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2. 사생활 노출증에 빠진 사람들
셀프 카메라 찍기에 중독된 사람들
나는 딸이 둘 있다. 두 딸이 초등학교 상급학년일 때 친구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데 왜 나만 없냐는 협박 아닌 협박에 못 이겨 스마트폰을 사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일이 지금까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일을 만들고 말았으니 바로 '셀카(셀프 카메라 찍기)' 문제이다.
사진 좀 찍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보안을 업으로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스스로 찍어 각종 소셜미디어(밴드,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에 상납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이러한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셀카를 찍어 올리는 데 집착하는 행위 자체가 현대에서는 정신병으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다.
많은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올려 소통을 한다. 타인에게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목적일 수도 있고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함으로써 모임에 속해있다는 안도감을 얻고자 함일 수도 있고, 단순히 습관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행위의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과도한 집착에 따른 '정신병'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정신병적 현상을 '셀피티스'라고 부른다.
여기에도 등급이 존재한다. 셀카를 하루에 세 번 이상 찍지만 소셜미디어에는 올리지 않는 경우 가장 경미한 단계인 '경계성 셀피티스'로 불린다. 하루에 세 번 이상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면 '급성 셀피티스'로 볼 수 있다. 하루 여섯 번 이상 끊임없이 셀카를 찍고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셀카 촬영을 자제할 수 없는 단계를 '만성 셀피티스'라고 한다. 자신은 이 중 어느 등급에 해당하는지 진단해 보고, 급성이나 만성에 해당한다면 본인의 상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친구, 직장동료, 가족 등 다양한 모임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는 이제 현대인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외식할 때, 직장 회식자리에서, 생일파티 자리에서도 음식이 준비되면 음식을 배경으로 사진부터 찍고 음식을 먹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 사진은 바로 소셜미디어에 올라가 타인에 공개된다.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지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동할 때도,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도, 가족여행을 갈 때도 빠짐없이 사진이 찍히고 소셜미디어에 공유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개인의 사생활 차원에서 보면 누구와 어디를 갔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누구와 어디에서(식당 같은 구체적 장소) 만나 식사를 했고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이용해 이동했는지 등의 각종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넘쳐나게 됨을 의미한다.
이제 누군가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소셜미디어를 뒤져보면 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친구관계는, 연인관계는, 음식 취향은, 어느 식당을 자주 가는지, 주로 어디에서 활동하는지, 직장은 어디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등등을 모두 알 수 있다. 힘들게 뒤를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오늘 역시 이제는 다 커버린 두 딸과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싸고 한소리를 하게 될 것이다. 두 딸의 셀카놀이 여부를 감시할 것이며, 잔소리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난 이 지루한 일상을 멈출 생각은 없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보안을 업으로 삼은 탓에 지나친 우려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혹여 두 딸이 시나브로 중독돼 어느 순간 급성이나 만성 셀피티스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