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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09. 2018

제이팝 신보 소개(4월 둘째주)

유즈, 타케하라 피스톨, 브라디오, 덴파구미 등

Single/EP


브라디오(Bradio) 'きらめき Dancin''

펑크(Funk)와 디스코를 기반으로, 도무지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의 흥을 선사하는 브라디오의 메이저 두번째 싱글. 16비트의 그루비한 기타리프와 혼 섹션의 하모니는 허투루 블랙뮤직에 접근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 간주에 터져나오는 기타 솔로잉에 신교지 타카아키의 팔세토 보컬이 가세해 그야말로 '토요일 밤의 열기'를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곡이다. 일본의 밴드 중에서는 흔치 않게 장르적 정체성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팀이기 때문에, 알앤비나 펑크(Funk)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팀. 언젠가 머지않아 찾아올 일본의 블랙뮤직 붐과 함께 더욱 높이 날아갈 신진 세력의 깊게 꽂은 깃발 같은 곡.


코레사와(コレサワ) '君とぬいぐるみ'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이코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에 굉장히 동기화가 많이 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코레사와는 나에게 딱 맞는 맞춤복 같은 아티스트. '중요한 약속은 까먹으면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일만 기억하는' 남자친구에 대해 불평하다가도, 결국 그가 주는 사랑에 행복해 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세하게 그려낸 가사가 인상적인 싱글. 인기 티셔츠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탄생한 곡으로, 코레사와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 '레코쨩'의 활동범위의 확대를 모색하는 곡이기도 하다.

코 슈 니에(Co shu Nie) 'asphyxia'

오사카 출신의 인디밴드로, 최근 작가의 요청으로 인해 TV 애니메이션 < 도쿄구울 Re: > 오프닝을 맡으며 단숨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밴드의 첫 주목작. 굉장한 기세로 뻗어나가는 밴드 사운드와 이러한 소리에 저돌적으로 대항하는 보컬의 부딪힘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다이나믹한 곡조가 인상적이다. 피아노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록 본연의 에너지를 잃지 않고 오히려 이를 부각시켜 끌고 가는 복합 다층적인 편곡이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다만 '애니메이션 주제가' 느낌이 너무 많이 난다는 점이 단순한 '타이업 밴드'에 머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그래도 뭐 이제 시작인데.... 작품이 겹쳐지며 성장하는 그들을 좀 더 지켜보련다.

덴파구미.잉크(でんぱ組.inc) 'さよならポラリスさよならパラレルワールド'

현란한 피아노워크가 눈에 확 띄었는데, 알고보니 키보디스트 H ZETT M의 프로듀싱 곡. 어찌 보면 뮤지션X아이돌의 콜라보레이션은 워낙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가 어려운 기획이기도 하다. 뭐 마츠다 세이코나 나카모리 아키나 때도 그들의 전성기를 뉴뮤직 아티스트가 먹여살렸을 정도이니... 여튼 인스트루멘탈 뮤지션이 프로듀서를 맡았다고 해서 너무 음악적으로 가는 건 아니고, 본인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키보드가 '제 8의 멤버'처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편곡으로 활기를 더했다고나 할까. 어디까지나 '아이돌 뮤직' 안에서 아티스트의 색깔을 녹여냈기 때문에 낯설지 않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노래로 잘 마감질 되어 있다. 그나저나 덴파구미 라이브가 그렇게 잼나다던데, 언제나 한번 가볼수 있을까나..

그래서 뮤비 대신 라이브영상으로!

ALBUM

유즈(ゆず) < Big Yell >

사실 지금의 유즈를 포크밴드라 말하기는 좀 어렵다. 그나마 데뷔곡인 '夏色'의 지분이 커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2009년 작인 < FURUSATO > 이후 유즈는 완벽히 팝그룹으로 거듭났다고 보는데, 그간의 작품들이 다소 무리하게 트렌드를 쫓아가려 했다면 이번 신보는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 균형을 잘 잡은 작품이다. 오리지널 작품으로는 2년 3개월만에, 그리고 작년 데뷔 20주년을 맞은 후에 내는 작품인만큼 보다 본래 유즈의 매력에 포인트를 두려한 의도가 역력. 개인적으로도 너무 튄다고 생각했던 마에야마다 켄이치와의 공동작업은 피하고, 그린(GreeeeN), 테디 로이드(TeddyLoid)와의 태그를 통해 또다른 방식의 변신을 꾀하는 등 고착되는 것을 피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긍정적으로 반영되어 있어, 최근 그룹의 매너리즘을 우려했던 이들이라면 그 걱정을 싹 걷어줄 한 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TeddyLoid가 손을 거든 작품들에 주목할 것. 작년에 록인재팬 갔다가 큐소네코가미에 밀려 유즈를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작년의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다시 나츠페스에 나올일은 없겠지?

타케하라 피스톨(竹原 ピストル)  < Good Luck Track >

나는 최근 일본 남성 솔로 신을 삼파전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호시노 겐, 요네즈 켄시, 그리고 타케하라 피스톨. 앞의 두명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훨씬 저조하지만, 기타 하나를 들고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유머있게 인생을 풀어내는 진정성의 진액을 마시는 듯한 그의 신보는 좋은 노래를 찾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단촐한 기타반주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친분있는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내뿜을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사실. 마치 1970년대 야자와 에이키치가 이끌었던 캐롤의 로큰롤을 듣는 듯한 호방함을 지님과 동시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은 노래들이 한가득. 저는 올해 타케하라 피스톨의 비공식 프로모터를 자처하렵니다. 뭐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졌지만.


파스피에(パスピエ) < ネオンと虎 >

좀 더 레트로에 치중한 파스피에의 새로운 미니앨범. 뮤직비디오의 색감도, 사운드의 신시사이저 톤도 1980년대의 뉴웨이브 신을 추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컬 오오고다 나츠키의 음색은 본인의 활용도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등 편차가 좀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는 최대한 인위적인 창법을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노래하려는 모습이 비춰져 만족스럽다. 다만 편곡이나 구성적인 측면의 탄탄함에 집중한 탓인지 송라이팅의 날카로움은 이전에 비해 약간 무뎌진 느낌. 밴드의 커리어가 꽤 되었음에도 이렇다할만한 정점을 맞닥뜨리지 못하는 지금 시점에서, 무언가 승부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헐 네임 인 블러드(HER NAME IN BLOOD) < POWER >

작년 펜타포트를 통해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밴드의 네번째 정규작. 헤비니스 사운드의 정석을 보여주는 운용, 대중성을 놓치지 않는 멜로디컬한 후렴 등으로 무장해 신예 메탈 밴드가 고픈 이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작품이다. 최근의 헤비니스 밴드들이 일렉트로니카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던가 하는 것과는 다르게, 정말 클래시컬한 작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은 호불호가 갈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대신 록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는 일정 정도의 반응은 담보하는 화끈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이들의 존재의의가 있는 듯. 순도 높은 메탈 사운드를 즐기고 싶은 이라면, 주저없이 선택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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