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잔향
햇빛은 마당까지 들어왔지만
응달은 여전히 겨울을 붙잡고 있었다.
녹아 사라질 수 있었지만
그 자리에 남기로 한 듯, 조용히.
눈이 내린 자리에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길 위에 새겨진 작은 흔적은
차갑지만 서두르지 않고,
그저 흰 눈 위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그늘 속 얼음은
서두르지도, 애쓰지도 않았다.
발자국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그대로 얼음을 감싸며 투명하게 흔들렸다.
바람이 스치면
차가움보다 먼저
눈과 나무, 흙이 뒤섞인 맑은 냄새가 났다.
발자국 사이로 스며든 햇살은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게 했다.
사람이 그 곁을 지나가면
발걸음이 살짝 낮아졌다.
응달은 말을 걸지 않아도
남은 발자국과 얼음이
기다림과 여유를 보여주었다.
아직 남은 눈과 풀리지 않은 얼음이
반드시 불편한 것은 아니라는 걸
겨울은 그 조용한 흔적으로 알려주었다.
그 오후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지만
발자국과 응달이 남긴 겨울의 숨결 덕분에
마음이 괜히 편안했다.
남아 있어도, 천천히 있어도 되는
겨울이 거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