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선업 Apr 16. 2018

제이팝 신보 소개(4월 넷째주)

캬리파뮤파뮤, 모모이로클로버Z,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레사마 등

SINGLE/EP

캬리파뮤파뮤(きゃりーぱみゅぱみゅ)

‘きみのみかた’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퍼퓸 급의 안무를 무난히 소화해내고 있는 뮤비 속 캬리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설.... 나카타 야스타카의 곡 퀄리티야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아무래도 '캬리파뮤파뮤'라는 캐릭터의 힘이 노쇠해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신곡들이 예전만큼의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지금, 캐릭터성을 배제하고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강조한 새 싱글도 예전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 중독성 있는 리듬과 멜로디, 완성도가 높아진 퍼포먼스 등 '능숙해졌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결과물이지만, 캐릭터와 곡이 딱 맞아 떨어졌던 이전과 달리 캡슐이나 퍼퓸의 명의로 나왔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곡이라는 점은 아쉽다. 트렌드세터라는 터널을 통과한 지금 롱런하는 가수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지, 적어도 2,3년안에는 판가름나지 않을까.


모모이로클로버Z(ももいろクローバーZ)

‘笑一笑~シャオイ-シャオ~’

팀에서 가창력을 도맡고 있던 초록이의 졸업 이후 4인 체제로서의 첫 싱글. < 크레용 신짱 >의 새 극장판의 엔딩테마로, 재편 이후의 리스크를 타이업으로 상쇄시키는 모양새다. 그룹의 노선과 부합하는 해피해피한 응원송으로, 알고 들어서 모르겠지만 이전에 < 크레용 신짱 >의 주제가로 쓰였던 세카이 노 오와리의 'RPG'가 연상된다. 마칭밴드를 모티브로 한 반주 때문에 그런가... 쉬운 멜로디로 하여금 일정 정도의 반응은 오겠으나, 뭔가 무난해진 듯한 인상이 마이너스 포인트. 모모크로는 역시 약간의 아스트랄함이 있어야... ㅎㅎㅎ 다음 싱글을 기대해봅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福山雅治)

‘零-ZERO-’

거친 플라멩코의 기타소리, 강렬한 트럼펫의 포효.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비어보이지 않도록 오밀조밀하게 쌓아올린 악기소리들이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남성적인 보컬을 관통하며 굉장히 엑조틱한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남미의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는 듯한, 본능과 관능으로 채워진 목소리와 연주들이 후쿠야마 마사하루라는 뮤지션의 다채로움을 대변하고 있는 디지털 싱글. 이 역시 애니메이션 < 명탐정 코난 >의 최신 극장판의 주제가인데, 소년만화를 보고 이런 테이스트의 노래를 뽑아내는 감각에서 역시 특출난 뮤지션임을 느끼게끔 한다. 사실 창법에 소위 '쿠세'가 좀 심한 것 같아 그의 노래들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이 곡 만큼은 자주 들을 것 같다.


코부쿠로(コブクロ) ‘One times one’

이 진군가스러운 오프닝은 뭐지? 밑도 끝도 없이 남의 집 정문을 침범하는 군인들의 행군같은 느낌으로 시작하는 근 1년만의 싱글. 간만의 컴백인만큼 좀 정통 발라드로 힘을 줄 만도 했을텐데, 이처럼 리듬이 특화된 노래를 선곡했다는 점에서 오랜 커리어를 통한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하다. 이전의 포크스러움은 잠시 접어두고, 오케스트라를 활용해 스케일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나, 말미에는 이전보다 더 큰 감동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두 팔 벌려 새로운 시도를 환영해주도록 하자.

스카이-하이(Sky-Hi) 'Diver's high'

혼성그룹 트리플에이(AAA)에서 랩을 담당하는 히다카 미츠하루의 솔로 프로젝트 스카이 하이의 최신 싱글. 1990년대의 록-랩을 연상시키는 타이트한 전개의 초반부를 지나 후렴의 보컬까지 유려하게 소화해내며 솔로활동의 의의를 단단히 새겨내고 있다. 잘 짜여진 흐름을 유지하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게끔 하는 구성이 이 곡의 가장 큰 장점. 누가 프로듀스했나 했더니 저의 페친이기도 한 카메다 세이지 옹의 이름이 떡하니... 역시 좋은 곡은 아무한테나 안나온다 그죠?


