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빌런 추가요! 로펌 변호사의 멘탈 단련 프로젝트

(feat. 법정 밖 찐텐션)

by 산뜻한


모든 사건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각색되었고, 이를 위하여 내용 중에 허구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제가 로펌으로 이직하고 나서 '아, 세상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별의별 사람이 다 있구나!'를 매일같이 느끼게 해준 사건들이 참 많았는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두 가지 '빌런(?) 체험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그때마다 속으로 '나는 변호사인가, 감정 쓰레기통인가' 싶었지만, 지나고 나니 다 웃픈 추억이네요!


1. 빌런의 일갈: "왜 쓰레기를 변호하세요?" / 판결: "숫자가 말합니다!"


#공사대금분쟁 #법정앞대기 #쓰레기발언의최후 #팩폭은숫자로


로펌에 와서 맡았던 사건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어르신 의뢰인이 계셨어요. 평생 작은 공방을 운영해오신 '강철민(가명)' 사장님이셨죠. 공방을 좀 더 요즘 스타일로 바꿔서 온라인 판매도 하시겠다며 '뻔B번쩍 인테리어(가명)'라는 젊은 업체에 리모델링을 맡기셨는데, 이게 사달이 난 거예요. 업체는 번드르르한 말만 늘어놓고 공사는 날림으로 해서 추가금이 아니면 마무리를 못 한다고 버티다가 결국 공사대금 잔금을 달라며 소송을 걸어왔죠. 저희는 당연히 강 사장님을 대리해서 "아니, 약속이랑 다르고 하자투성인데 무슨 잔금이냐!"며 맞섰습니다. 정말 저희가 보기에도 억울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드디어 변론기일, 상대방 '뻔B번쩍 인테리어' 대표는 변호사도 없이 직접 출석했더라고요. 젊은 양반이 아주 그냥 열변을 토하는데, 듣는 저희 강 사장님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저는 속으로 '흥분 가라앉히시고, 증거로 말씀하세요'를 외치고 있었죠.


그렇게 치열했던 법정 공방이 끝나고 법정 문을 나서는데… 아니, 그 '뻔B번쩍' 대표가 문 앞에서 저를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순간 '아, 피해야 하나?' 싶었지만, 변호사가 의뢰인 두고 도망갈 수도 없고. 아니나 다를까,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자기 억울함을 늘어놓기 시작하더라고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 딴에는 억울하겠죠. 그런데 이분이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니, 변호사님!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다 아시면서! 제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데, 저 사람(강 사장님) 완전 진상이거든요? 근데… 변호사님은 왜 그런 쓰레기 같은 사람을 변호하세요? 네?"


순간 제 머릿속에서는 '삐-‘ 소리와 함께 온갖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지금 나한테 쓰레기라고 한 건가? 우리 의뢰인을 쓰레기라고 한 건가? 아니면 둘 다?' 하지만 프로는 프로. 저는 최대한 평온한 표정으로 (속으로는 '이보세요, 대표님. 누가 진짜 쓰레기인지는 재판 결과가 말해주겠죠?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쓰레기 같은 구석이 한두 개쯤은 있답니다'라고 생각했지만요) 의뢰인인 강 사장님을 모시고 조용히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저희의 주장이 대폭 반영되어 상대방이 청구한 금액에서 상당 부분이 감액된, 사실상 저희의 승소나 다름없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미시공하거나 하자가 있는 부분에 대한 저희의 상계 주장이 받아들여진 거죠. 그 '뻔B번쩍' 대표, 판결문 받아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 숫자로 명확하게 찍힌 자기 행동의 결과를 보고 좀 정신 차렸으려나요?



2. 격분한 상대방의 복도 추격전: "변호사가 다 저래?!"


#서면이쏘아올린분노 #복도추격스릴러 #변호사의숙명인가 #프로참을인러


이것도 공사대금 소송이었는데요, 저희가 피고 측을 대리했습니다. 이번 의뢰인은 꼼꼼한 성격의 '나까칠(가명)' 여사님이셨는데, 인테리어 업체가 계약 내용과 다르게 엉망으로 공사를 해놓고 돈만 달라고 하니 속이 터질 노릇이었죠. 저희는 나 여사님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상대방 업체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서면에 아주 그냥 신랄하게(?) 담아냈습니다. 물론, 변호사로서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요! (아마도요?)


몇 번의 서면 공방이 오간 후의 변론기일. 역시나 상대방 업체 사장님이 직접 출석했더군요. 재판은 뭐 그럭저럭 끝났는데,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제가 법정을 나와 복도를 걷는데, 저 멀리서 그 사장님이 저를 발견하고는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아니, 잠깐만요! 변호사양반!"


저는 본능적으로 '아… 또 시작이구나' 싶어 최대한 못 들은 척, 바쁜 척하며 지나치려 했죠. 그런데 그분이 성큼성큼 다가오시더니 제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내가 당신네가 쓴 서면 보고 얼마나 열불이 터졌는지 알아? 사람이 어떻게 말을 그따위로 해!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아무리 변호사라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사람을 매도하고 거짓말을 써도 되는 거야?!"


아마도 저희가 제출한 준비서면 내용 중에 본인의 아픈 구석을 제대로 찌른 부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주변 사람들 시선은 전부 저희에게 쏠리고, 저는 또 한 번 '현타'를 맞이했죠. '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때로는 상대방의 아픈 곳을 합법적으로 찌르기도 한답니다. 그게 제 일인데요…' 라고 속으로만 외쳤습니다.


결국 법원 경위 분이 와서야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날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변호사의 길은 때로는 의뢰인의 방패가 되어 온갖 비난과 공격을 대신 맞는 역할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요. 뭐,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그게 다 저희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과정인 것을요! 그리고 이런 일들을 겪으며 제 멘탈은 점점 더 강철이 되어가는 중이랍니다. 다음엔 또 어떤 빌런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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