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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듯이 Oct 14. 2021

_단상

눈 오던 그날의 기억


“어 눈이다!”

소복이 도 내렸네.

생전에 흰색을 좋아하셨던 분,

지구별 소풍 끝마치는  아침이 이렇게 말갛고 깨끗하고 더불어 햇살과 함께 눈이 내리다니..

샤스타데이지 꽃들이 사뿐히 내려앉았어

반짝반짝 펄 가루가 날리면서 아빠가 돌아갈 그 길을 꽃길로 이끄는 기분까지 들었어.


어떤 우연이든 상상이든

무언가 기쁘기도 하고 슬프더라..

지구별 소풍 마지막 날에 곱디고운 하늘색 흩날리는 날개옷을 입으셨는데 얼굴 전체에 미소가 가득인 거야  아.. 정말 행복하신가..라는 나만의 착각과 소망과 염원과 안녕을 빌었지.

아빠에게 마지막 옷을 입히는 분들도 이런 분을 처음 본다 했었으니까…

너무도 깨끗하고 평안해 보인다고..

대체 어디가 아프셔서 떠나시는지 모를 정도라 하셨고, 급기야 오빠에게 물으셨었지.

평소 소식하시고 , 소운동,  보기, 자기 관리 철저하시던 분이었기에 , 허리 수술 이후 병원균 감염으로 인한 염증성 패혈증으로 돌아가실 거라고는 믿기조차 어려웠어.

그 병원생활에서의 소풍이 참 많이도 힘드셨겠지.. 하는 많은 역설과 모순을 생각해가면서 결국 난 또 울고 있더라.. 나오는 게 눈물뿐이더라고..


옷 섶 중앙 부분에 말이야

단추 대신, 띠로 등허리를 돌려 감아 안아서 중앙에 마디꽃들로 꽁 꽁  여며서 꽃송이를 얹는 거야. 그 마디 끝 섶을 예쁘게 꽃봉오리 단추를 만들듯이 말이야.

앞으로 다시는 다치지 않게 꼭 안아주는 걸까..

아니면 다시는 그 꽃 단추 혼자 열지 말라고 봉인하는 것일까..

죽음 앞에 더는 사용되지 않을 육체에 대한 보호 같기도 하고, 그동안 애써 힘들게 사용했으니,

이제 더는 사용 하지 마세요. 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애달픈 생을 위로하는 마음과 감사와 사랑을 전하려고  여섯 송이를 만들어 드리나 싶기도 하더라고..

염 하는 건 그렇데.  나도 처음 봤는데,

있잖아..

참 이상했어..

뭔가 너무 슬프지만 아름답고 숭고하고 미치겠더라고.. 식은땀이 나고 토 할 거 같았거든..

사람의 존재가 그렇게  대단한 거 더라고..

근데

아빠의 저 자유롭고 예쁜 미소는 뭐지..

아! 난 이제 자유야! 하는 표정 같다고 해야 하나..

뭔가 홀가분해 보이기까지 하더라고..

그래서 돌아가신  49일째 되던  아기 꿀벌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던가..

그래,

뭔가 혼란스러운 우연과 필연을 마구 섞게

되더라고..


고맙고, 서러웠지.  아직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데,

나의 일방적 욕심과 질투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화도 나고 말이야.

아빠는 나 울고 있는데  모르시네..

대답 대신 미소만 담은 채로 안 일어나시는 거니까..

요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서 계속 자주 울게 되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존재성과 함께 공존하는 것이 극적이게도 죽음이기에 조금 더 깊게 애도할 시간이 필요하고 필요했고, 안쓰러워진 생애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어.

내가 뭐라고 감히 위로를 전한단 말이지.. 싶은

자책과 미련과 보고픔이 동시에 오지만 그래도 내 딴엔  그러고 있더라고..

스스로 위로하느라 나오는  

눈물뿐인가 싶기도 했어.

덧없지만 그러데..

근데

아빠 나 이제 씩씩해지려고..

아빠 평소 습관대로 아빠처럼 하루를 보내보기도 하면서 웃고 울고 하더라 ㅎㅎ 이런 걸 웃프다 하나 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뜻 이래) 재밌지?

난 이제 막 웃고 더 행복하게 살다가 아빠 곁으로 가기 위한 길 잘 만들어 보려고.. 알겠지? 아빠 귀욤아

잘 봐야 해. 매일매일  내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빛을 내어 볼게 나 스스로 예쁘고 맑은 빛을,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처럼  말이야..

떨어져서 생긴 그 거리만큼의 허전한 여백을 그리움으로 덧 힙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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