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토닉 사랑'을 주장하던 사장님의 최후
"변호사님, 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상대방이 '정신적 교감'만 나눴으니 불륜이 아니래요. 이게 말이 되나요?"
안녕하세요, 강석준 변호사입니다.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상간자(내연남/녀)의 태도에 두 번 상처받는 의뢰인들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육체적 관계가 없었으므로 법적인 부정행위가 아니다"라거나, "너희 부부는 이미 남남이나 다름없지 않았느냐"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늘고 있죠.
오늘은 '영혼의 단짝'임을 주장하며 가정을 파탄 낸 상간자에게 법원이 어떤 철퇴를 내렸는지, 각색된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결혼 3년 차, 평범한 직장인 A씨(30대, 여)는 어느 날 남편 B씨의 핸드폰에서 충격적인 카톡을 발견했습니다.
상대는 남편이 다니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점주인 C씨(40대, 여)였습니다.
C(점주): "오늘 유독 자기가 보고 싶네. 와이프랑 있는 집에 보내기 싫다..."
B(남편): "나도. 당신이랑 있으면 숨통이 트여. 우린 왜 이제 만났을까?"
대화 내용은 가관이었습니다.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는 것은 예사였고, "다음 달엔 같이 제주도로 떠나자", "나중에 같이 살 집은 어디가 좋겠다"라며 구체적인 미래까지 그리고 있었습니다.
분노한 A씨가 추궁하자, 남편과 점주 C씨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습니다.
점주 C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잠자리를 갖거나 한 적이 절대 없어요! B씨가 집에서 너무 힘들다고 해서, 인생 선배로서 위로해 주다 보니 정서적으로 깊어진 것뿐이에요. 이건 플라토닉 러브라구요!"
심지어 C씨는 소송 과정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 부부 관계는 이미 제기 전부터 파탄 나 있었어요. 남편이 집에 들어가기 싫어해서 제가 챙겨준 건데, 위자료라니요? 오히려 A씨가 가게로 찾아와 행패를 부려 영업을 방해했으니 제가 피해자입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가정을 지키려 노력했던 A씨를 '의부증 아내' 취급하며, 자신들의 불륜을 '로맨스'로 포장한 것입니다.
과연 법원은 이 뻔뻔한 '플라토닉 불륜'을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C(점주)가 A(아내)에게 위자료 2,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보통 이혼 소송이 아닌 상간자 소송에서 인정되는 통상적인 위자료가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500만 원은 이례적으로 높은 금액입니다. 법원이 C씨의 행위를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법적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과거 '간통죄'가 있을 때는 성관계의 직접적인 증거가 필수였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상간자 소송)에서의 '부정행위'는 훨씬 넓은 개념입니다.
법원은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부정행위로 봅니다. 성관계가 없었더라도, ▲서로에게 "사랑해", "보고 싶어" 등의 애정 표현을 하거나 ▲미래를 약속하거나 ▲늦은 밤 사적인 만남을 지속했다면 이는 명백한 불륜입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의 수위와 빈도를 볼 때, 단순한 직장 동료를 넘어선 연인 관계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어 논리가 바로 "파탄 항변"입니다. "내가 만나기 전부터 너네는 이미 별거 중이거나 이혼 얘기가 오가지 않았느냐, 그러니 내가 파탄의 원인이 아니다"라는 주장이죠.
하지만 법원은 이를 엄격하게 봅니다. 단순히 부부 싸움이 잦았다거나 각방을 썼다는 정도로는 '파탄'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A씨의 경우, 비록 남편과 갈등은 있었지만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서로의 생일을 챙기는 등 혼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피고(상간자)의 부정행위가 결정타가 되어 혼인이 파탄 났다"고 보았습니다.
점주 C씨는 반성하기는커녕, 소송 중에 "A씨가 가게를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라며 거짓 주장을 하고 A씨를 비난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태도를 '반성 없는 태도'로 보아 위자료 산정에 불리한 요소로 참작했습니다. 소송 중에 원고를 괴롭히거나 거짓말을 하면, 결국 판결금만 올라갈 뿐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받고 계신가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냉철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흥신소를 써서 현장을 덮쳐야 하나 고민하지 마세요. 카카오톡 대화 내용, 블랙박스 음성, 내비게이션 기록, 카드 결제 내역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특히 "자기야", "여보", "사랑해" 같은 호칭이나, 미래를 약속하는 대화는 법원에서 매우 강력한 증거로 채택됩니다.
소송이 시작되면 상대방은 100% "너네 부부는 원래 사이가 안 좋았다"고 공격해 옵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평소 부부 동반 모임 사진, 가족 여행 기록, 다정한 문자 메시지 등을 미리 확보해 두세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망가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상대방의 직장에 찾아가거나, 인터넷에 실명을 거론하며 글을 올리고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는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억울한 마음은 법원을 통해, 금융치료(위자료)로 합법적이고 우아하게 되갚아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복수입니다.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는 변명, 법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나눴다면, 그 대가도 치러야 하는 법이니까요.
[참고] 위 사례는 실제 판결을 바탕으로 의뢰인의 신상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를 대폭 각색하여 재구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