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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14. 2018

제이팝 신보 소개(5월 셋째주)

베비메탈, 미와, 챠이, 더 비트닉스 등

Single

베비메탈(Babymetal) ‘Distortion’

슬립낫, 메가데스, 마릴린 맨슨, 프로디지 등이 소속되어 있는 < Cooking Vinyl >의 지휘하에 미국 레이블 < Babymetal Records >를 설립한 이후에 선보이는 첫 신곡이자 무려 2년 3개월만의 싱글. 원래 예상과는 다르게 모태 메탈 팬들이었던 양덕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팀의 방향성이 '본격 메탈 사운드'로 옮겨간 감이 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 Metal Resistance > 를 기점으로 돌린 조타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 할 수 있다.


무서울 정도로 몰아치는 16비트 킥드럼과 육중한 기타리프, 여기에 그룹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제이팝 멜로디를 퀄리티 있게 섞어내는 프로덕션의 솜씨는 여전하다. 다만 이제는 'ギミチョコ'나 'ドキドキ モーニング' 같은 곡은 만나볼 수 없는 건가 하는 아쉬움도 공존. 어느샌가부터 너무 진지하게 장르적으로 파고드는 탓에 개인적으로는 좀 부담스럽다. 적당히 콘셉트로 활용할 때가 좋았는데, 지금은 '메탈의 대안' 이런 식으로 조명되니 본인들이 느끼는 부담도 굉장히 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최근 시작된 월드투어 첫날에 유이메탈이 불참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너무 커져버린 판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 . 이 싱글만으로는 판가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미와(miwa) ‘update’

미와를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참 꾸준하다'라는 것이다. '포스트 유이' 같은 통기타 싱어송라이터 캐릭터로 시작해 팝뮤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힌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금의 쉼도 없이 한단계 한단계 느리지만 착실하게 밟아온 그녀의 음악은 이제 어느 정도 '보증수표'의 단계까지 올라온것 같다.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 엔딩곡으로 타이업 된 이 노래는, 본인의 건강한 모습과 맞아떨어지는 청량하고 밝은 곡조를 띄고 있으며 편곡 또한 록에 머물지 않고 현악과 관악을 모두 아우르는 스케일 큰 구성으로 마감질 되어 있다. 봄 날씨에 햇빛을 맞으며 강변을 거닐 때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은 노래, 자그마한 체구로 그 큰 록 페스의 무대를 꽉 메우는 아티스트의 싱그러운 미소같은 노래다.


카토 미리야(加藤ミリヤ) ‘Romance’

일본엔 참 '댄스가수'가 드물다. 댄스뮤직을 하는 가수, 춤을 메인으로 하는 가수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 사실 보아가 인기를 얻은 것도 그 영역이 나름의 블루오션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카토 미리야는 2004년 부터 꾸준히 댄스가수로서의 명목을 이어오고 있는 몇 안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퓨처 베이스를 적절히 차용함으로서 트렌디한 사운드 만들기에 주력했으며, 소위 '일본식 쿠세'가 덜한 매력적인 알앤비 보컬이 맞물리며 세련된 댄스곡을 완성해내고 있다. 덜 일본스러워 제이팝에 낯선 이들에게 오히려 더 접근성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싱글.

반도쟈나이몽!(バンドじゃないもん!)

‘Born to be idol’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신세이카맛테쨩(神聖かまってちゅあん)이라는 밴드를 아는 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주아주 먼 옛날 세카이노오와리와 인디신을 양분했던, 굉장히 아스트랄한 매력으로 어필했던 그런 팀이 있었다.(아 물론 지금도 활동중입니다.) 지금 신세이카맛테쨩을 아는 사람이라도 음악보다는 세카오와와 싸웠던 일화 때문에 알게 된 이들이 많을 것 같은데... 궁금하신 분은 검색 바랍니다.


