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선유도, 군산의 초여름 열흘 2
다음날 드디어 예보대로 비가 왔다. 역시 슈퍼컴퓨터.
비 올 때는 미술관이니까, ACC에 갔다. 어제 본 두 건물 사이로 들어서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그 아래로 건물들이 숨어있었다. 이제야 ACC의 건물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에 만나게 될 도슨트에 따르면, 이 건물은 10년 동안 땅을 파서 만들었다고 한다.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이니 지붕이 그리 낮은 거였다. 둥근 건물 외벽은 온통 푸른 생명으로 뒤덮여 있었다. 잘 자랐다. 부산현대미술관 관계자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이어 계단을 더 내려가자 비에 씻겨 더욱 매끈한 껍질을 자랑하는 배롱나무들이 초록을 진하게 뿜어내며 계단 양쪽에 도열해 있었다. 우리 아파트의 가장 번화한(?) 사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것도 배롱나무로, 아파트 식생 중 가장 늦게 잎이 나고, 꽃도 늦게 펴서 일 년 내내 헐벗은 모습으로 서있지만, 한번 꽃이 피면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다들 경탄을 금치 못한다. 한 번도 배롱나무의 꽃, 흔히 백일홍이라 불리는 붉은 꽃의 꽃말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는데, ACC에서는 그게 참으로 중요했나 보다. 친절하게 꽃말까지 나무 옆에 적어두었다.
"떠나간 친구를 그리워하다."
이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뭔가, 왈칵, 치솟는 꽃말이었다. 그래서, 굳이 배롱나무를 심었구나, 싶은...
이 이후의 이야기는 전자책을 통해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