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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Jun 25. 2018

제이팝 신보 소개(6월 넷째주)

험프백, 서치모스, 시샤모 등

꺄오 다음주엔 일본 갑니다!!


Single/EP

험프 백(hump back) '拝啓, 少年よ'

챠토몬치를 잇는 저의 최애밴드 후보군 중 한 팀인 험프 백의 싱글로서는 첫 번째 작품. 이전의 EP과 같이, 청춘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날 것의 록 사운드로 가득차 있는 곡이다. 노래가 어떻고 연주가 어떻고를 떠나서,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 다시 설레고, 무언가를 하고 싶고, 또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울지마, 너가 생각했던 것 만큼 약하지 않으니까"라고 일갈하는 하야시 모모코는, 진짜 너무너무 멋있어서 뻑이 갈 지경이다. 진짜 특별할 것 없는 쓰리피스의 구성으로 이 정도의 유니크한 열기를 뿜어낸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이들을 좋아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이유.

마호쇼죠니나리타이(魔法少女になり隊) 'Start'

평범함을 거부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 일명 "라우드스럽고 팝하면서 판타지한 RPG계 밴드"라 불리는 이들의 기본은 라우드 팝 록 뮤직. 피어 앤 로딩 인 라스베가스의 좀 더 순화된 버전이랄까. 밴드 홍보시 사용되는 모든 이미지들은 재킷과 같이 예전 콘솔 RPG를 오마주한 도트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보컬은 '저주에 걸려 말을 할 수 없는 관계로' 평소에는 X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필담으로 대화를 하나, 왜인지 노래를 할 때는 아주 멀쩡하다.(;;)  표제곡인 'Start'는 미국의 민요인 'Yankee doodle'을 차용한 덕에 보다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예전 고전게임에 해당 노래가 자주 사용되었던 지라 감상 중에 예전 8비트 콘솔 게임들이 쇽쇽 떠오르기도. 재킷만 보면 콘셉트가 음악보다 앞설 것 같지만, 같은 라우드계 선배인 콜드레인이나 심, 앞서말한 라스베가스와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믹스쳐 제작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분명 수면위로 떠오를 신예 엔터테인먼트 집단의 튜브가 되어 줄 네번째 싱글이다.

사카이유우(さかいゆう) 'Fight&kiss'

그를 안지도 꽤 오래전 일이지만 요 몇년간은 좀 멀리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もしもあの朝' 같은 서정적인 발라드가 듣고 싶은데 본인은 리듬이 강조된 곡들을 선호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나의 니즈와 그의 니즈가 맞지 않았던 셈. 이 와중에 선보인 'Fight&kiss'는 최근 소원해진 관계회복을 위해 내미는 화해의 손길같은 곡이다. 러닝타임을 날뛰는 건반 플레이, 드럼과 베이스의 이중주가 빚어내는 그루브가 만들어 준 무대를 그는 한치의 어색함 없이 자유롭게 누빈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유연함과 타이트함과 느슨함을 오가는 운용 능력. 단순히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노래가 아닌, 곡 안의 모든 요소가 서로 시너지를 주고 받으며 하이라이트를 여기저기서 터뜨리는 것이 인상적인 수작.


ALBUM

서치모스(Suchmos) < The Ashtray >

'808'을 듣고 든 생각은, 이 간지가 왜 라이브에서는 구현되지 못했을까 하는 거였다. 앨범에서 느껴지는 그 '힙합'과 '까리함'이, 작년 직관했던 록 인 재팬에서의 그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지금의 그들이 소화하기엔 너무 큰 무대여서 그랬을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였을까? 올해 굳이 펜타포트를 가서 그들을 볼 생각이 아직은 없지만, 이 작품에서의 그들은 여전히 일본의 대세 크리에이티브로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Stay tune'의 1.5배속 버전같이 느껴지는 스피디한 비트감의 '808'도 그렇지만, 특히 1970년대 사이키델릭의 테이스트를 그들답게 해석한 7분이 넘는 대곡 'Volt-age' 같은 곡들은 꽁꽁 감춰두고 있었던 잠재력을 맘껏 개방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언뜻 들으면 < The Kids >에 비해 별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 The Kids >를 잊어야 더욱 좋게 들리는 앨범이다. 우리가 모르는 서치모스의 모습이, 아직은 너무 많다.


시샤모(SHISHAMO) < SHISHAMO5 >

첫 작품인 < 卒業制作 >부터 들어왔고 라이브도 봤던 시샤모지만, 항상 느끼는 건 '한 방'이, '킬러 튠'이 없다는 거다. 그것이 '明日も'로 풀리는가 싶었더니, 그 한곡을 끝으로 다시 이전의 폼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밴드의 강점은 어느 곡 어느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은 밸런스감 충만한 합주와 미야자키 아사코가 가진 외유내강의 실키 보이스지만, 결국 멜로디에서 방점을 찍지 못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맴돌고 있달까. 5장의 앨범을 마구 섞어 놓고 아무 앨범에나 넣어놔도 어색하지 않은 작품 구성 또한 옥에 티. 본작도 음악에 임하는 태도의 충실함이 여실히 나타나 있지만, 그 뭔가 채워지지 않는 심심함이 아쉬움으로 연결된다. 꽉 찬 느낌도 좋지만 비어 있는 뿅망치로 뒤통수를 뿅하고 후드러 맞는 느낌도 나쁜건 아니니까, 조금 더 간밧떼네.

비버리(Beverly) < 24 >

24시간 노래와 함께 살아간다는 결의를 담아 만들었다는 일명 차세대 우타히메의 두번째 앨범. 시원시원한 팝보컬을 무기로 댄스와 알앤비, EDM, 발라드 등을 전천후로 소화하고 있다. 다만 요즘 같은 계열의 여가수들이 너무 많아진 탓에 별다른 차별화를 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다가오는 감상이다. 리리(riri)나 이리(iri)와 같이 좀 더 장르적으로 딥하게 파고들던지, 니시노 카나의 정서나 수퍼플라이의 가창력 같이 확실히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던지 해야 되는데, 이렇게 마냥 팝적으로 가봐야 나중엔 결국 리메이크 앨범이나 몇장 내고 묻혀버릴 여지가 다분하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노래와 가창력이나 집중할 만한 요소가 없고 그러다보니 금방 휘발될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좀 더 프로듀싱 차원의 고민이 필요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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