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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비 Jan 30. 2024

뭔가를 시작할 때 듣는 클래식

2024, 1월의 클래식

8일: Dvorák: Symphony No. 9, Op. 95 "From the New World"

KBS교향악단의 유튜브 채널을 보는데 이 곡에 대한 뒷이야기가 나왔다. 흑인영가를 차용한 걸 두고 당대에 찬반이 있었다고. 좋기만 하구만... 딱 그 부분들만 유난히 더 좋은데 뭔 반대야! 하여간 잘난 척하는 보수주의자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앨범,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앨범 두 개 들었다. 잉글리스 호른의 독주가 흐르는 2악장은 어쩐지 계속 듣다 보면 눈물이 흐를 것 같다. 4악장의 긴박한 행진풍 시작도 멋지다.


9일: Grieg •  • Peer Gynt, Suite No. 1 op. 46

1. Morgenstemning (Morning Mood). Allegretto pastorale

요즘 옛날 동영상을 정리하고 있는데, 제주에서 오름 오를 때 영상을 보다가 이런 음성이 삽입된 걸 들었다.

"배경음악으로 신세계로부터 틀면 딱이겠는걸?"

그런데 정작 튼 음악이 바로 이것. 음악을 찾다가 생각해 보니 분명 그 시각, 그 장소에서는 이 음악이 더 어울렸겠구나 했겠지. 아침 일출을 보고 난 후, 아무도 없는 탁 트인 올레길을 걷고 있었으니까.

신세계로부터도 그렇고 이 곡도 그렇고 <새해엔 클래식 많이 들어야지> 다짐에 어울리는 곡들이다.

핑크팬더가 생각나는 1 모음곡의 네 번째를 비롯해 2 모음곡의 네 번째 솔베이지(그?)의 노래 등 8곡이 사실 다 좋다.


Strauss II (Jr.) •  •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Waltz op. 314

(Neujahrskonzert / New Year's Concert)

매년 빈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의 단골 앙코르곡인 이 곡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넘버 중 하나이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태어나서 가장 처음 '들은' 클래식 곡이기도 하다. 오다가다 주워들은 거 말고, 정식 음반으로 말이다. 초등학교 때였고, 형이 사 온 EMI(노란색) 테이프였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모음곡을 담은 앨범이었는데, 이 곡이 가장 좋았다. 하도 반복해서 들어서인지 10분 남짓의 곡의 멜로디를 지금도 모두 허밍으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신년을 맞아 유튜버 일구쌤 채널에 유정우 칼럼니스트님이 신이 나서 곡 설명을 하는데,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았다. 크... 역시 좋아, ENFP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활기차고 변화무쌍하다. 유정우님이 추천하신 신년음악회 버전은 87년 카라얀 버전과 89년 클라이버 버전이었다. 

Schumann

Schumann: Piano Concerto in A Minor, Op. 54

유튜브 뮤직을 통해 노래를 듣는데, 스키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알고리즘이 이 작품을 추천해 주었다. Elisabeth Leonskaja는 40년대에 태어나신 분으로, 거의 우리 어머니 나이이다. 그럼에도 강력한 타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하며 아름다운 멜로디를 잘 표현한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에는 그리그의 협주곡도 있다. 그것도 좋다. 함께 한 Michael Sanderling 및 Luzerner Sinfonieorchester도 굿!

레온스카야를 구글로 검색하면 스케줄도 함께 뜨는데, 이 겨울에도 열심히 연주활동을 하고 계신 걸 보니 그 체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예술가들의 건강이 부럽기도 하다. 나도 새해에는 예술적으로 건강해져야지.

PS : 애플뮤직에서 클래식앱을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기에 앱을 깔고 들어갔는데, 가장 첫 화면 맨 위에 뜬 앨범이 바로.... 빈필과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연주한 이 곡이었다.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우연이라서 아마도 새로운 걸 시작할 때마다 떠오르는 음악이 될 것 같다.


julian plaza : nocturna 

부산에서 활동하는 탱고밴드, 친친탱고와 콰르텟 BCMS(부산챔버뮤직소사이어티) 그리고 바리톤 이승민이 함께하는 탱고공연이 부산문화회관 챔버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렸다. J.Plaza의 녹턴이 첫 번째로, 그리고 앙코르로 한번 더 연주되었는데, 신나고 즐겁고 아름다운 탱고의 선율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이런 표현 식상한데, 연주자가 이렇게 설명하니 뭐...) 카를로스 가르델의 간발의 차이로, 피아졸라의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 등 바리톤의 음색으로 듣는 탱고도 좋았다. 다음부터 성악가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무조건 앞자리에서 보자는 후회도 남기고.

친친탱고의 오리지널 송, 달맞이, 돛 모두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가 있었다. 공부하다 지칠 때 들으면 개운해질 것 같은 음악.


프로그램

julian plaza : nocturna 밤 

A.Piazzolla : Zita 지타

R. Galliano : Tango pour Claude 끌로드를 위한 탱고

친친탱고 :달맞이

친친탱고 : 돛

C.Gardel : El Dia Que Me Quieras 당신이 사랑하는 날엔

A.Piazolla : Balada Para Un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

A.Piazolla : Adios Nonino 잘 가요, 아버지

A.Piazolla : Le Grand Tango 위대한 탱고

F.Chopin, A.Piazolla : Dos Inviernos(Arr.Jongwan KIM) 두 개의 겨울 

A.Piazolla : Libertango 리베르 탱고

C.Gardel : Pou una cabeza 간발의 차이로 


D.Shostakovich : Poano Quintet in G minor op.57

현역 교수들이자 서울국제음악제 주축멤버들로 구성된 앙상블오프스의 챔버페스티벌 폐막무대다.

지난 12월 30일에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개를 모두 연주하는 공연을 봤다. 마라톤 경기, 또는 철인삼종경기를 보는 것 같은 압도적인 연주에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부산에서는 벌떡 일어나 손뼉 치기 좀 어려운 분위기가 있음에도... 일례로 내가 일어나서 박수 칠 때 오스씨는 계속 앉아있었다... 쫌 일어나라!)

그가 이번 퀸텟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기대가 됐고, 역시 그 기대는 그대로 보답받았다. 중심을 정말 잘 잡아주더라는...

다들 교직에서 한 자락 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모든 음이 선명하고 강해서 아주 잘 들렸다. 열정이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격정적인 흐름이 많아서인지 듣는 맛과 보는 맛이 거의 막상막하였다. 이런 파워 넘치는 공연 때문에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 더 좋은 음악들이 있다. 이번 곡들이 그랬다. 말인즉슨, 감상용으로는 친해지기 힘들 듯.. ㅎㅎ


프로그램

D.Shostakovich : Poano Quintet in G minor op.57

A.Dvorak : Piano Quintet No.2 in A major op.81 B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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