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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Jul 21. 2020

_흙빵

담소


그릇을 만든다는 건 빵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반죽하고 발효하고 첨가/추가하고 굽고, 맨들맨들 부드러운 흙은 딱 기분 좋을 만큼 시원하게 차다. 그 온도 덕분에 정신이 가다듬어진다  그릇 크기를 감안하여 적당히 남을 여분을 계산해서 잘라낸다 전체적 두께가 일정하게 3-4T 정도로 밀어 (토련) 반죽한다  어떤 모양을 만들더라도 틀 안에서 깎고 다듬고 밀면 됨으로 하부의 두께든 가장자리의 두께는 지속적으로 적당히 빠른 속도로 다듬는다  흙에 수분을 가늠해 가면서.. 비어 있는 흙빵 그릇을 보는 기분은 묘하다 유약을 바르기 전 마른 사포질은 또 한 번의 섬세한 다듬질이다 채워가는 것이 음식만이 아닌 존재의 시:공간을 함께 그려 담는 것이라서 깊이 있는 사려와 배려는 더불어 담긴다 웃고 마시고 행복할 거다란 품을 빚는다 흙의 온도, 흙의 수분, 흙의 질감 모두가 살아 있는  SUM:이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공간이 함께 한다



내가 그릇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어 있기 때문이다.
차라도 담겨야 제구실을 하겠지만
나는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무엇이든 담을 용의를 지니고 겸손하게 비어 있는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p.98  _강석경

흙을 처음 만지는 그때의 느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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