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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Oct 28. 2019

과거.. 그리고 현재

솜틀집 솜사탕

#처음 너를 만났던 날
랄라라 라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등굣길에 나서는 여덟 살 선우..”저건 뭐지?” 하얀 솜사탕이 나무에 매달려 있네~가까이 들여다보니 애벌레 꼬치처럼 보인다 혹시 꽃인가 싶어서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손으로 슬쩍 건드려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살짝 맛도 보았다

포실포실 솜털은 적당한 수분을 머금고 있었고, 살짝  익은  냄새가 났었고, 맛은 신기하게도 달았다.(의아하고 어리둥절하게 요리조리 살펴본다)

건너 건너 밭이랑에 계신 아주머니가 말을 건네셨다
“그거 뭔지 궁금하니?
”네에~(멋쩍은 웃음과 함께 덩달아 나오는 혀) 이유는 모르지만 쑥스럽고 부끄러움이 차면 나오는 버릇 같은 거다)”
이름은 목화꽃이다만, 진짜는  덮고 자는 이불 만드는 솜을 만들  있게 해주는 식물이란다  도통 무슨 말인지, 갸우뚱갸우뚱 >> 어렵고 이상했다

#뜻밖의 위로와 힘이 돼주길..
_ 아빠 허리 척추관 협착증 수술은 잘 되었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애초에 수술 목적은 내시경 수술을 통해 허리 통증을 없애는 것이었으나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는지 개복수술을 하셨었다  병원균 감염으로 인한 3 척추 우측에  주머니가 자리하고 있고, 최선의 방법은 염증 제거 수술이었지만 아빠 연세와 현재 몸상태를 고려하여 약물로 치료 중인 상황, 최선을    없으니, 차선으로 하는 약물치료엔 한계가 있나 보다 병원에 오래 계신 탓에 vre 균이 생겨서 몸에 기력이 많이도 상해 계신다  염증이 심해질 때마다 행해지는 잦은 금식으로 인해 면역력도 온전치 않으시다 어떻게 하면 현재 상황에서 아빠가 그나마  불편하실까를 고민하고  고민했다 아빠가 지금 하실 수 있는 건 침대에 누워 계시는 거, 하얗게 칠해진 병원 천장과 의료용 침대에 높낮이 조절로 그나마 모니터 속 컬러감을 보실 수 있는 거 그것뿐이다
그렇다면?

#솜틀집 솜사탕
전신을 받쳐주니 포근하고 자상하게 토닥여 줄 것만 같은 느낌..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순면, 그리고 면사의 층이 촘촘한 실크 면사 재질로 만든 보조 베개 커버를 구매했다  솜까지 사야 했으나 목화솜을 따로 취급하지 않는 쇼핑몰을 탓할 새도 없이 집 근처 솜틀집을 검색하고 찾아갔다 급히 주차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온통 솜이불이다. 언덕 위에 있는 솜틀집. 걸어 올라오기엔 버거워 보이는 곳인데 이불이 많은 것이 사장님 솜씨가 좋은가 보다
“우리 집은 목화솜을 쓰는데 어떤 걸 하시려고요? 아 네 그러시군요~ 다름이 아니라.... 합니다 아빠의 상태나 상황 , 보조 베개의 쓰임 용도를 말씀드렸다  아.. 효녀 이시네요 아니에요.. 별말씀을요.. 감사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느라구요.. 아무리 슬프고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눈앞에 마주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해야지.. 나의 생활 가치관 중에 하나 이기에.. 순박해 보이는 아저씨 사장님껜 쑥스럽고 민망하기까지 한 , 효녀 칭찬에는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더라니.. 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더 슬픈 지경이라는 것을 더불어 말할 수도 없었다)

“원래는 맡기면 일주일 걸려요 하지만 착한 따님이 아빠 생각하는 마음이 고와서 최대한 빨리 해드릴게요  전화번호 적어 주시면 저녁에 연락드릴게요 하신다 근데 목화솜은 딱딱해서 아빠한테는 구름 솜이  푹신할 텐데.. 그럼.. 구름 솜으로 해주시고 속지를 입혀주세요 그래야 커버를 벗겨 세탁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네~ 그렇게 해드릴게요 하신다 아저씨 사장님의 온 모습에 지금까지의 생의 흔적과 성실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코안은 솜털이 얼기설기 얽혀서 고생하고 애쓰는 한낮의 수고로운 호흡이 버겁게 느껴졌다. 용무를 마치고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 후 돌아 서려는데 갑자기 아저씨 사장님의 목소리.. 이런 차는 얼마요? 특별하게 배웅까지 할 상황이 아니라 생각한 터라 잠시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화제가 차로 전환되어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아저씨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안경과(선글라스 말하시는 듯하다) 모자는 꼭 사서 하고 타라고 하신다 그래야 폼이 나는 거라시며.. 들켜버린 슬픈  눈에 농담 섞인 웃음을 만들어 주신다.. 많이도 슬퍼 보였나 보다 평소엔 잘 웃던 나인데.. 약 몇 개월 사이에 웃음 속에 슬픔이 짙은 나 인가 보다.. 괜스레 죄송해서 굳어 있는 마음과 시선에 힘을 빼려고 더 밝은 척 함박웃음으로 인사 후 돌아 나왔다

#당연하지 않은 곳곳의 감사함
어릴 적 명절이 다가오면 할머니는 장 안에 광목이불 커버를 모두 벗겨 내고, 목화솜 이불을 빨랫줄에 걸어 햇볕에 말리셨다 방망이로 먼지를 털고  사이사이 공기층에  숨과 새빛의 기운을 넣곤 했었다 뽀송한 솜에 광목과 비단 커버로 시침질을 하시고 엄마가 손수 한 땀 한 땀 놓으신 꽃자수를 이불에 중앙이든 윗부분이든 아랫부분이든 장식으로 다시 입히셨다 내 기억과 추억 속에 목화솜 이불에 대한 행복했던  부분과 곳이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이불, 그리고 라텍스 침대, 좋은 게 너무너무 많다 보조 베개(일자형/원통형/ㄱ자형/u자형 바디필로우 디자인도 소재도 아주 다양하다) 그래서 잊고 산다,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 속 문익점 선생님이 누군지 우리나라에 원래부터 솜꽃이 있었던  흔하디 흔해져 버렸고 모든 것은 개개인이 아는 당연함으로 때론 관심 밖의 것으로 밀려갔다 오늘의 사소해 보이는  하나하나 당연한 것이 없고, 누군가의 노력, 누군가의 배려,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많은 것들에    고개 숙여 깊은 감사와 존중을 보낸다 목화솜은 “어짊 자체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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