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le]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 'lulu.'
최애 애니메이션인 < 장송의 프리렌 > 2기의 OP는 누구인가 했더니, 대밴드께서 친히 영접을. 이국적인 판타지의 느낌을 살린 영상과 함께, 벌스 - 후렴이 반복되는 상투적인 구성을 타파해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모험의 본질을 노래로 그려낸 느낌이다. 그들이 공언한 페이즈 3의 첫 곡으로, 브라스 세션와 함께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 2분여의 구성은 그야말로 그들이 가진 최대치의 드라마틱함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팝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단단히 만드는 중.
요아소비(YOASOBI) 'BABY'
오키 야스코의 소설 'My Dear......'를 원작으로 삼은 러브송이자, 애니메이션 < 花ざかりの君たちへ >의 엔딩곡이기도.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말로 꺼내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 누군가를 향한 순수하고 일직선의 마음과 그것을 전하지 못해 흔들리는 내면의 갈등을 섬세한 표현으로 엮어냈다. 일주일 전 공개된 신곡이자 같은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인 'アドレナ'가 연애의 아드레날린 같은 고양감을 담았다면, 이 곡은 뒤에 남는 조용하고 달콤쌉싸름한 여운에 가깝다. 한층 절제된 이쿠라의 보컬은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듯한 온도감을 유지하며 상대방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심리를 따뜻하면서도 애틋하게 전달하는 중.
킹 누(King Gnu) 'AIZO'
제목인 '애증(愛憎)'이 암시하듯, 사랑과 증오가 뒤엉킨 감정의 소용돌이를 BPM 170의 모터릭 비트와 날카로운 기타 디스토션으로 구현했다. 대비되는 듯 하나를 향해가는 츠네타와 이구치의 보컬은 전력 질주하는 와중에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며, 펑크와 슈게이즈를 오가는 독자적 스타일은 하이브리드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이 여전히 견고함을 선언한다. 다만 최근 곡들에서 이전만큼의 대중적 파급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킹 누에게 애니메이션 타이업은 오히려 자신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느낌.
츠키.(tuki.) 'コトハナ kotohana'
보다 큰 스케일을 그려내는 아티스트만의 서정적 색채가 도드라지는 트랙. "말은 위태롭고 무력하며 약하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의 미래를 생각하며 던지는 말들은 분명 시간을 들여 마음 속에 꽃피워줄 것"이라는 본인의 설명처럼, 러닝타임 동안 꺼내지 못한 감정을 차근차근 풀어놓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견 연약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강인함이 가창으로도 무리 없이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
호시마치스이세이(星街すいせい) '月に向かって撃って'
1분기 시작이라 타이업 곡이 많다는 것은 좀 양해를... 애니메이션 < 真夜中ハートチューン >의 오프닝 테마로, 고양감 넘치는 오케스트레이션 중심의 편곡과 상승조의 멜로디가 시원스레 펼쳐지는 작품이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곡이 표현하고자 하는 벅찬 감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그의 가창력이 '역시...'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만드는 결과물로, 불가능도 가능성이며 본심을 증명하자는 가사와 함께 정면 돌파의 용기를 담아내는 싱글.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트라(東京スカパラダイスオーケストラ) '崖っぷちルビー (VS. アイナ・ジ・エンド)'
. 'VS.시리즈' 제5탄을 위해 작년 한 해 의미있는 한 해를 보낸 아이나・디・엔드라는 대세 게스트를 불러들인 스카파라. '전투하듯 함께 음악을 만든다'는 콘셉트로 feat. 형식이 아닌 작곡 단계부터 게스트와 협업하는 이 시리즈의 최신 곡으로, 아이나와 더불어 빗슈 시절을 함께 했던 마츠쿠마 켄타가 공동 작곡으로 참여해 기존 스카파라의 곡과는 다른 무드의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특유의 박력 넘치는 사운드와 함께 이들로서는 드문 현악 편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특징. 빗슈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왠지 마음 한 켠에 팀에 대한 그리움이 되살아날지도.
브레이멘(BREIMEN) 'ファンキースパイス(feat.TOMOO)'
절대 평범한 길을 가지 않는 브레이멘, 여기에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토모오가 가세했으니 안 좋은 노래가 탄생했을리가.. 10년지기 친구인 싱어송라이터 간 첫 콜라보레이션으로, 펑크를 기조로 하되 리듬과 구성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전개되는 밴드만의 재기발랄한 사운드와 그 그루브 속을 자유롭게 오가며 새로운 표정을 드러내는 토모오의 보컬이 교차하며 피처링의 틀을 넘어선 밝고 중독성 있는 펑크 넘버로 완성되었다. 특히 중반부의 레트로한 신시사이저와 함께 랩을 주고 받는 대목에서의 위트는 발군. 원래부터 한 팀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의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는 음악집단의 기분 좋은 2026년의 스타트다.
