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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간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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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Aug 09. 2020

_희로애락

.. 라구요

똥이 예쁘거나 좋아 보이지는 않으니 주제어로 정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한 작가님의 글을 보고 용기를 내어 써보려 합니다

맛있는 거 드시는 중이면 Skip 해주세요


에잇! 똥이다 똥!
피하고 싶거나 인상부터 찌푸려지는 존재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니까요

혼돈이나 무질서, 지독한 악다구니를 좋아할 사람이 없습니다 섞이고 뒤죽박죽 엉키다 보면 조화는커녕 부조화가 되기 일쑤이며, 애통하게 끓어버린 원망 섞인 한탄과 질식과 목마름의 배설이 되는 것이 똥이니까요 변비는 그 목마름이고, 설사는 비통함에 혼돈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화되지 못한 여러 가지의 날 것들과 독소들이 한꺼번에 탈출을 꿈꾸며 쏟아져 내려버리니 안 아프고 견디기 어렵습니다

몇 살 때인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다소 역겨울 수도 있으나,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슬픈 이야기입니다
친구 이름 부르며 대문 앞을 서성이는데 무언가 쾌쾌한 냄새가 그 집 담장 사이로 넘어왔습니다 대문 앞까지 나온 친구는 문도 열지 않은 채
있잖아..
내가 좀 있다 너네 집으로 갈게 이럽니다
미처 그 친구의 난처함을 몰랐던 저로서는 내가 왔으니 여기서 놀면 되지 굳이 또 네가 온다 하는 거냐며 문 열어줘.. 합니다
대문을 연 그 친구는 뭔가가 잔뜩 불편하고 슬픈 얼굴로 날 보며  왔어? 이러는데 표정이 너무 복잡하여 그 마음을 전부 알아채기란 어려웠습니다 근데 바로 대문 앞에서 그 친구의 할머니가 무언가를 프라이팬 위에서 굽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뭐하세요? 여쭤보니 (개똥 굽는다 ) 이러시는 겁니다 화들짝 놀란 나는 한 걸음 두 걸음 도망치듯,
그 집 안마당을 가로질러 텃 마루로 달려갔습니다  일단은 친구를 보러 간 것이어서 자초지종은 들어야 했습니다 친구는 울먹이며 말합니다 사실은 할머니가 치매라고.. 잘은 모르는데 기억을 못 하는 병이라 개똥을 구워도 되는 음식쯤으로 알게 되는 이상한 기억의 혼란이라고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니 이 표현까지는 다 몰랐어도 본능적으로 학습받은 어린아이의 시선에도 그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먹고 자고 싸는 거 , 인간의 본능인데 왜 기억의 혼란에서는 자기 몸에서 나오는 똥도 더럽다고 느끼지를 못하는 걸까..

하긴, 막 세상으로  나온 아기는 똥이 더럽다는 걸 모르니까요 아마도 친구 할머니는 그때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문득 지금에서야 들었습니다  친구 할머니는 꽤 오랜 시간 혼돈 속에 머무시다가 주무시듯 생과 이별하신 걸로 기억됩니다 슬펐습니다 인간의 생애 속에 고난이라는 것이  저런 순환을 만들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학습과 습관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원초아로 돌아가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덜 소화된 급한 날똥은 고약한 냄새와 갖가지의 항변적 반응을 하느라 단말마의 악취를 풍기지만, 완숙한 똥은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몸을 먹이고 채우느라 애쓰고 나온 성숙한 똥입니다  좋은 똥은 퇴비로 사용되어 땅을 기름지게 하고 그 땅에서 자라난 곡물들을 다시 인간이 취하게 되는 자연섭리의 순환 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버릴 것은 많은데, 또 다 취하기는 어려운 게 생 인가 봅니다 고뇌는 아름다워지기 위한 연습 같지만 어렵고도 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피하는 게 나쁜 건가요? 부딪히는 것보다 오히려 지혜입니다

그것도 방법  거죠.. 자신을 위해서..

좋은 똥 잘 싸고 잘 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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