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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n 19. 2018

제이팝 신보 소개(6월 셋째주)

The Birthday, 요시자와 카요코, 키린지 등

여러분 빅터가 드디어 국가제한을 풀었습니다!!



Single/EP

더 버스데이(The Birthday) 'The answer'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개러지/펑크 록밴드로 군림했던 미셸 건 엘리펀트(THEE MICHELLE GUN ELEPHANT)의 기치는 지금도 이 밴드, 더 버스데이라는 이름 안에서 공명하고 있다. 노련한 베테랑보다는 자유로운 철부지이고 싶은 치바 유스케의 꺼끌꺼끌한 영혼이 블루스와 사이키델릭를 동반해 휘몰아치는 것이 여느 젊은 혈기 못지 않은 에너지를 내뿜는 통상 19번째 싱글. 탐 중심의 드러밍과 좁은 스케일의 기타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은 뒤 터지는 후렴구와 이어지는 블루지한 솔로 프레이즈는 명패만 바뀌었을 뿐 음악에 대한 감과 열정엔 변화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에일(eill) 'MAKUAKE'

신예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따끈따끈 데뷔작. 서서히 볼륨이 높아지는 펑키한 비트와 리프가 전신을 감싸는 사이, 쉬폰 케이크 같은 폭신한 질감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달콤함을 한 스푼 선사한다. 반주의 리듬감에 못지 않은 보컬의 그루브가 인상적이며, 디스코 리듬이 진행되는 와중에 퓨처 베이스 스타일의 간주와 클래식한 기타 디스토션이 뒤섞이며 만들어지는 클라이막스가 압권. 능수능란한 애드립은 알앤비 보컬의 대명사인 크리스탈 케이의 직속 후계자임을 나타내지만, 같은 세대의 고민을 아우르는 정서에선 니시노 카나가 떠오르기도. 앞으로 주목해 보겠습니다.  


요시자와 카요코(吉澤嘉代子) 'ミューズ'

듣는 순간 기분이 마구 좋아지는 엔돌핀 같은 노래. 사실 가사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밝은 내용만은 아니지만, 개인의 상처를 희망적으로 보듬고 치유하려는 듯한 밝은 멜로디와 희망적인 편곡이 한편의 뮤지컬 처럼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어쿠스틱 기타의 팜뮤트 피킹만으로 진행되는 초반을 지나 덩치를 불려가는 구성 및 사운드가 주는 인상이 사류(Salyu)의 '青空', 더 정확하게는 사쿠라이 카즈토시 X 코바야시 타케시 콤비의 느낌을 물씬 주지만, 알고 보니 좋은 선율을 더욱 업그레이드한 어레인지의 주인공은 수퍼플라이의 조력자로서 지난주에도 소개했던 츠타야 코이치! 어떻게 보면 클리셰라고 느껴질 만한 요소들이 산재하나, 그것을 가사와 표현력의 오리지널리티로 이겨나가는 그 실루엣이 마치 피어나기 직전의 꽃봉오리를 보는 것 같다. 곧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피워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아티스트의 야심작.

시네마 스탭(cinema staff) X 아루카라(アルカラ) < undivided E.P >

일본에서는 왕왕 이런 식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지곤 한다. 두 밴드가 각자의 곡을 함께 싣는 스플릿 작품 말이다. 신곡 둘, 서로의 곡을 재구축한 커버곡 둘, 그리고 함께 만나 부른 곡 하나. 이렇게 충실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두 중진 밴드의 알찬 결과물이다. 사실 두 팀 모두 위치로 따지면 미들급에서 그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였는데, 화제를 불러모음과 동시에 본인들로서도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데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빠른 템포와 꽉 찬 사운드, 화려한 리프를 주로 구사하는 두 팀의 개성이 한껏 드러나 있으며, 서로의 커버곡은 보컬의 성향으로 인해 한 쪽은 보다 젠틀하게, 한 쪽은 보다 난폭하게 상대방의 시그니쳐를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좀처럼 쉬는 구간이 없어 오래 듣기엔 다소 피로하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ALBUM

