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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Aug 21. 2020

_찹쌀 산자

갱엿



추석명절이 다가오니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생각만으로도 쫀득하고 바삭하고 이가 쩍쩍 붙는 느낌과 스르르 녹는 그 맛이 그립습니다


물에 불려 물기를 쪽 뺀 찹쌀과 천 원짜리 네다섯 장을 들고 할머니네 동네 어귀에 있는 방앗간에 찹쌀가루를 빻아 오는 심부름을 여러 번 했었습니다 튀밥도 넉넉하게 여러 묶음 샀었고 혹여라도 가지고 온 돈이 부족하면 할아버지 호와 존함을 대고 외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시내 5일 장날이 오면 외상값과 직접 기르신 작물 일부를 이자라 말씀하시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셨습니다  이마저도 시골인심의 한 풍경 같습니다


할머니 집 안방 바닥에 큰 비닐을 깔고 방을 따숩게 데웁니다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온 찹쌀가루를 약주나 탁주로 뒤섞임 한 뒤, 시루에 쪄냅니다 (뜨거운 숨을 한번 입히고) 반죽을 시작합니다 반죽을 하기에 앞서서 고운 자수가 수놓아진 깨끗한 꽃버선을 제 발에 신기고 반죽을 발로 밟도록 부탁하셨었습니다  조그맣고 힘이 약했던 어린 여자 아이의 체중 실림은 그 반죽을 더 맛나고 차지게 감미 시키는 발효 역할이 되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기층이 많지 않도록 꾹 꾹 밟아 골고루 촘촘히 반죽합니다 반죽이 끝나면 크고 넓은 판 위에 밀가루를 흩뿌려 찹쌀 반죽이 엉겨 붙지 않도록 모양을 만듭니다 약과와 찹쌀 산자를 함께 만들었기에 할머니 혼자의 여력으로는 부족하실 수밖에 없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재미나고 행복한 추억의 일부입니다 노르스름한 만두피 같은 모양에 찹쌀 덩이가 몇십 개는 방안 가득 널어져 있었습니다 형태대로 쭈~욱 잘 배열해 따스운 온기에 하룻밤을 마르게 두고, 조금은 딱딱하게 마른 찹쌀 반대기는 겉면에 묻어 있는 밀가루를 살살 털어내고 달궈진 기름에 튀겨 내어 고소함을 입습니다 반대기를 기름에 넣고 숟가락을 이용해 반대기 중앙을 누르고 늘려가며 공기층을 빼고 가장자리 부분을 동그랗고 예쁘게 일정한 크기의 원형을 만듭니다 한 두 번 해보신 솜씨가 아니어서, 여기서부터는 할머니의 숙련된 숟가락 누름 기술과 평이한 두께의 원형이 마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우와 늘어난다 늘어나~(저는 신났습니다)
마술 같은 손기술이 끝나고 나면 형태를 잡은 산자는 또 한 번에 기름옷을 입고 바삭함을 더 합니다 (하루 꼬박 기름 냄새 맡으며 으악~머리 아파.. 했었답니다) 갱엿을 녹인 조청으로 표면을 윤기 나고 맛깔나게 덧 입히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앞뒤 골고루 튀밥을 얹어 맛에 멋을 더해 줍니다 당화 된 곡물의 끈적임을 그 바삭함에 숨겨놓으면 찹쌀 산자 완성입니다  다 된 찹쌀 산자 한 입을 베어 물면 첫 느낌은 고소하고, 씹을수록 진하게 스며 오는 달큼함이 마음까지 달달하게 녹여 주다가 언제 다 먹었나 싶게 순식간에 한 개를 냠냠.. 말 그대로 순삭입니다 정말이지 맛있었습니다 명절날 모인 일가친척과 인사를 오신 이웃들에게 가족의 건강과 안녕의 염원을 담아 정성을 선물합니다 사랑이 담긴 바삭하고  물리지 않는 단맛이라서 한번 맛보면 반하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 기억과 추억을 서술하다 보니 과정과 애씀이 여간 수고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손 많이 가고 과정도 깁니다 찹쌀 산자  만들었던 그 날을 이렇게나 잘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_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사전에 나와 있는 상세한 설명을 참조해 봅니다

산자(馓(糤)子)
[정의]
찹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말려 기름에 튀긴 다음에 튀긴 밥알이나 깨를 꿀과 함께 묻힌 음식

산자의 어의에 대해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쌀알을 튀기면 마치 꽃처럼 부풀어 벌어지므로, 이렇게 만든 고물을 묻힌 유전 병류를 산자라 한다.”라고 하였다. 즉, 산자는 고물의 모습에서 붙여진 음식명이다. 이것은 가정에서도 만들지만 조선시대 후기는 널리 상품화되었다. 특히, 곡창인 전라남도의 백 산자는 예로부터 명물로 알려졌다.
산자 만드는 법은 찹쌀가루를 약주나 탁주로 축이듯이 반죽하여 시루에 찐다. 그런 다음에 방망이로 꽈리가 일도록 저어서 밀 판에 밀가루를 바르고 0.7㎝ 정도의 두께로 민다. 이것을 가로 2㎝, 세로 3㎝ 정도로 썰어 겉이 갈라지지 않게 바람이 없는 그늘이나 더운 방바닥에 말린다. 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마르면 기름에 두 번 튀겨서 속이 바삭하게 만들고, 끓는 물에 흰 엿과 꿀을 섞어 조린 것이나 조청을 발라 고물을 묻힌다.
산자는 고물에 따라서 매화 산자·밥풀 산자·백 산자 등으로 구분되며, 반죽의 재료에 따라서 묘화 산자·메밀 산자 등으로 불린다.
매화 산자는 4, 5일간 밤이슬을 맞혀 습기가 알맞게 밴 찹쌀을 술에 적시고 이를 건져 다시 하룻밤 재웠다가 뜨거운 무쇠솥에서 볶아 매화처럼 튀겨지면 고물을 묻힌 것이다. 붉은색 기름으로 물들여 분홍색 고물을 만들기도 한다. 붉은색 기름은 끓는 기름에 지초를 넣어 우려낸 것이다. 고물을 묻힐 때 백색과 홍색으로 매화 문양을 놓기도 한다.
밥풀 산자는 찹쌀을 하룻밤 물에 담갔다 시루에 쪄서 그늘에 말린다. 그런 다음에 쌀알이 온전한 것과 부서진 것을 선별하여 술에 10시간 정도 축인 뒤에 각각 낮은 온도의 기름에 넣어 튀겨내어 고물로 삼은 것이다. 백 산자는 쌀로 만든 백당을 묻혀 눈처럼 희고 소담한 모습으로 만든 것이다. 백당은 곡창지대인 전라도 일대의 것이 유명하므로 백 산자도 전라도 지방의 것이 유명하다. 묘화 산자는 밀가루에 꿀을 섞어 만든 반죽을 튀겨 고물을 묻힌 것이다.
메밀 산자는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반반으로 섞어 반죽하여 만든 것이다. 산자 중 분홍색의 고물을 묻힌 것은 흰색의 것과 함께 축하 음식으로 쓰이고 제례에서는 흰색만이 쓰인다.

* 참고문헌
『한국음식(韓國飮食)-역사(歷史)와 조리(調理)-』(윤서석, 수학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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