ALBUM

오레사마(ORESAMA) < Hi-Fi POPS >

나이가 어린 와중에도 레트로를 충실하고도 멋지게 재현해내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오레사마는 강추 오브 강추 유닛이다. 앨범 아트워크나 뮤비에서 서브 컬쳐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 이어폰을 꽂는 순간 펑크와 디스코, 일본의 시티팝을 뒤섞어 아주 맛깔나게 차려낸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요나라 포니테일도 이런 음악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쪽이 훨씬 그루비하고 댄서블하다고 할까, 듣다보면 몸을 가만 둘 수 없을 정도로 흥에 겨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터. 싱글이 가지고 있던 힘을 앨범으로 확장시키는 와중에도 결코 그 매력이 처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앨범형 뮤지션으로서의 존재감 또한 내비치고 있다. 이번주에 앨범을 딱 한 장만 들을 수 있다면, 나는 이 작품이다.

구스 하우스(Goose house) < Flight >

각기 활동하던 싱어송라이터들이 뭉쳐 만들어진 팀인 만큼 좋은 멜로디로 장식된 듣기 좋은 곡들로 가득한 작품이다. 다만, 유튜브에 커버곡을 주기적으로 올리며 유명해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오리지널 곡들에 대한 반응이 커버곡들만 못한데, 이번 앨범도 좋긴 좋지만 뭔가 '커버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단숨에 떨쳐버릴 결정적인 트랙이 부재한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확실히 커버곡 영상을 보다보면 '이 곡을 이렇게 바꾸었구나'라는 재미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오리지널 곡들에는 그러한 호기심을 자아낼 만한 요소가 없어서 그런지도...

크리피 넛츠(CREEPY NUTS) < クリ-プショ- >

'고교 데뷔, 대학 데뷔, 모두 실패했지만 메이저 데뷔' 첫 싱글의 제목에서 그룹의 캐릭터를 짐작케 한다. 1MC, 1DJ라는 최소한의 틀만 갖춘채 바리에이션 넓은 음악과 독보적인 퍼포먼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듀오의 첫번째 정규작. 펑크부터 하드록, 가요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새롭게 해석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 솜씨가 보통은 아니구나 싶다. 여러 페스티벌에서도 이미 단골손님으로 출연하고 있을 정도로 '재밌는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한 그룹이며, 페스티벌 천국인 일본에서 본인들의 이름을 알리기에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는 만큼 조만간 인지도가 확확 오르지 않을까 싶다. 진지함이 지배하는 일본 블랙뮤직 신에 활기를 담당하고 있는 신예 2인조의 의욕작.


가챠릭 스핀(Gacharic Spin) < G-litter >

일전에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던 걸밴드 가챠릭 스핀의 메이저 세번째 앨범. 빡센 연주력을 기반으로 한 팝-라우드 뮤직이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러닝타임을 점령하고 있어, 이와 함께 캐치한 선율 또한 겸비하고 있어 접근성 좋은 록앨범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작품이다. 원래도 음악을 잘 하는 팀이었지만, 곡을 디테일하게 다듬어나가는 솜씨가 더욱 늘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 전반적인 감상. 특히 두번째 트랙인 'Peacefully'는 멜로디는 멜로디대로, 연주는 연주대로 각 장르에 집중하면서도 완벽히 조화되는, 팝록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메인스트림 록페 몇군데만 좀 출연해서 존재감을 알리면 인기도 쭉쭉 늘어날거 같은데, 록킹온계가 아니라서 그런지 페스티벌 출연 빈도수가 낮은 것이 아쉬울 뿐.

하루네무리(春ねむり) < 春と修羅 >

멜로디 없이 랩도 아닌 나레이션에 가까운 보컬로 일본 록 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키고 있는 하루네무리의 첫 앨범. 나레이션이라는 것이 어쨌든 말을 줄줄 읊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여지가 다분한데, 플로우와 억양, 성량 등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김으로서 마치 멜로디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할 정도로 다이내믹한 가창을 들려주고 있다. '포에트리 랩퍼'라는 호칭에 '과연'이라는 말을 내뱉게 할 정도로, 특이함에서 시작해 비범함으로 마무리 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줄 작품. 일본 음악을 계속 들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또 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이팝 신보 소개(4월 둘째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