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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28. 2018

제이팝 신보 소개(5월 마지막주)

[알렉산드로스], AKLO, 럭키테잎스, 시이나 링고 트리뷰트 등

Single

[알렉산드로스]([Alexandros]) 'Kabuto'

이젠 자신있게 탑클래스급 밴드라 말할수 있는 아레키의 통산 16번째 싱글. 강하게 일그러뜨린 디스토션, 직관성을 배제한 복잡한 리듬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보컬파트 등 보다 실험적인 면모가 강조되어 있는 곡이다. 크게 도드라지는 부분이 없다 싶은 시점에 툭 하고 튀어 나오는 1분 20여초의 후주가 곡을 절정으로 이끌며 예상 외의 재미를 선사하기도. 이 정도로 팬들의 기대를 뒤엎는 곡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이야기다. 여러모로 팀의 기세가 최고조에 달해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신곡이다.


아클로(AKLO) 'Dirty work'

신의 부흥과 맞물려 여러 신예 래퍼들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래퍼 중 한 명이 바로 아클로다. 세번째 작품이자 메이저 데뷔작인 < Outside the Frame >(2016) 이후 프로젝트 그룹인 AKLO x JAY'ED와 피쳐링 위주의 활동을 보여주던 그였는데, 이 싱글을 통해 다시금 자신이 가진 소총에 탄환을 재장전하는 모양새다. 특유의 랩-보컬 퍼포먼스와 타이트한 래핑이 장중한 비트와 어우러지며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이를 통해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관을 잠시 잊고 있엇던 대중들에게 재확인시키고 있다. 언젠가 나올 새 정규작에 대한 기대를 이르게도 드높이는 중진의 범상치 않은 기지개.

에이치와이(HY) 'あなたへ'

아무로 나이메, 몽골 800, 오렌지 렌지 등과 함께 대표적인 오키나와 출신 아티스트로 꼽히는 에이치와이의 새 싱글. 그들이 여태까지 해왔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지 리스닝 스타일의 곡으로, 출신지를 알려주는 전통악기 '산신'의 삽입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곡이다. 좋은 멜로디와 두 보컬의 만남은 마치 봄의 해변가, 끝없는 지평선 위 바다에 반짝이는 햇빛과 같은 따뜻함을 가져다 주며, 후반부의 합창으로 이어지며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머리를 비우고 잠시 쉬어가길 원한다면, 삼림 속 피톤치드 같은 이 곡이 제격이지 않을까 싶다

텐더(Tendre) 'Softly/Ride'

키치하면서도 감각적이다. 3인조 밴드 'ampel'의 보컬/베이스이자, 요기 뉴 웨이브스, 캔디타운, 스미카 등의 레코딩에 참여한바 있는 카와하라 타로의 솔로 프로젝트는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지니고 있다. 전자는 뉴웨이브, 디스코, 펑크, 시부야 케이와 같은 1980년대의 흔적이 잔뜩 묻어나오기 때문일 것이며, 후자는 그것을 다루는 아티스트의 재기가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 덕분이다. 최근 유행하는 시티 팝 리바이벌이나 어반 뮤직의 계열로 분류할 수는 있겠으나, 그걸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크리에이티브한 일면이 느껴지는 주목작. 많은 악기를 다룰 줄 알아서 그런지 사운드의 조합과 배치, 공간감을 비롯한 전체적인 구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내가는 그 장면장면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시대가 원하는 새시대의 팝컬쳐 같은 작품.


Album

럭키 테잎스(Lucky Tapes) < 22 >

지난주 그린플러그드에서 너무나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던 럭키 테잎스의 새 EP이자 메이저 데뷔작. 펑크와 소울 등 루츠 뮤직의 원류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하는 팀의 의지는 여전하며, 그것을 어떻게 제이팝으로 승화시켜 대중들에게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이 함께 담겨 있는 작품이다. 템포 변화를 통해 곡 안에서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는 'Nude', 훅을 통해 접근성을 더욱 높인 '22', 관악세션과 키보드의 발랄한 터치가 곡을 스케치하는 'Easy' 등  알찬 러닝타임을 자랑하고 있어 새로운 바다로 나아가기에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벌써부터 너무 완벽하다는 게 오히려 흠이라면 흠일까.


