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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안 2] 16. 맞춤형 광고의 좋은 점 나쁜 점

때론 나보다 나를 잘 아는 너

  흔히 사람들은 이런 착각을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는 착각말이다. 물론 내 몸뚱이고 내 머리고 내 생각이니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그래야 하는 게 상식선에서는 옳다. 그러나 이 세상이 어디 상식으로 움직이는 곳이던가. 실제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  


  나도 모르는 내가 있다. 나도 모르는 내 습관, 취향, 행동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의식의 영역뿐 아니라 무의식의 영역까지 포함한 나와 관련된 나. 그리고 이런 나에 대해 수집하고 분석하는 이들이 있다.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나에 대해 알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해 이용하고, 때로는 데이터가 진정한 나를 말해주기도 한다. 내가 자장면과 짬뽕 중 어느 것을 더 좋아하는지, 10번의 식사 중 자장면은 몇 번 사 먹고 짬뽕은 몇 번을 사 먹었는지, 탕수육을 같이 먹은 것은 몇 번이었는지, 자장면과 짬뽕이 아닌 볶음밥 등 다른 메뉴를 시킨 적은 몇 번인지와 같은 데이터 말이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이 모두 포함된 나.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 걸쳐진 데이터들. 그 모두가 나를 말한다.


  기업들이 나에 대한 데이터들을 수집하려고 몰두하는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나의 의식과 무의식에 걸친 이 데이터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다. 10번 중 6번을 자장면을 먹는 내가 최근 자장면을 6번 먹었다면 다음에는 짬뽕이나 볶음밥을 추천하기 위함이다. 단무지보다 양파를 더 좋아하는 내게 양파를 듬뿍 줘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내게 조금 비싸더라도 사 먹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천자장면과 사천짬뽕을 추천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마케팅을 "타깃 마케팅" 우리말로는 "개인화 마케팅" 혹은 "맞춤형 광고"라고 한다. 나로 지칭되는 개인에 대한 취향과 취미, 습관, 행동, 재산상태 등에 기반하여 원하는 제품(과 상품)을 보여주고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방식이므로 기업들은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를 위해 개인정보를 달라고 요구하거나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수집한다.


  오로지 나라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변화하고 있는 기업들의 영업방식은 한편으로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그럼 나에게 있어 무엇이 좋아지고 무엇이 무서운 일이 되는 것일까.


  좋은 점은 편하다는 것이다. 슬슬 자장면 말고 다른 것이 먹고 싶었는데 알아서 짬뽕을 추천해 주니 마음에 든다. 게다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내게 알아서 신메뉴라며 사천짬뽕을 추천해 주니 절로 "장사 센스가 죽이는데"라는 말이 나온다.

  또 OTT에서는 괴수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화면 가득 괴수영화 목록을 보여준다. 그것도 최신작품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일일이 검색하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개꿀이다. 흔히 말하는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이다. 즉 "알고리즘"이란 표현은 "맞춤형 광고"의 다른 말이다. 그야말로 나를 기준으로 나를 위해 돌아간다. 그러니 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서운 점은 나도 모르는 나를 안다는 것을 수많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제공하는 정보를, 추천하는 메뉴를, 보여주는 상품을 보고 있을 뿐인데 모두 내 취향이라고만 생각한다. 내 취향의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의 정보를 수집했고, 나를 추적했고, 나를 분석했는지 관심이 없다.

  알고리즘은 너무나도 나의 취향에 맞춰져 있어서 제한되고 편협한 정보만을 제공한다. 보이는 것 외의 다양한 정보와 사례와 의견과 상품을 접하고 선택할 기회를 내게서 박탈한다. 오직 내가 물건을 구매하도록 만들어 이익창출이 이루어지도록 할 뿐이다.

  알고리즘 완성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때로는 나에 대한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묻지 마 수집"이다. 나의 의견이나 권리는 개념치 않는다. 그래서 무섭다.


  바야흐로 맞춤형 광고가 주류가 된 개인화의 시대. 모든 기업이 맞춤형 광고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했거나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나는 이 시대가 좋아졌는지 아니면 무서워졌는지 나에게 물어볼 시간이다.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도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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