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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Oct 26. 2019

숲님˚

헤헿•





시간을 소생시키는 숲의 새로움은 퇴계와 로빈후드를 동시에 길러내고도 사람 지나간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물리적 자연은 근본적으로 몰가치하다. 물리적 자연이 그 안에 윤리적 가치를 내포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그것은, 영원한 인과 법칙의 적용을 받는 자연과학의 자리일 뿐이다. 이 무정한 자연이 인간을 위로하고 시간을 쇄신시켜주는 것은 삶의 신비다. 사람의 언어가 숲의 작동원리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숲이 사람을 새롭게 해 줄 수 있는 까닭은, 숲에 가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숲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_김훈 [자전거 여행] 중에서 발췌

어쩜 저렇게 논리적이고 공감이 되는 생각을 글로 적어 내셨을까? 작가 김훈 님 최고! 너무 멋져요!




[나의 숲님]
밟고 지나기가 미안하고 고맙다 끊임없는 자멸과 소생을 통해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생동의 숨결.. 웅장하고 근엄하고 포근하고 감사하다 몽밀하고 촉촉한 수분은 빛을 발하고 그 한낮의 빛을 그러모아 뿌리 끝으로 전한다. 바람의 스침 결은 간질간질 어여쁘고 황홀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수줍었다가 과감했다가 밀당의 최고수다 그래서, 숲 속에서의 숨은 맑고 다정하고 깊고 깨끗하다 차갑다/서늘하다 가 아닌 맑고 청정한 상쾌함이다 모든 복잡한 생각들이 이 황홀경에서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신비한 마법이다 그 말간 기운은 미소로 흩날리고 모여서 기를 순환시키고 마음을 중화시켜준다 숲 사이 빛길들을 따라서 그림자가 꼬리 춤을 춘다 파랗기만 한 하늘은 숲 사이사이 방안에 거다란 액자 마냥 싱그럽게 살짝살짝 그 모습을 들켜준다 매 순간 빛과 온도가 바뀐다ㅎㅎ귀엽게 숲님’ 세수는 했어요? 세수는 어떻게 해요? 밤사이 살포시 내리는 안갯속 이슬에 하는 거예요? 샤워는요? 비가 온 후 맑고 개인 하늘 아래 숲이 맑아 보이는 이유가 혹시 비 샤워 후 모습인 거예요? 숲님 근데요 숲님은 옷이 네 벌이예요? 꽃이 피는 건 멋 내는 거죠? 단풍꽃은 꽃이에요? 아님 트렌치코트예요? 여하튼 바람으로 대답 대신해줘도 멋’ 쟁’ 이’~ 라는거~예요
혼자 숲길을 걸어도 혼자가 아닌 기분인 건 이 때문인 걸까요?  바다는 바다 하나 같아서 근엄하고 보수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요 한숨에 훅 사라져 버릴까 봐 겁이 나는 기분이 들거든요 근데 숲님은요 이상하게도 그냥 안겨 있는 기분이 들어요 헤헿 부수적인 의인화나 미사여구를 탐하지 않아도 그저 이렇게만 불러도 다 알지도 몰라요
숲님~~~~~또 올게요
그때는 또 예쁘고 멋진 옷 입고 계세요~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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