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간이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춤추듯이 Sep 13. 2019

_뜻밖의 멀미

여뀌


뜻밖의 멀미



꽤나 답답한 무력감이 불쑥불쑥 오는 탓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내야 했고, 찾고 싶음이 절실했다 몸에 이로울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이 실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걸 감지했을 때 난 걷는 것에 대한 새삼스런 감사와 감동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의 예찬도 함께 품은 채로 걷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움직인다 그리고 당연한 것은 없기에, 걸으며 밟히는 땅이 있음이 감사하다 산책길에 만나는 자연,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구조물들, 새삼 삶의 결에서 보이고, 느껴지고, 닫는 것에 감사함이 생기니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어떤 좋은 풍광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보이기 때문에 이 오감의 풍성한 축복을 나눠주신 부모님 그것의 정서적 알림에 긍정적 영향력을 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너무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작은 풀과 잡초라 불리는 식물체도 군락을 이루면 힘이 생기고 폼이 나는 하나의 작품이 생성된다 그래서 자연을 ‘살아 숨 쉬는 예술’이다 라고 했나 보다 적극적 공감이 되는 말이다


넌 이름이 뭐니?


이름도 존재도 몰랐던 체로 스치듯 지나쳐 한번쯤, 또는 여러 번 보았을 수도 있겠다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 식물이기도 하니까.. 어느 어귀에 다다르면 볼 수 있다 싶으니, 발걸음이 산뜻하고 가볍다 산책의 이미지가 호감이었다면 그 주변의 시선들은 매력이 되어 가는 중이다 무심코 시작했는데 기다려지는 설렘으로 느껴진다 더없이 좋기까지 한 하루 중 놀이고 쉼이다 네가 있어서 더 좋아~(자연에게 거듭 감사함을 표현해 본다) 하나만 좋은 것보단 여러 가지 좋은 게 The 신나고 들뜨는 법이다 가히 산책을 통해 만나는 모든 속삭임이 덤 형태를 가져올 수 있다니

산책은 멋진 것이었어! 감탄의 탄성이 마구마구 터져 나온다 초록 물결 사이 어디서 인가 분홍 분홍 속삭임이 들리는 거 같았다 유혹의 흔들림에 고개를 돌려보니 수줍게 웃는 선명하고 어여쁜 분홍빛이 있다 마치 인사와 위로를 건네는 것 같은 모습으로..
넌  누구야? 꽃인가?  풀이라 함은 그냥 온전히 초록체이며 먹지도 못하는 잡초라 불리기 일쑤지만, 줄기는 초록으로 싱그럽고 꽃차례가 알알이 규칙을 만들어 내어 마치 꽃 인가?라는 착각도 들게 한다 생김새를 요리조리 살피다가 정체성을 찾아 내 보기로 하고, 몸체와 송이송이 모습을 사진 검색창에 띄운다 ‘여뀌’무슨 이름이 이리 고약하게 들린담? 정확하게는 ‘개여뀌’_이 분홍 식물에 이름이란다  보이기엔 순수 그 자체인데  이름과 존재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좀 더 이쁜 이름은 없었나 싶게.. 이름을 지어낸 이에게 괜한 미움이 생길 뻔했다 근데 영어 이름이 더 신기하다 ‘Water pepper’ 뭔가 묘한 호기심까지 발동시키는 녀석이네  싶어서 **지식백과에서 소개하는 설명을 단번에 읽는다 어머나! 줄기와 잎에서 매운맛이 난다고? 보통 매운맛이 나는 식물이나 열매는 진통 소염 작용이 있던데.. 설마? 하는 순간 역시나 민간요법으로도 쓰인 약재라는 사실의 설명이 놀랍다 몰랐다면 그냥 풀꽃이었거나 잡초였을 텐데 이름을 붙였을 때는 그 또한 자연 속 생명체이겠지? 존재를 찾아내고 지어내고 만든 이 들이 참 대단 하단 생각도 든다 여리고 볼품이 없이 작기만 한 풀꽃이 어디서 매운맛을 뿜 뿜 내는 걸까? 귀엽고 깜찍하고 신통방통 영특하다 철부지 막둥이 이기만 했던 내가 아버지가 편찮으시니 지나치게 어른 행세를 하느라 멀미가 났었던 것일까 지금 이 순간만은 오롯이 꼬꼬마 어린 선우가 되어 모든 시선을 이 아이에게 빼앗겨 버린 채로 웃고 있다 요즘에 하루 중 가장 행복해할 때가 지금 이였던 걸까? 시작한 어떤 것이든 찾아내어지기만 하면 그 또한 수확이고, 소. 확. 행 임을 생각한다(성숙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읽어주면 더없이 감사하겠다) 투정하고 떼쓰던 한 곳이 병약하니 더없이 더 The 붙잡고 싶은 마음 인가보다..
소소한 행복이든 큰 행복이든 중량감의 차이는 있더라도 감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기 위한 필수 마음이 ‘순수’이므로 하나하나 이쁘게 잘 챙기며, 그 따스한 결을 품고 사는 게 더 보기도 좋으니까 결국은 자신에게도 이로움이 많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든다 아빠가 편찮으시지 않았다면 이렇게나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걸? 하면서 또 한 번 위로와 감사를 해본다  이름을 알게 된 풀꽃이 주는 위로가 이렇다. 이럴 때라도 꼬꼬마 아이가 돼보는 거지!
_어른 멀미를 달래준 뜻밖의 위로 ‘분홍분홍 속삭임’_오늘의 휴 hue 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_서서 [瑟瑟]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