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3. 별 걸 다 아는 네티즌 수사대
네티즌 수사대의 밝음과 어둠
몇 년 전부터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걸그룹, 보이그룹들이 국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보보안을 업으로 삼은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간 것은 인터넷에 넘쳐나는 출연자들에 대한 다양한 얘깃거리였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이 일상화된 요즘이다.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 100명이 넘는 인원이 출연했지만 인터넷에는 그 모든 출연자들의 정보가 넘쳐났고, 많은 가십거리가 인터넷상에 떠돌았다.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많은 정보들을 그렇게 빨리 찾아내고 전파할 수 있는 것일까.
IT와 보안을 전공하는 전문가로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방법을 찾아보자 마음먹고 조사를 시작하자 의문은 쉽게 해소됐다. 놀랍게도 이런 정보를 찾아낼 수 있도록 제공되는 전문 소프트웨어(일명 신상 털기 전문 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것들만 해도 30여 개가 넘는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툴들의 기능은 너무 강력해 손쉽게 개인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까지 찾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전문 툴 하나면 인터넷 사이트를 힘들게 옮겨 다니지 않아도 수십 개가 넘는 사이트로부터 한 번에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툴들이 인터넷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네티즌 수사대가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됐다면 예외 없이 네티즌 수사대의 검열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요즘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생활 침해가 이루어진다. 딱히 네티즌 수사대 활동을 통제할 장치가 없다 보니 해당 인물의 과거와 사진이 마구 공개된다. 사실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각종 정보와 소문까지 인터넷에 넘쳐난다. '고려, 존중, 자제'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네티즌 수사대의 존재로 인한 순기능도 존재한다. 이제 대중의 인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거짓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얻기란 요원하다. 한순간의 삐뚤어진 마음으로 시작한 거짓말이나 과거의 잘못된 행동들은 낱낱이 공개되고 까발려진다. 숨기고 싶다고 숨겨지지도 않는다. 강력한 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력 앞에서는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생겨나게 된다. 과도한 네티즌 수사대 활동은 사이버 테러로 변형되거나 누군가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무기로 쉽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 수사대의 힘은 막강하다. 예전 한 걸그룹 멤버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에서 송아지 한 마리가 걸그룹 멤버의 엉덩이 부분을 혀로 햟았다는 이유만으로 공분을 사게 된 사건이 있었다. 이때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이 놀랍다. 송아지에 대한 신상조사를 시작해 어디서 태어났는지, 몇 살인지, 어디서 사육되는지를 찾아냈다. 그다음이 중요한데 공동구매를 통해 송아지를 사서 도축한 뒤 함께 구워 먹는 처벌을 내리겠다고 하여 말 못 하는 짐승을 불쌍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도축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한때 이슬람 급진세력 IS에 의한 테러 기사가 인터넷에 넘쳐나곤 했다. '우리나라도 테러 대상에 포함돼 있다'라고 난리법석이었던 시기다. 그러나 현실은 IS가 문제가 아니다. 테러는 항상 우리 옆에 있었고 지금도 있다. IS처럼 테러대원을 모집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잡을 수도 없다. 수백만명의 대원을 보유하고 있고 언제든지 사이버 테러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은 지금도 수십 개의 강력한 테러 전문 무기로 무장하고 누군가의 신상을 털고 있다. 그들이 바로 네티즌 수사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