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루시카, 백 넘버, 유리, 메이쨩, 토쿠마루 슈고 등
이번주 주간제이팝입니다!
요루시카(ヨルシカ) ‘忘れてください’
어쿠스틱한 무드를 기반으로 차분하게 풀어낸 요루시카의 신곡은, 어느 때보다 스이의 가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완성되어 있다. 드라마 < GO HOME~警視庁身元不明人相談室~ >의 타이업으로, 단촐하게 구성되었지만 부분부분 악기의 조합을 달리 가져가거나 중간의 사운드를 과감하게 전진배치 하는 등 디테일 측면에서 포인트를 주고자 한 의도가 인상적.
백 넘버(back number) ‘新しい恋人達に’
이르게 시즌 송을 낸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팀 특유의 겨울 무드를 느끼게 하는 곡이다. 되도록 담백하게 진행하는 1절을 지나 현악과 드럼이 본격적으로 따라 붙는 2절에서 감정을 터뜨리는 구성은 백 넘버만의 애절함을 극대화하기에 좋은 수단이자 정석적인 흐름. 다만 현악 세션이 과하게 붙다보니 밴드 사운드의 역동성이 조금은 사그라든 느낌이다. 프로듀서가 누구냐에 따라 밴드 뮤직으로서의 순도가 다르게 표현되는 듯.
유리(優里) ‘カーテンコール’
‘ドライフラワー’가 스트리밍 누계 10억회 재생을 돌파하며 솔로 아티스트 사상 첫 빌리언 히트를 달성한 유리. 이렇듯 싱어송라이터로서 믿고 듣는 그 존재감이 날로 커져가는 시점에 발표한 곡은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7기 2쿨 오프닝 테마. 어느 때 보다도 스트레이트하게 달려나가는 그의 질주 본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어느 때보다 록킹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그를 목격할 수 있을 듯.
아타라시이각코노리다즈(新しい学校のリーダーズ) ‘Change’
얼마 전 나온 앨범의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그들의 신곡이다. 단순한 구조의 중독적인 프레이즈를 주조, 트렌디한 EDM 사운드와 쇼와가요의 특성을 융합한 반주에 덧씌우는 방식. 역시나 한번 들으면 계속 머리에 맴도는 후크송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화 < もしも徳川家康が総理大臣になったら >의 타이업.
카네요리마사루(カネヨリマサル) ‘嫌いになっちゃうよ’
동세대의 감정을 솔직하고도 직선적으로 그려내는 모습이 확실히 자신들의 포지셔닝을 제대로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잔재주 없는 깔끔한 정공법으로 짝사랑의 그 설렘과 아픔을 공감대 있게 표현하고 있다.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디스토션의 톤도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부분.
사토 치아키(佐藤 千亜妃) ‘またたび’
이 곡은 키노코테이코쿠 활동 중단 후, 어느덧 싱어송라이터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듯한 그의 넓은 스펙트럼을 느껴볼 수 있는 곡이 아닌가 싶다. 록과 팝의 경계에서 여러 요소를 가져다 접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듯한 인상인데, 이번엔 조금 더 포크에 가까운 접근법으로 듣기 편안한 사운드와 가창을 들려주고 있다. 정말 여러가지가 가능하다 싶은, 자신의 영역을 더욱 더 넓혀가는 듯한 트랙.
히구치아이(ヒグチアイ) ‘誰’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한없이 스산한 가운데, 어딘가로 빨려드는 듯한 흡입력으로 무장해 듣는 이들을 제압하는 히구치 아이의 신곡. 심플한 소리들의 구성을 통해 무언가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차례차례 밟아나가는 흐름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무엇을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것 마냥 조심스레 멜로디를 전개시키고, 후반부에 점차 일그러지고 왜곡되는 듯한 이펙트를 통해 그 의뭉스러움을 극한으로 몰고간 뒤 30초를 남기고 마침내 켜켜이 쌓인 감정을 해방시키는, 상당히 점층적인 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함브렛타즈(ハンブレッダーズ) ‘⚡ ’
록 유망주에서 점차 중진으로 거듭나고 있는 4인조 밴드가 외치고 있는 지금 자신의 모습. 이 노래에 생생히 담겨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앨범 투어를 끝내고 조금 더 성장한 그 최신의 모드가 조금 더 서정적이고 진솔한 목소리와 연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근데 이거 제목 어떻게 읽어야 돼?
