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여자 조카가 셋 있다. 고2, 중2, 중1. 감수성이 예민하고 호기심이 많을 시기이지만, 공부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차단한다는 가정교육 덕분인지, 아니면 기독교 엄마의 거미줄 같은 감시 때문인지 아직까지(?) 동성애는커녕 팬픽이나 야오이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집에서 그렇게 티를 내며 살아도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 아이들이 커서 “삼촌, 나 어쩌면 동성애자일지도 몰라.” 혹은 “삼촌, 동성애자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물어올 날을 기다리며, 청소년에게도 건전하게(?) 권할 수 있는 동성애 소설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지만… 아직까지 그 책들은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책장 속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엠 아이 블루』는 13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게이다’를 선물 받아 누가 게이인지 단번에 알아보게 된 소년이 더 이상 벽장 속에서 웅크리지 않게 된 이야기부터, 부모님께 커밍아웃한 탓에 생일 축하 장미를 받지 못하지만 결국 꿋꿋이 설득해 내는 소녀의 이야기까지, 읽고 나면 청소년 동성애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10대의 마음을 더 깊이 두드리는 작품을 꼽으라면, 테드 반 리스하루트의 『형제』를 추천하고 싶다. 죽은 동생의 일기장에 형이 자신의 글을 덧붙이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말없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형의 슬픔과 상실감, 두 형제가 서로에게 품었던 애틋함과 유대감, 그리고 동성애자로서 겪어야 했던 고독과 불안이 잔잔하게 스며든다.
설명만 보면 다소 무거운 책 같지만, 형과 동생이 일기 형식으로 ‘대화’하는 독특한 구성 덕분에 의외로 가볍고 흥미롭게 읽힌다.
동성애 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은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사회적 억압으로 인한 좌절, 그리고 모든 것을 뛰어넘는 치열한 사랑이다. 물론 이런 요소들은 중요한 주제이지만, 동성애 서사가 언제까지나 성과 사랑에만 머무를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미 한 발짝 더 나아간 질문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동성애자가 만드는 가족’을 다룬 소설들이다. 이런 작품들은 자기 정체성 너머를 고민할 준비가 된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데이비드 제롤드의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는 홀로 죽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입양을 결심한 독신 게이 남성의 이야기다. 그는 입양 박람회에서 한눈에 마음에 든 아이를 발견하고, 여러 절차 끝에 마침내 자신이 화성에서 왔다고 믿는 문제아 데니스를 만나게 된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둔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동성애자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넘어,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화성인이라 부르며, 언젠가 화성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을 데리고 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를 ‘지구’에 붙잡아 두는 데 필요한 것은 과학도, 이성애적 가족 모델도 아니다. 단 하나, 사랑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마리 오드 뮈라이의 『오, 보이!』도 추천할 만하다. 주인공 바르텔레미 모르르방은 26살의 게이 청년으로, 원치 않게 이복형제의 세 자녀를 맡게 된다. 아버지는 가출했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 버렸으며, 그가 나서지 않으면 아이들은 각기 다른 고아원으로 흩어질 상황이다.
문제는 바르텔레미가 피만 봐도 기절할 만큼 아이들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 “오, 보이! 난 피 흘리는 걸 못 봐. 기절할 것 같아.”라며 비명을 지르는 그가 과연 제대로 된 후견인이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사람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