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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n 12. 2018

제이팝 신보 소개(6월 둘째주)

수퍼플라이, 이노우에 요스이, 맨위드어미션 등

본래 소개하려고 했던 래드윔프스의 가사논란,

스즈키 아이리의 기미가요 제창 소식 등으로

이래저래 시끄러웠던 일주일이었습니다.

사실 일본음악을 소개하면서

주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딜레마이기도 한데요.

어쨌거나 일본이 가진 역사에 대한 태도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런 일은 아마 지속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관련된 생각을

한번 글로 남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SINGLE

수퍼플라이(Superfly) 'Bloom'

장중한 현악세션에 이어지는 도입부의 보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듯 하다. 원체 뛰어난 오치 시호의 가창력이 언제나처럼 곡의 핵심이라 할 수 있으며, 데뷔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츠타야 코이치의 작/편곡 서포트 역시 여전하다. 특히나 이와 같은 풀 오케스트라의 도입엔 부르는 이에 대한 프로듀서의 믿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사실 잘 들어보면 이전에 비해 목소리가 얇아진 느낌이 있는데, 목소리를 과장한 듯한 예전에 비하면 지금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 곡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최고의 곡으로 뽑는 '愛を込めて花束を'의 뒤를 잇는 스케일감 충만한 팝발라드 트랙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큰 노래.

시리츠에비스츄가쿠(私立恵比寿中学)

'でかどんでん'

개인적으로 악곡의 퀄리티만 따지면 에비츄만한 아이돌 그룹도 없다고 생각한다. 버라이어티한 결과물들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단단히 구축하고 있는 이들의 12번째 싱글. 단어가 주는 어감을 곡의 그루브로 활용하고 있으며, 비트에 키보드와 베이스를 겹쳐냄으로서 타격감을 보다 강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본적으로는 록의 형태이나, 리드미컬한 곡의 분위기로 하여금 직관적으로 와닿는 감각은 힙합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이들의 노래엔 언제나 팔딱팔딱 거리는 생동감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아이돌의 본문에 걸맞는 활기와 열량을 조금도 지친 기색없이 발휘하고 있는 정말로 그들다운 싱글.

이노우에 요스이(井上 陽水) 'Care'

더 이야기해봐야 뭐할까 싶은 리빙 레전드가 정말로 오랜만에 신곡을 선보인다. 셀프 커버나 과거 곡을 싱글 컷한 것을 제외하고는 'Love Rainbow'(2009) 이후 9년만의 싱글로, 포카리스웨트 CF곡으로 이번주부터 전파를 탈 예정에 있는 곡이다. 재킷을 비롯, 여름이라는 계절감이 너른 공간으로 흩뜨려지는 듯한 연주와 함께 트로피컬하게 펼쳐진다. 1970~80년대의 포크와 시티팝의 정서를 담아냄과 동시에 서프 뮤직과 뉴웨이브 등도 오밀조밀하게 본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쉽지만 충실한 작품으로 구현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서 느껴볼 수 있는, 레전드의 관록이 느껴지는 베케이션 송이다.

풀뮤비가 없어 이번주부터 현지에서 온에어되는 CF영상으로 대체합니다.

벳커버!!(betcover!!) '平和の大使'

벳커버는 록킹온 주최 < RO69JACK 2016 for Countdown Japan >에서 우승한바 있는 야나세 지로의 솔로 프로젝트인데, 당시 영미의 인디록을 재해석한 명민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팀이기도. 그런데 이번 작품을 들으면 이전과는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레게로 시작해 최근 시티팝 리바이벌 밴드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리버브 가득한 여백이 있는 아날로그 록 사운드로 이어지는 내용물을 보면 다소 이르게 변신을 감행한 것 같다. 네버 영 비치나 요기 뉴 웨이브스를 열심히 들었다면 낯선 질감은 아니겠지만, 다른 리듬을 하나의 곡으로 엮어내는 솜씨 및 캐치한 선율과 코러스 등을 잘 보다보면 익숙한 곡조 안에서도 반짝반짝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어디로 나아갈지 확실하지 않지만, 헤매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의 결과물로 표현해내는 여유는 분명 인상적.


ALBUM

맨 위드 어 미션(MAN WITH A MISSION)

< Chasing the Horizon >

앨범 명에서 그들의 각오가 엿보이는 것 같다. 정규앨범은 2년 4개월만이지만 그간 꾸준히 곡을 내고 활동해와서 그런지 그렇게 텀이 길어보이진 않는 느낌. 총 14곡으로 충실한 내용물을 보여주고 있으나, 기발표곡이 8곡이 빼곡히 수록되어 있어 신곡은 좀 적은 편이다. 물론 모두 좋은 곡이긴 한데 좀 프레시한 느낌을 위해선 몇곡은 좀 빼야 하지 않았나 싶다...뭐 이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도 있을 듯.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와 스크래칭 사운드의 조합이 또다른 만위즈의 공식을 제시하는 '2045', 3집의 'Evils fall'과 같은 스피디함과 공격성을 보여주는 탄탄한 완성도의 'Broken people' 같은 트랙은 싱글로 나왔어도 무리 없을 곡들로 '신작'임을 알리는 인트로로 손색이 없다. 그 밖에 폴 아웃 보이의 패트릭 스텀프가 프로듀싱을 맡은 'Dead end in Tokyo', 붐 붐 새틀라이트의 나카노 마사유키가 총괄한 'Dog Days',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와의 콜라보로 펑키함을 배가시킨 'Freak it' 등 외부 뮤지션과의 만남을 통한 시너지효과도 확인 해 볼 수 있어 재미가 더해지는 작품이다.


다만 앨범으로의 유기성은 좀 떨어지는 편. 곡마다의 대중성과 퀄리티는 3집 < Tales of Purefly >와 대동소이하지만, 결국 3집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각 곡마다의 존재감이 강해 하나의 흐름으로 듣기가 좀처럼 어렵기 때문. 특히 'Chasing the horizon' 과 'Find you'의 잔잔한 흐름 후에 나오는 'Dog days'는 마지막으로 향해가는 스토리 텔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곡 배치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이건 소소한 불만이고, 전체적으로 올해의 록앨범에 올려도 손색없을 정도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자랑하는 작품으로 마감질 되어 있다. 커리어 초반에 인기를 얻은 많은 밴드들이 힘을 잃는 시점이 5~6집 정도의 시기인데, 여전한 곡 메이킹 역량과 성실함으로 이 벽을 무난히 돌파하는 느낌을 주는 수작.


엘레펀트카시마시(エレファントカシマシ)

< Wake Up >

30년이 넘도록 꾸준히 활동해왔음에도 아직까지 이런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주고 있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힘이 떨어지기는 커녕 연주와 보컬에 더욱 힘이 붙어있으며,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되는 '록' 본령의 매력을 가득 담아내고 있는 23번째 정규작이다. 언제나 그랬듯 에둘러가지 않는 가사와 스트레이트한 연주, 여기에 여러 이펙터들을 통한 다양한 기타 사운드의 활용으로 자신들 음악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한껏 왜곡시킨 기타와 함께 스피디한 곡조를 보여주는 표제곡 'Easy go'는 이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는 곡으로 가장 적합한 결과물. 어그레시브한 록의 파괴성 한가운데에서도 좋은 멜로디를 결코 잊은 적 없는 이들의 장인정신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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