도. 옛것을 이렇게나 자신의 것으로 체득해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재능인지 실감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탄탄한 음악성과 이에 못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올해의 EP 중 한장이 될 작품.



ALBUM

이에이리 레오(家入 レオ) < TIME >

'君がくれた夏'를 통해 전국구급 스타로 발돋움한 그녀의 통산 다섯번째 오리지널 앨범. 청량한 보이스 컬러를 기반으로 다양한 컬러의 팝송을 들려주고 있다. 공간감을 최대한 활용한 'Relax' 같은 아레나 지향의 곡에도, 어쿠스틱 편성의 '恋のはじまり' 같은 소박함에도, 쇼와가요 스타일의 선율을 메인으로 가져다놓은 'TOKYO'에서의 클래식함도 모두 소화해 내는 유연한 보컬리스트로 성장한 그녀. 데뷔 초기 다소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던 나에게도 어느샌가 '믿고 듣는' 아티스트가 되어버린 이에이리 레오. 이후의 작품부터는 백화점식 구성에서 벗어나 좀 더 자신의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해주길 바랄뿐.


칸카쿠피에로(感覚ピエロ) < 色色人色 >

인디즈 밴드라는 개념을 알고 싶으면 이들을 보면 된다. 2013년 데뷔 이래 어떤 레이블이나 소속사에도 속하지 않은 채, 자주 레이블에서 레코딩/믹싱/마스터링을 스스로 해내고 있는 4인조 밴드의 첫 풀 앨범. 질주감 있는 사운드와 한 곳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 바리에이션 넓은 편곡, 직설적인 가사로 인해 주목받았던 자신들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멋진 작품이다. 어떤 도움 없이 스스로 해와서 그런지 어느 부분을 듣더라도 그 음악의 질감이 참으로 농후하다는 것이 강점. 마치 전체가 대뱃살로 되어 있는 참치 같달까. 스피디한 곡들이 연달아 이어짐에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은 덕에 피로함 없이 단숨에 주파할 수 있을 듯. 영화 < 22年目の告白 - 私が殺人犯です。- >의 주제가 '疑問疑答', 애니메이션 < ブラッククローバー >의 주제가 'ハルカミライ' 등 수록. 대미를 장식하는 'Just to tell you once again'의 감동도 놓치지 말자


와이즐리 브라더스(THE WISELY BROTHERS)

< YAK >

첫 곡 'グレン'부터 참 오묘했다. 일부러 팝적인 느낌을 피한듯한 선율과 월 오브 사운드가 연상되는 공간감을 부여한 레코딩, 노이즈를 빠삭하게 채워놓은 사이키델릭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 여기에 보컬은 있는 듯 없는 듯 악기 속을 유영하며 청자와의 숨바꼭질을 유도한다. 의외의 전개를 보여주는 큐트한 팝송 'キキララ', 와일드한 로큰롤 사운드의 '庭にでて', 단순한 기타리프로 입체감을 자아내는 '彼女のこと' 등 확실한 에고로 무장해 깜짝 등장한 3인조 걸밴드의 정규 데뷔작이다. 왠지 올해 말 정도 되면 여기저기서 이름이 많이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독창성을 보유한 그룹

애니멀 핵(Animal Hack) < GIFT >

일본 일렉트로니카 신의 신예로 각광받고 있는 2인조 유닛 애니멀 핵의 첫 정규작. 꽤나 하드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어, 최근의 DJ들이 기성 가수를 동반한 팝송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불만인 이들에겐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여금 클럽에서 자주 흘러나올 법한 자극적인 사운드의 트랙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작법에 있어 록적인 어프로치가 느껴지는 덕분에 록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던 이들에게도 와닿을 작품. 일본 일렉트로니카의 최신 경향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해 줄 만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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