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세상사
세상은 CCTV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CCTV가 미처 자각하지 못한 장소까지 진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CCTV는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진출하여 그 존재 여부에 무감각해질 정도이다. 한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와서 저녁에 귀가할 때까지 외부에서 CCTV에 노출되는 횟수가 평균 83.1회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집안이나 차 안에서도 CCTV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가정용 IP 카메라와 차량용 블랙박스 때문이다.
IT 기기 발달의 산물인 가정용 IP 카메라는 작은 크기에 자장가나 목소리 들려주기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 소비자를 유혹한다. IoT(Internet of thingsㆍ사물인터넷)의 일환으로 개발됨으로써 첨단 기능을 내장해 스마트폰을 통해 조종도 가능하다. 주로 집에 있는 아이, 애완동물, 치매노인의 활동을 확인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이 첨단기기를 통해 사람들은 안심하고 밖에서 용무를 볼 수 있다. 근무하는 중간중간 수시로 집안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이러한 기기들이 IT에 기반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IT제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인터넷'이 세 글자가 들어가는 순간 정보보안 입장에서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해커다. 그렇다. 인터넷은 해커라는 악의적 존재들이 활동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람이 누리는 편리함을 악의적 존재들도 해킹을 통해 함께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집안 상황을 해커들이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보안전문가들은 '가정용 IP 카메라는 해킹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해킹을 통해 빈집에 있는 아이나 치매노인이 되려 위험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IT기술에 능한 강도, 유괴범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사고가 실제로 발생, 범죄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었던 미국 드라마(일명 미드) 중 CSI 시리즈는 많은 팬층을 거느린 시리즈 드라마다. 그중 CSI Cyber의 경우 그 첫회를 실화에서 따온 것으로 유명한데 줄거리는 이렇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신혼부부가 아이를 살피기 위해 가정용 CCTV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다. 어느 날 출근한 사이 유괴범에 의해 아기가 납치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조사해 보니 범죄자들이 CCTV를 해킹하여 상당 기간 가정 내 움직임을 살펴 누가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 조사한 뒤 한가한 시간을 틈타 아기를 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도 가정용 CCTV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차량용 블랙박스 역시 사고의 진실을 가려내는 데 일등공신으로 부상했다. 전국에 깔린 수많은 차량용 블랙박스를 통해 범죄자가 어디를 이동해도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 어떤 범죄자도 차 없는 거리를 다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요즘이다.
블랙박스는 운전자가 어디를 다녔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음성 녹음도 가능해 동승자가 누구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잡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블랙박스가 이혼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집 밖에 설치된 수많은 CCTV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CCTV까지도 볼 수 있다. CCTV 목록을 모아 원하는 곳만 골라 서비스하는 웹사이트까지 존재하는데 물론 불법이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내 집 앞 CCTV를 통해 가족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도 볼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기업 내부 회의실까지 그대로 유출되는 경우도 있다.
악의적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면 특정 개인에 대한 스토킹도 가능하다. 집 밖에 설치된 수많은 CCTV 위치와 화면을 따라가며 어디로 가는지 감시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허가받지 않은 일반인이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개인정보 노출이란 문제에 직면해 거센 항의를 받은 세계 각국 정부들이 일반인 접근이 불가능한 보안 기능이 내재된 CCTV로 교체하는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IT 기기 발달은 많은 것을 편리하게 했다. 그러나 편리함이 증가하는 만큼 위험도 증가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겠는가. 공평한 세상이다. 좋아지는 것이 있으면 나빠지는 것도 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