리콘덴세츠(離婚伝説) 'ステキッ'
소중한 사람에 대한 덧없고 애달픈 마음을 그린 가사와 보편적인 애틋함을 표현한 사운드가 녹아들어, 팀 특유의 새로운 시티팝 풍미를 띤 작품으로 완성. 어떻게 이렇게 일본 1980~90년대 팝록 감성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는지. 시티팝과 비잉계의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것 같은, 정말 겪어본 적이 없는 나라도 2~30년 전 도쿄의 밤거리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팀에 대한 신뢰를 이어나가게 하는 신곡. 이러한 기세를 증명하듯 부도칸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되고 공연이 하루 추가되었을 정도.
비알리스톡스(Bialystocks) '言伝'
역시나 부도칸 공연이 확정된 2인조 밴드 비알리스톡스의 신곡. 3집 앨범 'Songs for the Cryptids'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의 신곡으로, 작품이 그려내는 일상 속 조용한 감정의 물결과 그룹 특유의 서정적인 사운드가 멋지게 호응하고 있다. 보컬 호키모토 소라와 키보드 키쿠치 고가 공동 작사했으며, 서서히 주변을 물들이듯 퍼져 나가는 이들의 소리 풍경이 몇번이고 반복해 들어도 쉬이 질릴 틈을 주지 않는다.
키린지(Kirinji) < Town Beat >
전작 < Steppin' Out > 이후 2년 4개월 만의 신보. '歌とギター'의 리믹스를 비롯해 신곡 6곡, 제공곡 셀프커버 2곡 등 총 9트랙을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2025년 올해의 앨범으로 꼽기도 했던 크랙/랙스의 보컬 오다 토모미가 두 곡이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댄서블함을 기반으로 둘 간의 조화를 꾀한 'ルームダンサー', 이와 반대로 오다 토모미의 재즈 보컬에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는 'LEMONADE'의 상반된 매력이 작품의 중심을 잡고 있는 느낌.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어느 때보다 비트감이 강조된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런 소재로도 가사를 쓸 수 있구나 새삼 놀랐던 시부야계 리바이벌 'flush! flush! flush!'까지. 여전한 그의 음악적 역량이 전면에 스며있는 작품이다.
리리카루(リリカル) < どんぐりずかん >
센다이의 10대 쓰리피스 걸스밴드의 결성 2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EP로, 진솔한 가사와 밀도 높은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가 인상적인 작품. 험프 백, 콘튼 캔디, 더 올라가면 시샤모나 챠토몬치와 같은 2000년대 걸즈 밴드사의 영향을 정통으로 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며, 요령 없이 기본에 충실한 사운드와 노래로 승부하고자 하는 의욕과 진정성이 러닝타임 전반에 담겨 있다. 데뷔 곡이기도 한 '音の鳴るほうへ'는 한겨울 센다이에서 여름의 활력을 전하며 Eggs 주간 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
대니 메이(Dannie May) < MERAKI >
쓰리 보컬 편성이 특징인 밴드의 3번째 정규작이며, 타이틀인 'MERAKI'는 그리스어로 "영혼・창조성・사랑을 담아 무언가를 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밴드가 깊은 정열과 자신을 온전히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인생의 어떤 장면에도 어떤 기분에도 음악으로 함께한다'는 콘셉트 아래, 3인의 목소리가 겹치며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하모니와 팝과 마이너의 절묘한 블렌딩이 이들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각자의 보컬 워크와 함께 팝/록/재즈/펑크 등 모든 장르를 가져와 변화무쌍한 곡조로 재탄생시키는 이들의 솜씨가 어느 때보다 대중 지향적으로 펼쳐져 있다.
헬로 앤 롤(ハローエンドロール) < stand by >
처음 보는 팀 치고 사운드가 완성형에 가깝길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니 2016년에 낸 EP가 커리어의 시작점이라고. 정석적인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에 약간의 슈게이징 터치를 더한 스타일로, 왠지 애틋한 보컬의 음색을 동반해 뭉클함을 더하는 곡의 매무새가 다른 팀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그 지향점이 잘 드러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데 없는 심플하고도 단단한 구성을 선보이는 '3番目の星'를 특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