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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02. 2018

제이팝 신보 소개(4월 첫째주)

오오하라 사쿠라코, JY, 사이다 걸, 챠토몬치 등

3월이 번개처럼 가버렸습니다.


SINGLE/EP

오오하라 사쿠라코(大原桜子) '泣きたいくらい'

피지컬 발매는 4월 말로 잡혀있지만 음원이 풀린 관계로 그냥 소개. 후지와라 사쿠라, 이에이리 레오와 함께 새시대의 여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오오하라 사쿠라코의 9번째 싱글. 항상 비스읏~한거 같으면서도 그래도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는 그녀의 행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곡이다. 카메다 세이지 프로듀스 체제에서 잠시 벗어나 하라 모토히로, 미즈노 요시키(이키모노가카리)과의 작업으로 다른 캐릭터를 모색하는가 했는데, 이 노래를 듣고 본가로 돌아왔구나 싶었다. 리얼 세션을 등에 업고 뻗어나가는 시원시원한 보컬이 좋은 표현력과 맞물려 '믿고 듣는', 기존 오오하라 사쿠라코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는 곡.  

PV가 비공개라 히로세 스즈가 나온 타이업 CF로....

욘욘 & 무카이 타이치(PROD. Slom) 'Period'

한일합작 프로젝트 [THE LINK] Season 1의 시작을 알리는 곡. HOLOCOIN 소속의 Slom이 프로듀서로, 디제이 겸 프로모터로도 활동 중인 욘욘과 알앤비 싱어 무카이 타이치가 가수로 각각 참여했다. 나른한 무드를 형성하는 비트와 신스라인, 같은 듯 다른 마음을 내비치는 듯한 한 옥타브 차의 보컬 하모니가 나아갈수도 뒷걸음칠수도 없는 연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한국어와 일본어, 랩과 보컬을 오가는 욘욘의 가창은 위화감과 기시감을 동시에 자아내며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등공신으로 자리한다. 프로젝트의 다음 결과물을 기대하게 만드는, 시작으로선 더할 나위없는 잘 매만져진 알앤비 트랙.


JY '星が降る前に'

'가요계의 JY', 일본에서 맹활약중인 강지영의 올해 첫 EP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가 가사를 쓰고, 그 가사로 5명의 프로듀서가 각각 곡을 만들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 EP이기 때문이다. 같은 노랫말임에도 명백히 다른 분위기로 마감질 되어 있어 비교하면서 듣는 재미가 있고, 잘 알지 못했던 이와이 슌지의 음악적 재능이나 록에서 한발짝 떨어진 프로듀싱을 보여주는 카메다 세이지의 의외성, Seiho나 MO

NJOE(yahyel)과 같은 최근 주목받는 뮤지션들의 재능을 한데 모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작품. 다만 강지영 본인은 프로듀서 간의 대결에 밀려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앨범의 특성상 가창보다는 전체적인 편곡이나 분위기에 중점을 두고 들어서 그런가...  그래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두고 일부러 어려운 길을 선택한, 색다른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이다 걸(サイダーガール) ’パレット'

프레데릭의 'オドループ'를 기점으로 PV에 모델 같은 여성을 전면에 출연시켜 춤추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한 때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는데, 이들의 인기곡 ’メランコリー'도 이런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밴드는 이러한 프로모션을 좀 더 전략적으로 가져가는데, 그것이 바로 팀명을 따 매해의 '사이다 걸'을 선정해 자신들의 뮤직비디오에 지속적으로 출연시키는 것. 2018년의 사이다 걸이 첫 등장한 이번 싱글은 이름처럼 청량하면서도 마시고 난 후 어디선가 맛본듯한 단맛이 입안에 남는, 자신들의 장단점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적당한 템포로 감정선을 유지하는 곡 운용, 적극적인 키보드의 활용이 대놓고 달리기만 하는 여타 댄스록 팀들과 선을 긋는 듯 하지만, 그 선이 조금만 세게 문지르면 지워져버릴 것 같은 선이라.... 젭 투어급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게 보이기도 하다.


ALBUM

Various Artists

< Chatmonchy Tribute ~ My Chatmonchy ~ >

올해로 '완결'을 앞둔 나의 최애밴드 챠토몬치의 트리뷰트 앨범.  챠이, 네고토, 피플인더박스, 후지패브릭, 험프 백, 기타 울프 등 선후배들이 한데 모여 일본 걸그룹사에 한 획을 긋고 명예롭게 떠나려는 두사람을 예우하고 있다. 이 작품을 딱 들으면, 다른 무엇보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정말로 챠토몬치를 아끼고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단번에 느낄 수 있어 괜시리 마음이 아쉬워지고 울적해지고...  각 아티스트대로의 해석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원곡의 분위기도 크게 해치지 않은 덕분에 챠토몬치 팬들에게도 이들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호소력있게 다가올 결과물들로 재탄생. 뭐 일단 오리지널이 죄다 명곡들이니 좋은 곡들이 나올 수 밖에...

코코로옥션(ココロオークション) < Musical >

2012년에 첫 싱글을 발매했으니 이 팀의 역사도 나름 오래되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연주와 편곡, 공간감을 십분 활용하는 넓은 스케이프의 사운드 운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밴드의 첫 메이저 풀앨범이다. 아는 사람들끼리는 이미 그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AKB48의 타노 유카가 트위터에 자주 코멘트 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도. 언뜻 들으면 일본의 이매진 드래곤스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아레나/인디 록의 성향을 일본정서에 맞도록 솜씨 좋게 로컬라이징한 작품이라고 하면 좀 감이 올지 모르겠다. 어지럽혀진 머리에 산소를 불어넣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삼림욕 같은 작품.

타케토(剛斗) < 二十五念 >

한 랩 이벤트 우승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타케토의 첫 작품. 요즘 만나보기 힘든 굉장히 정석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규칙적인 비트, 최소 10년은 회귀하는 듯한 그 시절의 장중함, 라임을 살려 내뱉는 각잡힌 래핑, 요소요소에 들어차 있는 샘플링 등. 이 작품을 듣고 루페 피아스코의 < Food & Liquor >나 가리온의 < Garion 2 > 같은 앨범들이 떠오르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듯. 그렇다고 이 작품이 촌스럽다거나 지금 시대에 환호받을 성격의 결과물이 아니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 16개의 트랙을 거치는 동안, 클래식을 정체성의 희생양으로 삼아 요리해 내는 특출난 재능과 직면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트렌드와는 명확히 선을 그음으로 또다른 트렌드를 창조해내려는 신예 래퍼의 자신감 충만한 데뷔작.


밴드곳코(バンドごっこ) < 終わりの始まり >

솔직히 말해 이런 댄스록 밴드, 무지하게 많다. 토리코의 모 멤버가 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썩어날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이러한 스타일의 밴드들이 지속적으로 출몰하는 것은, 페스티벌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그런 축제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바로 생각없이 몸을 흔들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곡들이기 때문이다. 연주력과 멜로디 메이킹에 대한 역량은 발군임을 이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 있지만, 이미지가 겹치는 팀이 너무 많아 과연 앞으로 그 레드오션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이 많이 필요할 듯 싶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주 준수하기에 이번주 앨범 소개란에 게재. 보컬도 연주 스타일도 멜로디도, 모두 다른 밴드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 문제인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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