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사람들, 버텨내는 사람들, 그리고 떠밀려가는 사람들입니다.
살아가는 사람들은 연어와 같습니다. 당신이 만약 물고기라면 바닷속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치다가 태어난 강을 기억하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연어는 그렇게 합니다. 연어처럼 불가능한 꿈, 인간다운 꿈을 꾸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넓고 풍요로운 바다를 떠나 불곰의 사냥터를 기꺼이 지나며 폭포를 뛰어오릅니다. 도중에 태반은 온갖 짐승들의 먹이가 되지만 억울해하거나 울며 세상을 원망하는 연어를 본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고향에 이르지 못한 연어들마저 자기를 보시하여 수많은 생명을 먹여 살립니다. 이렇게 꿈을 품은 사람은 꿈에 이르든, 이르지 못하든 마침내 자기다운 한평생을 살아냅니다. 삶에는 그곳으로 향한 길 위에 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목적지가 존재합니다.
삶을 버텨내는 사람은 절벽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처럼 생존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입니다. 세찬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발밑 한 줌 흙덩이 속으로만 거듭 몸을 뻗는 사람입니다. 소나무가 그렇게 버티는 건 기특한 일이지만 사람이 그렇게 버티는 건 기이한 일입니다. 사람은 줄기세포와 같아서 마음에 어떤 뜻을 품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천변만화합니다. 자신을 독수리로 보았더라면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았을 수도 있지만 소나무로만 바라보면 뿌리만 뻗어 나옵니다. 하루를 버티고 평생을 버티면 결국 한몫을 단단히 챙긴 노송이 되겠지만 언젠가 속은 텅 비어 버리죠. 그렇게 쌓아 올린 성은 버틸 힘이 사라질 때 푸석하게 무너집니다. 영원히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삶에 떠밀려가는 사람은 작은 말뚝에 묶인 서커스 코끼리처럼 누군가의 주문에 따라 춤을 추는 사람입니다. 죽을 때까지 자기 내면에 잠든 거대한 힘을 맛보지 못합니다. 그저 당근 몇 조각에 만족한 채 하루하루 안전하게 떠밀려갑니다. 슬프게도 그들은 자신이 본래 사자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초원을 누비는 존재라는 걸 깨닫지 못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숨 쉬는 마네킨으로 변해갈 뿐입니다. 어쩌다 말뚝의 줄이 풀려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무력한 존재로 바라보기에 점점 더 무력해집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자신의 친부로 알고 자라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고맙게 의존하는 상대가 실은 자신을 진실한 삶에서 떠밀어내는 원수라는 걸 보지 못합니다. 가슴 언저리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이것이 전부일까?’ 하는 의문과 아쉬움마저 온데간데없이 소멸하는 날, 더 이상 떠밀려갈 곳이 없는 그는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거나 버텨내거나 떠밀리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어느 날은 살아가고 어느 날은 버텨내며 어느 날은 떠밀리기도 합니다. 1년을 살아가다가 다시 1년을 버티거나 떠밀리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진정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지 못하면 우리는 죽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이 오늘 살아가고 있는지, 죽어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