키린지(KIRINJI) < 愛をあるだけ、すべて >

시티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주 맘에 드는 앨범이 될 것 같다. 전반적으로 쇼와 시대 가요곡과 1970~80년대 시티팝, 쿠루리 류의 인디록이 뒤섞여 빚어낸 애수의 결정체들로 가득 담긴 수작. 시대성을 초월한 앨범이기에 누가 들어도 이끌릴 여지가 다분하다. 이노우에 요스이가 떠오르는 창법과 멜로디에 풍성한 코러스, 혼 섹션이 장대한 스케이프를 그려내는 ’明日こそは'에서 이미 게임 끝. 디스코 리듬을 기반으로 부유감 가득한 풍경을 연출, 카리스마닷컴(Charisma.com)의 보컬과 랩을 통해 보컬 위주의 곡 구성에서 벗어나고자 한 'AIの逃避行', 뿅뿅대는 신시사이저의 음색이 YMO를 연상시키는 '時間がない’ 등을 지나는 동안 앨범에 대한 만족감은 이미 차고 넘칠 지경이다. 확실히 흔들림 없이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 그것은 분명 축복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팀의 통산 13번째 앨범.

스가와라 타쿠로(菅原 卓郎) < 今夜だけ俺を >

큐미리 파라블럼 불릿(9mm Parabellum Bullet)에서 보컬/기타를 맡고 있는 스가와라 타쿠로의 미니앨범. 로킹한 엔카집 정도로 보면 되겠다. 원체 밴드의 곡들에 뽕끼가 다분한 팀이라 원래 자기들 작품에서 약간 톤을 낮춘 곡들로 채워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반가우면서도 슬픈 사실은 최근 밴드가 냈던 정규작보다 이게 더 좋게 들린다는 사실이다. < BABEL >에서도 그랬지만, 예전처럼 기타를 치기 어렵게 된 타키가 작곡에 좀 더 비중을 둬서 그런지 어쩐지 어느 순간부터 감을 잃은 듯 했던 송라이팅 감각에 조금씩 물이 오르는 모습. '연주를 위한 연주' 혹은 '형식을 위한 형식'이라는 인상을 주었던 최근 큐미리 작품에서 조금 힘을 빼고 보다 좋은 멜로디를 탑재한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훨씬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준수한 록 앨범으로 마감질 되었다. 욕심 없이 타쿠로 본인이 부를 수 있는 음역대에 집중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아닌가 라는 것이 저의 중론.  

더 시 폴스 어슬립(THE SEA FALL ASLEEP) < The Portrait >

아무 정보도 없이 일단 플레이했다. 음의 공백을 두고 기타와 보컬이 콜 앤 리즈폰스를 주고 받는 느낌의 초반을 지나,  베이스와 와우페달의 잔향이 서로 교차하는 와중에 신시사이저의 울림이 정서의 정중앙을 꿰뚫는 구성이 예사롭지 않은 '格好の餌食'를 듣는 순간 얘네 누군데 싶었다. 시계바늘을 1980년대로 돌린 듯한 고색창연 소스의 총집합 'Minor Climax'는 그야말로 '그 시대의 오마쥬'라 불릴만큼 그 시절의 정취를 잘 담아내고 있는 트랙이며, 로우파이한 사운드를 고수한 단편흑백영화 같은 'サイダー', 악기들이 오밀조밀 자신들의 거처를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幽霊の仕業' 등 듣다 보면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활동한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면 이런 은둔고수들이 여태까지 뭐했나 하는 생각 뿐. 음반가게에 들러 재킷만 보고 사온 시디가 예상보다 훨씬 좋았을 때 기분이 바로 이 작품을 들었을 때의 감정과 비슷하지 싶다. 좀 더 활발히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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