소우(Sou) < センス・オブ・ワンダー >
우타이테로서 등장한 것도 벌써 11년전, 2015년 메이저 데뷔하며 이 서브컬쳐 신의 부흥을 견인한 상징적인 아티스트의 네번째 스튜디오 작품이다. 새롭게 나아가려는 의지를 기반으로 한 버라이어티한 음악성이 다양한 스타일의 수록곡들을 통해 전면에 발현되고 있다. 보카로P 특유의 치밀한 소리들과 빽빽한 워딩 등 이 계열의 결과물들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자주 감지되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무리없이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메이쨩(めいちゃん) < やきそばパン >
이쪽도 소우와 함께 우타이테 활동 10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 중의 베테랑.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무려 21곡, 2CD라는 시대를 역행하는 큰 볼륨으로 완성되어 있다. 직접 만든 곡 뿐만 아니라 테니오하나 미키토P 등의 보카로P라던가, 유즈의 키타가와 유진, 카와타니 에논, 츠타야 코이치, 닛쇼쿠 나츠코 등 네임드 아티스트로부터도 곡을 받아 다채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에 다른 스타일의 곡들이 모여 있기에 약간은 산만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으나, 총력전과 같은 전력투구가 요즘에 쉬이 볼 수 없는 것이기에 도리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아이비(Aivy) < Cindy >
음악성이나 구성으로 하여금 료쿠샤카를 떠올리게 하는 혼성밴드 아이비의 새 EP. 청량감을 서려 있는, 뛰어난 팝 센스로 장식되어 있는 다섯 곡이 짧은 러닝타임 동안 밀도 있는 음악성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처음 접한 탓에 최근 등장한 신인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 벌써 두장의 정규 앨범을 선보인 결코 짧지 않는 구력의 팀. 보편적인 대중음악으로서의 록을 듣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앨범을 놓치지 않도록.
세이블 힐즈(Sable Hills) < Odyssey >
일본 내에서는 메탈의 미래라고까지 언급되는, 2022년 독일의 최대 메탈 페스티벌 본선 토너먼트에서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는 5인조 밴드 세이블 힐즈. 스래시 메탈과 뉴메틀, 하드 록 등의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본인들만의 라우드 뮤직 제국의 모습을 분명히 하고 있는 세번째 작품이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무자비한 헤비니스 사운드가 타이트하게 몰아치는 동안 어느덧 헤드뱅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이런 류의 장르가 힘을 못쓰는 현 음악신이기에, 이런 양질의 작품이 더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토쿠마루슈고(トクマルシューゴ) < Song Symbiosis >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싶었는데, 실제로 정규앨범은 근 8년 만. 대중음악에서 듣기 힘든 악기나 녹음방식을 통해 독자적인 길을 걸어나가고 있는, 이미 자신만의 음악으로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토쿠마루 슈고의 작품은 여전히 신비롭고 생경한 풍경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음악을 죽 쫓아왔던 이들이라면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여러 이국적인 소리들이 교차하는 ‘Counting Dog’ 같은 노래가 반갑게 다가올지도. 그의 섬세한 보컬이 오르간, 스틸 기타와 함께 하나의 수채화를 만들어 나가는 ‘Hitofuki Sote’,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아 뭉득한 질감의 녹음을 지향한 ‘Kotohanose’ 등 여전한 그의 음악세계가 생동감 있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