여튼 그 신세이카맛테쨩의 드러머인 미사코가 '여자아이들과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라는 일념하에 탄생하게 된 팀이 바로 이 아이돌그룹 반도쟈나이몽!(밴드가아니야!)이다. 초창기에는 투 드럼 편성으로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치던 팀이었는데, 6인조로 재정비한 후 록을 기반으로 한 노래들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펼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번 싱글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글레이의 히사시가 작사, 작곡 및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했기 때문. 들으면서 느낀 거지만 이 아저씨한테 이런 감성이 숨겨져 있을 줄은... 본격 록 사운드지만 그 무게감을 중화시키는 현란한 신시사이저가 감초 역할을 하며, 무엇보다 그룹의 캐릭터를 살려낸 가사와 멜로디가 발군. 록 아이돌 춘추전국시대에 당당히 자신들의 깃발을 휘날리게끔 하는 준수한 결과물이다.

ALBUM

소일 앤 핌프 세션(Soil&”pimp” session)

< Dapper >

자신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넘어 다수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에도 활발히 족적을 남기며 전방위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노장 인스트루멘탈 재즈밴드의 2년 만의 신보. 완전히 재즈에 인스파이어 되어 있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 팝이라는 온탕에 반신욕을 하고 있는 듯한 접근성 좋은 장르음악들이 러닝타임 전반을 장식하고 있다. 오키나와 출신 랩퍼 awich, 댄스 신의 기린아 미우라 다이치, 이제는 명실상부 정점의 록스타 노다 요지로 등 화려한 피처링 진이 기존의 정체성을 잠시 놓아두고 밴드와 새롭게 빚어내는 결과물들 또한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이미 두말하면 입아픈 이들임에도 이렇게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이면 나같은 사람은 어쩔수 없이 또 설명을 하고 재차 밴드의 매력에 대해 설파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한번쯤은 들어봅시다, 여러분.

챠이(Chai) < わがまマニア >

처음엔 단순히 재미있는 밴드라고 생각했지만, 작품이 거듭될 수록 드러나는 음악적 역량은 가히 무서울 정도다. 펑크, 일렉트로니카, 댄스, 포스트 록 등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는 소재들로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해 나가는 이들의 신보는 여전히 프레시함으로 가득하다. 그루비한 드럼비트와 잔뜩 왜곡된 기타를 기저에 깔고 뉴웨이브 스러운 신시사이저를 얹어 매끄러운 댄스록을 완성시키는가 하면('アイムミー'), 날것에 가까운 거친 기타와 비트를 유려한 코러스워크와 대비시켜 반주와 보컬의 마찰을 극대화시킨 독특한 매력의 'FAT-MOTTO' 등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항상 새로운 걸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다면, 그 갈증을 메워주기에 적합할 것 같은 신예 밴드의 신작이다.


더 비트닉스(The Beatniks)

< Exitentialist a xie xie >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스즈키 케이치, 일본 대중음악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함께 각종 시도를 감행하는 실험실, 그것이 바로 더 비트닉스의 요체다. 1981년에 첫 앨범이 나왔으니, 37년이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셈. 5번째 오리지널 작품이 되는 본작을 통해 여전한 호기심과 창작력을 과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록과 전자음악의 믹스쳐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나이가 들었어도 그 결과물들이 젊은 뮤지션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는 세련됨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하나의 기타 프레이즈를 놓고 여러 방법으로 확장을 모색해 나가는 듯한 '鼻持ちならにブルーのスカーフ, グレーの腕章', 밥 딜런이나 닐 영이 정립한 포크의 정의를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Brocken Spectre', 60년대 GS 사운드에 기반을 둔 아련함이 담긴 'ほどよい大きさの魚師の島' 등 과거의 유산으로 미래를 예언하는 개척자들의 여전한 발걸음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알려주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작품.

다츠(DATS)

< Digital Analog Translation System Ver.1 >

들으면서 무라 마사(Mura Masa)가 많이 떠오르긴 했다. 아날로그한 음색들로 장식된 일렉트로니카를 구사하는 4인조 그룹의 메이저 데뷔작.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감각적인 사운드 메이킹을 필두로 캐치한 선율을 놓치지 않음으로서, 최근 영미 디제이들이 구사하는 팝 EDM을 일본의 정서에 맞게 잘 해석해놓았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는 준수하나 명확한 킬링 파트가 없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차후 개선해야 할 부분. 그래도 록과 팝,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유행에 휘둘림없는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합격점을 줄만한 데뷔작임은 확실한 것 같다. 포텐이 터지기까지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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