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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22. 2018

제이팝 신보 소개(5월 넷째주)

널바리치, 토리코, 에고래핑, 세로 등

Single

널바리치(Nulbarich) ‘Kiss you back’

앨범 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발매한 싱글은 보다 청량하고 밝은 느낌의 곡조를 띄고 있다. 간결한 리듬루프를 기반으로 징글쟁글 대는 기타와 공간감을 부여하는 신시사이저의 합이 이매진 드래곤스로 대표되는 최근 몇년간의 주류 록을 떠올리게 하며, 그 이유로 인해 널바리치가 이제껏 해온 것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준다.


중반부 트랩비트와의 결합을 통해 다른 국면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거나, 엔딩을 향해 가며 코러스를 쌓아가는 모습은 장르와 시대에 구분을 두지 않는 최근 밴드들의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전반적인 짜임새와 스케일은 이매진 드래곤스, 보컬은 왠지 솔루션스의 박솔을 닮아 있어 이러저러한 기시감이 한발 앞서 다가온다는 점이 살짝 유감. 이번 작품이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일지, 아니면 정규작 이후 잠시간의 일탈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라고 인식하고 편한 자세로 감상하면 좋을 곡이다.


토리코(tricot) ‘Potage/ブームに乗って’

필자에게 있어 친해졌더니 누구보다 친절하고 속내가 깊은 친구같은 밴드가 바로 토리코다. 물론 친해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간 밴드의 도도함에 무릎 꿇은 이들이라면 'Potage'야말로 그들과 친분을 쌓을 절호의 기회다. 이전의 변칙적인 구성은 최소화하고, 대신 선율의 달콤함을 덧발라 벌을 유혹하는 유일한 꽃 한송이로서 디스코그라피의 한 부분을 점하고 있는 곡이다.


로우-파일 질감의 기타를 중첩해 만들어 내는 트리키한 느낌의 반주는 그간의 화려함이나 의외성을 대신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여느때보다 감성충만한 나카지마 잇큐의 보컬도 감상의 포인트. 사실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제니하이에서는 억지로 프로듀싱에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본진으로 돌아오니 확실히 훨씬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아무래 이들은 평생 셀프 프로듀스 체제로 가야하는 걸로...


에고 래핑(Ego-Wrappin’) ‘A little dance ska’

관악세션이 주도하는 느긋한 하모니와 부드럽게 흥을 돋구는 스카 리듬. 한낮의 페스티벌, 햇빛을 맞으며 공연장을 거닐때 나오면 딱 어울릴 듯한 유유자적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 싱글곡. 이 곡을 비롯해 모든 에고 래핑의 싱글이 5월 18일부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달 초 미스치루의 전곡이 드디어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를 실시했듯, 끝까지 피지컬 위주의 사업을 유지하고자 했던 < 토이즈 팩토리 >도 이제서야 음원 시장으로서 그 조타수를 돌리는 듯 한 모습이다.


듣는 이를 꿈 속 세계로 유도하는 듯한 마법을 보여주는 나카노 요시에의 가창은 여전히 재즈와 팝의  중간에서 확실한 정체성을 잡고 있으며, 최고의 세션이 선사하는 연주 또한 흠잡을데 없이 완벽한 합을 보여주고 있다. 펜타포트 때 이들의 공연을 보았을 때 모두가 그 분위기에 취해 원을 만들어 놓고 모두들 한바탕 춤사위를 벌였던 적이 있는데, 소리만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생성해내는 팀의 정수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기회가 되는 분들이라면 이 곡을 시작으로 에고 래핑의 디스코그라피도 함께 훑어 보시기를 바란다.


챠토몬치(チャットモンチー) ‘I laugh you’

6월 8일 개봉하는 영화 < 家に帰ると妻が必ず死んだふりをしています。>의 주제가로 사용되는 챠토몬치의 신곡이 디지털 싱글로 발매. 오는 7월 '완결'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활동을 마무리하는 그룹이기에 한 곡 한 곡 소중한 요즘이다. 다음달에 발매될 마지막 앨범 < 誕生 >은 전자악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 공표된 바, 밴드로서의 그들을 느껴볼 수 있는 최후의 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레인지는 초심으로 돌아간듯 단순한 기타리프를 중심으로 키보드와 드럼을 쌓아나가는 식의 구성인지라 1,2집 시절의 앳된 그들이 떠오르기도. 로우탐과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묵직한 리듬파트가 1, 2절을 이끌며 후렴은 캐치한 건반연주로 좀 더 풍성한 선율감을 유도하고 있다. 활동 막바지임에도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이미 일본 걸그룹 역사에 한페이지를 장식한 이들이 고하는 아름다운 작별의 시작점.



ALBUM

세로(cero) < Poly life multi soul >

단어 그대로 얼터너티브(Alternative) 록, 정체되어 있는 시대에 새로운 대안이 될 록을 찾는다면 세로의 음악에 귀기울여봄 직하다. 재즈와 알앤비, 펑크 등 블랙뮤직 전반을 해체해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조립한 듯한 새로운 감각의 음악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그룹의 네번째 정규작. 야성적인 아프리칸 리듬과 몽롱한 신시사이저, 그루브한 리듬 운영이 한데 어우러지는 '魚の骨 鳥の羽根'만 들어봐도 이들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마구 생겨날 것이다.


전반적으로 리듬 중심의 레코딩이 되어 있는 덕분에 보다 직관성이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조금은 뿌옇고 흐릿한 질감의 사운드가 일본 사이키델릭의 장인인 유라유라 테이코쿠 출신 사카모토 신타로의 솔로 작품들과도 맥이 닿아 있는 듯하다. 정해져 있는 길을 가기보단,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도달하려 하는 목적지는 있으나 정해진 계획이나 루트가 없는 자유로운 여정. 그것이 바로 세로의 음악일지도.

아이비(iivvyy) < EP >

교토 출신의 프로듀서 KOSMO KAT, 뉴욕 출생으로 스티브 아오키와 콜라보를 하기로 했던 HVNS가 의기투합한 신예 일렉트로니카 듀오 아이비의 첫번째 미니앨범. 테크노와 알앤비의 결합이라는 소개문구처럼, 하드한 전자음의 혈관 속에 알앤비 보컬 샘플을 주사함으로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이들이 내놓는 결과물이 요체이다. 'look' 과 같은 수록곡들을 통해 확인 가능한 두 장르의 성공적인 융합이 기존 댄스뮤직신에 큰 자극이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 꾸준히 상승세인 일본의 비주류 신에서 좋은 작품들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는 올히.& 들리는 음악만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스페셜 아더스 어쿠스틱(Special others acoustic)

< Telepathy >

중견 인스트루멘탈 밴드의 어쿠스틱 일탈, 그 두번째. 신곡 6곡 및 스페셜 아더스의 인기곡 3곡, 그리고 메이저 데뷔전에 발표했던 곡을 셀프커버하는 등 총 10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앨범이다. 디스토션 대신 글로켄슈필(실로폰 비슷한 느낌의 악기), 멜로디언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 그런지, 고즈넉하면서도 애잔한 감성이 러닝타임 전반에 스며있다. 경쾌한 리듬과 다채로운 구성을 유지하려 노력한 덕분에 지루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한편으로는 기타 듀오 데파페페의 정서가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 또 하나는, 이 반주에 어떤 멜로디가 들어가면 좋을까 하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스트루멘탈로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이 앨범을 멋지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비오는 날 집에서 기분 좋은 적적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좋은 배경음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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