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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5] 4.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한 보안담당자란

그 회사에서만 한시적으로 필요한 보안담당자

  흔히 고인 물이라고 하면 한 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온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 때로는 20년 이상 꾸준히 근무해 온 사람들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가끔은 만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 오랜 기간 동안 한 직장에서 꾸준히 버텨낼 수 있었을까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정보보안 분야는 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재직한 경우가 상당히 드문 업종에 포함된다. 아주 드물게 10년 이상 때로는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부분 보안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경험 많은 중년세대에게 해당하고 젊은 세대일수록 한 직장에서 10년을 넘기는 경우를 보기 힘든 것이 요즘  추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같은 정보보안 분야에 근무하더라도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한 곳에서 오래 재직하는 점의 장단점이 틀리다는 것이다. 대체로 한 기업의 보안조직에 속해 근무하는 경우와 컨설턴트와 같이 여러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당신이 어느 한 기업 보안조직의 보안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다면 이 경우의 장점은 명확하다. 한 직장에 속해 오래 있다 보면 회사의 조직, 업무 형태, 사문화 등 회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이유를 자세히 알게 된다. 조직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필요한 경우 지원인력으로서의 활용도 역시 뛰어나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은 조직 내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긍지와 자부심 역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단점 역시 명확하다. 어느 순간 “이렇게 우물 안에서만 지내도 되는지”하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매년 반복되는 업무들은 이제 너무 익숙하고 식상해져서 업무 의욕이 고취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들로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 바깥을 볼 때면 두렵기도 하고, 무언가 새로운 변화와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그런 변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게다가 주변의 상황이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솔직히 너무 편해진 지금의 상황이 변화하는 것도 괜스레 두렵다.


  당신이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면 이 경우의 장점은 명확하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여러 기업들을 다니면서 그들의 다양한 조직, 업무 형태, 조직문화, 보안 수준과 적용된 기술들을 살펴보고 경험할 수 있다. 항상 새로운 환경과 기술에 노출되므로 원하지 않아도 부지런히 새것을 익히고 단련해야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은 기존에 머물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단점 역시 명확하다. 어느 순간 "왜 이렇게 항상 떠돌아야만 하지"라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일 년에도 몇 번씩 이 회사 저 회사를 이동하면서 그들의 환경을 새로 숙지해야 하고 새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보여줘야만 한다. 어느 순간 떠돌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는 직장인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실제로 기업 보안조직의 보안담당자로 옮겨간다. 그리고 기업 보안담당자의 삶이 시작된다.


  기업 보안조직이 하는 일은 명확하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회사의 문화에 녹아드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계해야만 한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다 보면 그 회사에서만 한시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된다. 근무한 기간이 길수록 당신은 "다른 회사에서도 필요한 인재"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한 회사의 환경에만 너무 깊이 침잠해서 저 밖의 다양한 환경과 기술들과 멀어지게 된다. 이것이 매너리즘이다.


  혹시 지금 직장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것이 자랑스러운가?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다른 곳(기업)에서도 필요로 할만한 그런 사람인지? 외부의 다른 기술들과 변화들을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고 있는지? 머지않은 미래에 회사가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다고 하는 순간이 오면 기꺼이 저 바깥세상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이다. 고인 물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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