Various Artists < アダムとイブの林檎 >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시이나 링고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트리뷰트 반. 사실 이 앨범의 발매보다 기쁜 건 드디어 그녀의 음악이 스트리밍으로 풀렸다는 사실이지만... 시이나 링고라는 아티스트가 워낙 개성이 강한 탓에 곡에 서려 있는 그 음산한 그림자를 떨쳐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긴 했으나, 참여한 뮤지션들도 그야말로 자기 멋대로 원곡을 해석하고 있어 어떤 트리뷰트보다 재미있게 들려오는 작품이다. 


첫 눈에 확 띄는 것은, 스피츠의 쿠사노 마사무네와 미스치루의 스즈키 히데오, 아지캉의 키타 켄스케, 아메노퍼레이드의 코레나가 료스케가 합을 맞춘 슈퍼그룹 우라시마즈의 '正しい街'. 쿠사노의 목소리가 닿자 신비하게 스피츠화 되어 버리는 그 마법이 놀랍다. 이어 미카(MIKA)의 프랑스어 가사를 통해 달콤한 보사노바로 멋지게 탈바꿈한 'シドと白昼夢', 원곡을 샘플링해 리메이크 트랙에 싣는 재기가 돋보이는 라임스터의 '本能' 등 오리지널이 전혀 그립지 않을 트랙들이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연속해 습격해 온다. 그야말로 아티스트의 명성에 걸맞는, '전혀 원전이 그립지 않은' 트리뷰트 반. 



에다(edda) < ねごとの森のキマイラ >

신진 싱어송라이터의 의욕만만 메이저 데뷔작. 클래시컬한 현악세션과 일렉트로니카가 부딪혔다 융합했다를 반복하는 'グールックとキオクのノロイ' 부터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며, 과장되고 왜곡된 퍼커션, 오리엔탈 감성의 피리 소리가 묘하게도 어우러지는 '夢のレイニー'에서의 유연한 운용은 하치P에서 막 요네즈 켄시가 되었을 때의 작품인 < Diorama >에도 맥이 닿아있다. 그야말로, 몽환적이면서도 신비한 아우라를 내뿜는, 마치 주문과도 느껴지는 그의 보이스컬러가 실험적인 사운드와 뒤섞이며 자신만의 뉘앙스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코코(Cocco)가 힘을 보탠, 일그러진 기계음과 장중한 첼로의 조합이 이색적인 'ダルトン'은 앨범의 정수. 단 다섯트랙만으로 완벽히 한 여가수의 밑그림을 완성시키는 프로덕션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이다.  


스트레이테너(ストレイテナー) < Future Soundtrack >

이 쪽도 어느덧 20년. 우직하고 밀도 있는 팝록 뮤직이 그려내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주는 밴드의 열번째 작품이다. 러닝타임 동안 과장된 소리를 배제한 유기농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호리에 아츠시가 써내려 간 선율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맘껏 독무를 펼치고 있다. 전형적인 제이 록 밴드인가 싶다가도, 일렉트로니카나 컨트리 등 다른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간 쌓은 관록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처음 듣는 이들에게 그 관록을 마치 신인 밴드인 마냥 프레시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 록 아재도, 록 키드도 하나의 원으로 만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한 장. 

시기 주니어(Shiggy Jr.) < Kick Up EP >

사실 외견만 보고 그저그런 록킹온계 팀 중 하나라고 넘겨 짚고 있었는데, 예상 외로 커버하고 있는 음악의 범위가 넓어서 놀랬다. 애니메이션 오프닝 곡으로 타이업된 'お手上げサイキクス'도 언뜻 들으면 평범한 기타록 같으나 잘 들어보면 펑크의 그루브가 넘실대며, 'Sun is coming up'은 요즘 유행하는 어반 트렌드가 잘 녹아 있는 트랙이다. 가스펠이 떠오르는 온화한 전주의 'ずっと君のもの'까지 들으면 의심은 호기심이 되며, 뉴웨이브 스타일의 'Beat goes on'을 끝으로 정주행을 마치고 나면 그 호기심은 확신이 되는 재미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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